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오늘도 애들은 학교 뒷편 뚝방에 모여들 있었습니다.
성규: 헥헥~ 아이구 헥헥~ 야~! 내가 좋은데 알아냈어.
천호동 뒤쪽인데 빈 건물이 있지 모야?

나: 거기가, 음... 괜찮은 곳이야?

성규: 당근~ 술 머꼬, 담배 피고~ 놀기엔 딱이야.
궁상맞은 뚝방보다야 낫지. 차비가 좀 들지만.

막상, 가서 본 빈 건물은 4층쯤 되는 건물이었습니다.
공사를 하다가 만... 무슨 구청처럼 생긴...

나: 히히~ 여기 완죠니 캡 죠타. 춤연습도 할 수 있겠는걸?
그럼 니들에게 임무를 주겠다. 니덜은 각자 나가서
이불과, 먹을 거리와, 술과, 담배와 암튼 필요한 것들을
모두 조달해 와라.

애들: 넌? 넌 모하구?

나: 나? 여길 지켜야지. 난 나가봤자 짱밖에 더 보겠어?

애들: (나원참 더러워서...저 쉐이는 항상 저래...으휴... 소곤소곤)

나: 명강아...? 너 지금 모라구 소곤거려? 함 뎀빌래?

애들: 됐어... 넌 할줄 아는게 뎀벼밖에 없지? 하튼 꼬라지는...

아지트 구입 기념으로 우리 멤버 16명은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나: 이제부터 우린 열라 놀자~ 무진장 망가져 보는 거야.

태훈: 내가 선창을 한다~ 아싸~ 그대를 만나면서~ (춤 흔들흔들)
내 꿈은 피어나고~

나: 음... 난 화장실...

인륜지 대사를 치르는 시간은 대충 30분... (어렸을 때 부터
화장실에서는 골똘히 생각하는게 많았습니다.)

어느덧 애들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었고, 막걸리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소주에 막걸리에...춤에, 노래에...한마디로 난장판...

나: 이제는 내가 노래한다~ 다들 경청해. 흠흠~
이렇게 비내리는 밤~ 그대는 내게 말했죠~ 오오오~
까아만 내 눈을 보며 날 사랑한다 했었죠~~~ 아싸 가오리~

태훈: 난 화장실.

성규: 나두 화장실.

춘호: 난 집에 전화...

나: 야~ 이 쉬방새들아~~~~~~~~~~~~~~ 어딜 가? 내가 노래하고
춤 추는데.

애들: 볼 일 보러. 너두 아까 화장실 갔자너.

나: 난 나구 니덜은 니덜이지. 건방지게...

애들: 헉~ 꼴값하고 있네... 니 X은 칼라냐? 냄새 안나?

나: 그래두 내가 힘들게 노래하는데 들어야지...그래두...

애들: 야...듣자 들어. 저쉐이 저러다가 꼬장핀다.
주먹쥐구 팔 돌리면서 또 뎀벼를 연발할 거야.
아주 지겹다 지겨워... 저 꼬장.

나: 나 노래 안해... 니들끼리 놀아. 나 집에 갈께.

애들: 야~ 모 그거갖구 삐치냐? 잘 들어주께 계속 해.

나: 히히~ 정말? 아~ 그러나 가버렸나요~ 날 두고 떠나셨나요~~
그대의 하얀미소가 정말 거짓이었나요~~~~오오오오오오~

애들:(머리를 저으며) 쟨 단순해서 다 믿어... 쯧쯧...

하루를 훌쩍 제껴버린 그 다음날, 대충 잠들어 있던 저를
누군가 흔들어 깨웠습니다.

규태: 형철아, 일어나. 빨리.

나: 시로. 더 잘거야. 나 못 일어나.

규태: 어떤 아저씨가 칼들고 온다. 정말이야.

칼이란 소리에 번쩍 눈이 떠진 전 창문으로 그 사람을
봤습니다. 두 아저씨중 한 사람은 칼을 한 사람은 몽둥이를
들고 조심조심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나: 애들 다 깨워 빨리~ 빨리~

도망을 치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고, 어쩔 수 없이 결사항쟁을
선포하고 말았습니다. 아저씨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순간
규태의 앞차기가 정확히 아저씨의 배에 꽂혔고,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규태: 도망가자~ 빨리~

건물을 빠져 나가는 순간, 우리들은 모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건물 주위를 포위한 경찰들!

