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陝西)성 성도인 시안(西安)에 사는 리(李)모(28)씨는 데이트를 마치고 여자친구를 집까지 바래다 주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깜짝 놀랐다.
그는 머리 위 택시 천장에서 번쩍이고 있는 빨간색 불빛이 몰래 카메라인 것으로 착각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얘기하고 있는데 왜 몰래 들여다 보고 있느냐"며 택시기사와 대판 싸웠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경찰의 지시로 카메라를 장착한 것"이라며 절대 데이트 장면을 훔쳐 보지 않았다고 맞섰으며 리씨는 급기야 택시기사 멱살을 잡고 경찰서까지 가서야 화를 풀었다.
중국 경찰은 24일 택시강도 예방을 위한 보안 상의 이유로 택시 내부 운전석과 뒷자리 천장 등 두 곳에 카메라를 시범 설치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강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은 시안 외에도 지난해 11월부터 청두(成都)와 선양(瀋陽) 시내 택시 1만여대에도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면서 이 카메라는 동영상이 아니라 사진만 찍는 카메라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감시 카메라에 찍힌 사진은 강도 사건이 발생할 경우 경찰의 증거물로만 사용된다고 강조하고 택시는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들도 자신들이 사진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감시 카메라가 시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것은 물론 기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택시는 버스와는 달리 완전한 공공장소가 아니며 택시 내부에서는 승객들이 밀접한 관계를 표시할 수도 있다면서 카메라 설치는 사생활 침해라고 반박했다.
치안 전문가들도 택시 감시카메라가 기사들의 안전을 증대시킬 수는 있으나 여름철 승객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누구나 훔쳐보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전개했다.
중국에 사는 외국인들로서는 강도로부터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택시 내부에 설치된 철창을 보고 섬뜩한 기분을 지울 수 없는 마당에 카메라까지 의식해야 한다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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