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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얘기는 저의 가슴 아픈 얘기이자, 늘 꿈꾸는 친구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냥 부담없이들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고딩 2년때 고등학교때의 단짝인 규태란 친구에게서 ´전승진´이란
친구넘을 하나 소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규태: 마! 내가 소개시쿄 주는 넘은 나랑은 부랄친구야.
잘 지내야 한다.

나: 놀구있네. 그럼 그넘을 만나서 내가 때려주기라도 할까봐 그러냐?
어쨌든 떡볶기값은 니가 내라.

▶신당동 떡볶이집.

나: 형철이라고 해. 반갑다.

승진: 말 많이 들었다. 난 승진이야 앞으로 자주 보자.

이렇게 소개를 받게 된 승진이와는 하루가 다르게 친해졌습니다.
고딩 2년 내내 승진이와 어울렸고 더더욱 친해지기만 했습니다.

고딩이지만, 술을 무척 즐겼었고, 체구도 당당한 승진이는 공부도
전교 1등을 다툴 정도였습니다.

고딩 3년 시절 당구를 치기 시작했고 승진이와 전 대학로에 있는 어느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있었습니다. 체구가 듬직했던 승진이는 가끔
그 체구 때문에 시비가 붙곤 했는데 그 날도 무슨 체육부 처럼 유니폼을
입고 있는 넘들이 일방적으로 시비를 걸어왔고 급기야 싸움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숫적으로 열세인 우리는 몇 번의 주먹다툼 끝에 결국 36계
작전을 쓰게 되었는데 나쁜넘들(우리편이 아니면 무조건 나쁜넘임)이
우리를 쫓아왔고 우리는 주차장 한쪽 끝으로 몰렸습니다.

승진: 넌 저 쪽으로 도망가. 빨리.
경찰에 신고해 얼른!!!

각목 같은 걸 든 녀석들이 점점 거리를 좁혀오자 우리는 다급해졌지만
승진이는 내 앞을 턱 가로막고는 싸우려고 했습니다.

한 녀석이 덤벼들자 승진이는 그넘과 엉켰고 저도 어느 넘과 엉키게 되어서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데 승진이가 제 위에 있던 넘을 확 밀쳐내는 순간
승진이의 얼굴쪽으로 각목이 날아드는 걸 보았고 승진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자리에 푹 고꾸러 졌습니다. 쓰러진 승진이를 보고는 녀석들도
당황했는지 도망을 쳤고 저는 승진이를 일으키려 했으나 승진이는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덩치가 큰 승진이를 업기도 힘에 부쳤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저 소리만 질렀습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마침, 주차장에서
차를 빼려던 아저씨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승진이는 코뼈가 부서졌고 3개월간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나: 짜식. 오늘은 좀 어때? 냄새는 맡을 수 있어?

승진: 그만좀 와라. 지겹다 지겨워 맨날 빈손으로 오는 거 미안하지도 않냐?

나: 조금 낫다고 엉아한테 앵기네?

승진: 이 쉬방새야. 나 좀 델구 나가서 두꺼비좀 사주라.

나: 오케... 의사선생님한테 일러주께...

다행히 녀석은 멀쩡하게 내 곁으로 돌아왔고 학력고사란 현실의 벽 때문에
한동안 만나는 걸 자제했습니다. 합격자 발표날 다시 우리는 만났습니다.

나: 어떻게 됐냐? 난 부터쓰~~

승진: 나야 잘 될 리가 있냐? 병원에 그렇게 처박혀 있었는데...

나: 그래두 너 공부 열심히 했잖아?

승진: 남들이 들으면 나를 존경하지 않을까? 고딩 3년때 그렇게
사고치고 병원신세도 진 넘이 대학에 붙었다고 하면 말야.

나: 이 자식...붙었구나? 엉아를 델구 놀아?

그날, 우린 두꺼비를 맛나게 마셨고 영원히 좋은 친구됨을 약속했습니다.

대학생활이 보기보다 힘들기도 했고 적응하려니 시간도 모자라서
하루 이틀 승진이를 보게 되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급기야 1년이 지나면서
연락도 거의 못하게 되었습니다.

승진이도 두어번 이사를 했고 저 역시도 이사를 했었기에 연락이 될 리도
만무했었습니다. 암튼 기억속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승진이의 소식을 듣게
된 건 강남의 한 까페에서 우연히 만난 ´규태´에게서였습니다.

규태: 야... 이거 얼마만이냐? 넌 뭘하고 살았길래 연락도 안하냐?