결국, 모두 잡혔고 난생 처음으로 은팔찌를 차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파출소.

머리를 무수히도 쥐어 박혔고, "너 강도지?" "너 도둑넘이지?"
"너... 학교에서 문제아지?"란 추긍을 받았습니다.

배를 걷어차인 아저씨도 그 앞에 앉아계셨습니다. 잠시후...
연락을 받은 부모님들이 속속 파출소로 모이셨습니다.

무릎을 꿇고 비는 우리 어머니와, 자식을 패는 아버지...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는 어머니들과 경찰에게 돈을 넘기는
아버지들... 한바탕 소란이 이어졌고 급기야...

배를 맞은 아저씨: 이보세요들~! 경찰이나 부모님들이나
이게 무슨 추탭니까?

모두들 벙벙~~~

아저씨: 학생들이 빈 건물에 모여 난장판을 피웠으면 거기에
맞는 처벌을 하면 되는 거죠. 왜 때리고, 협박하고
문제아로 몰고 가십니까? 그리고 학부모님들도 그래요.
돈을 건네고, 애들을 때리고... 이게 무슨 추탭니까?

결국, 사건은 이상하게도... 그 아저씨의 중재로 해결이 되었고
그 아저씨는 다름아닌 그 건물을 관리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부모님들과 우리들과 아저씨는 한자리에 모였고 식사를 하며
모두들 웃는 낯으로 용서를 하고 용서를 받았습니다.
물론, 그 건물을 깨끗히 청소하는 임무도 받았습니다.

나: 왜 고생을 사서 하냐...? 으휴. 성규 너 때문에 그래.
어서 빈 건물은 하나 봐가지구...

애들: 냅둬...형철인 항상 남의 탓이지. 뎀벼뎀벼~ 안 하는
것만 해두 어디냐...?

아저씨: 무슨 잔소리들이 많아? 4층까지 아직 멀었다.
깨끗히들 청소해!!!

하루종일 청소를 했고... 저녁 무렵이 되서야... 일은 거의
끝났습니다. 그 때 커다란 상 서너개가 들어왔습니다.

우리들: 어어? 어어? 이게 모예요?

아저씨: 관리소 직원들이 니들 수고했다고 파티해주는 거다.

관리소 아저씨들과 막걸리에 삼겹살을 나누어 먹으며
저의 노래는 이어졌습니다.

나: 천둥사안~ 바악달재에를 울고 넘는 우리 니임아~

아저씨: 얘들아 나 잠깐 화장실~

나: 치... 나 노래 안해.

애들: 또 시작이다. 쟨 때도, 장소도, 분위기도 안가려...


그 아저씨는 술이 거나하게 오르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저씨: 모름지기 사람은 뉘우치면 되는 거다. 니들 때의
생각은 깊지 않기 때문에 항상 잘못을 하기 마련
이지만 뉘우치는 그 순간에 늘... 그 잘못은 용서
된단다. 괘씸한 마음에 아저씨가 니들 고생좀 시
켰으니 이만하면 내 배와 니들 수고가 다 용서되
겠지...? 하하하~

그 후론, 그 아저씨와 그 건물을 같이 청소를 했고 정원을 같이
가꾸기도 했으며 우리만한 아들 딸이 있는 아저씨는 늘 반가이
맞아 주셨습니다.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타락,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한 번의 그 잘못들...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눈엔 어떻게 비춰질까요? 막연히 나쁘다고
단순히 못된 행동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푸념하며 그 잘못에 손가
락질 하고 있는건 아닌지요?

그들의 잘못에 가장 특효약은 냉정하고 준엄한 '처벌'이 아닌
끈임없는 관심과, '용서'입니다. 한 번의 잘못에 한 번의 처벌
을 가한다면...어쩌면... 그 처벌은 그 아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타락'의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감성열전(닉네임)

출처:다요기 http://www.dayogi.com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