대한배구협회(회장 장영달)가 남자 국가대표팀 사령탑 임명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배구협회는 6일 강화분과위원회에서 전날 회의에서 결정한 남자 대표팀 예비 엔트리 25명을 김호철(52) 현대캐피탈 감독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협회가 지난 달 8일 강화분과위와 상임집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한 김 감독에게 최종 엔트리 22명을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때 남자팀 감독으로 우승을 지휘해 배구 붐 조성에 기여한 `미다스의 손' 김 감독 만한 재목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협회는 5월26일부터 시작될 2007 월드리그에 출전할 선수단 명단을 9일까지 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김호철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전에 대표팀을 맡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그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고사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던 그는 "한국에 온 뒤 3년 동안 배구에만 올인을 하다 보니 이제는 많이 지쳤고 가정과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내 성격상 한번 일을 맡으면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정열도 체력도 없다"며 거부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다음 아시안게임까지 4-6년 정도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젊은 감독이 선임돼야 한다. 협회 사정이 된다면 `전임 감독제'로 가고 그렇지 않다면 프로나 대학팀에서 새 인물을 찾아야 할 것이다. 팀 성적이 나지 않아 내가 대표팀을 맡지 않는다는 건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선구 협회 강화이사는 이에 대해 "김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할 적임자로 생각하고 맡아줄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의 거취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 확정된 부분은 없다. 지금은 팀 성적이 나쁘기 때문에 김 감독의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의 거듭된 읍소에도 대표팀 사령탑 고사 의지를 굳힌 김호철 감독의 대안으로 어떤 새로운 카드가 등장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