나: 와! 규태! 정말 반갑다. 이사도 가고 승진이 넘이랑 너한테
전화해 봤었는데 연락이 안되더라?

규태: 승진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사를 했으니까 그렇지.
그 전에라도 연락을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여튼 넌 의리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이다.

나: 승진이는 학교 잘 다니지? 너두 잘 지냈구?

규태: 난 지금 직장당기고 승진이는 의경에 입대했어.
담주에 휴가 나오니까 같이 만날래? 참 너 연락처좀 줘.

이렇게 해서 가까스로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승진이의 휴가날
고딩때의 3총사가 다시 모인다는 반가움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따르르릉~

나: 여보세요?

?: 여보세요 거기 형철이네 집이죠? 형철이 있습니까?

나: 전데요 누구세요?

?: 웃긴녀석이 바로 너였냐? 너 이제 죽을 줄 알아라.

나: 누구...냐니까요?

?: 목소리도 잊어버렸냐? 형님이다. 하하하~

나: 승진이냐? 야 너 목소리 정말 주긴다~

승진:나 낼 모레면 휴가니까 꼭 보자. 휴가 나가서 내가 전화할게
이번에도 얼굴 못 보면 넌 그 땐 친구도 아니다 알겠냐? 제사상
차려놓고 기다리! 반가운만큼 두들겨 패줄테니까.

나: 걱정말어 나두 니넘이 보구싶다. 우리 그날 두꺼비(소주) 스무마리는
잡아야지...하하하하~

이렇게 우린 극적으로 목소리를 확인했고 드디어 승진이가 휴가를
나오는 날이 되었습니다. 규태가 승진이를 만나서 내게 전화를 하면
환상의 고딩 3총사가 다시 모여 두꺼비를 잡겠지...하며 초 저녁부터
전화를 기다리며 기분이 들 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화는 밤 11시가 넘도록 오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난
화만내고 있었습니다. [나쁜넘들 지들끼리만 재미보겠다 그거지?]
[어디 전화만 해 봐라...] 결국 12시가 넘어도 전화가 오지 않았고
전 포기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1시가 넘은 시간에 전화벨이 울렸
습니다.

나: 여보세요?

규태: 형철아. 너 승진이 보구 싶다구 했지?

술이 잔뜩 취한 목소리 였습니다. 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전

나: 니들끼리 재밌게 놀아라 자식들아.

규태: 그게...아니구...너...지금...승진이...보러 와라...

발음까지 이상한 규태의 목소리 였습니다.

나: 안간다니까? 지금 시간이 몇시냐? 낼 만나자.

규태: 너...이새끼! 승진이 보구싶다구 했잖아!!
지금 승진이 여기 있으니까 오란말야 새끼야!!

나: 규태 너 미쳤냐? 왜 나한테 성질이야?

그러자 규태는 소리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아니 통곡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규태: 너랑 승진이랑 만나면 좋을 거 같았는데 그런데...그런데
승진이가 죽었어... 여기 순천향 병원이야...

정말...하늘이 다 깜깜해지는 소식이었습니다. 순간, 내 머리속에는
워낙 장난을 좋아하는 놈들이니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나: 알았어 지금 갈께.

급히 차를 몰아 순천향 병원으로 향했고 병원에 도착할 때 까지 도무지
믿지 못했던 저는 영안실에 들어가서 승진이의 웃는 얼굴 모습의 사진에
검은 띄 두개가 쳐 있는 걸 보고서야 믿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봉고차를 타고 한남대교 다리 밑으로 추락해 승진이는
그자리에서 숨졌고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 놀라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승진이의 동생이 가지고 온 승진이의 수첩 속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2월 4일 드디어 1년동안 숨어있던 형철이 찾아냄. 휴가나가는 날은
형철이 제삿날"

고등학교 시절 친구간에 의리가 뭔지, 희생이 뭔지를 가르쳐 주었던 놈의
메모를 보고 잠시라도 잊고 지냈던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이라도 더 만났으면 반쪽 얼굴로 마감한 녀석에게
이렇게 미안할 일도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눈물로 변해 녀석이
납골당에 안치되는 그 순간까지 흘러내렸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녀석과 찍었던 천진난만한 사진을 보며 괴짜중의 괴짜였던
녀석을 떠올립니다.

주위에 있는 친한 친구를 잃지마세요. 훗날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감성열전(닉네임)



출처:다요기 http://www.dayogi.com



2007년 01월 23일 10: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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