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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2년 무렵 여름방학을 제멋대로 연장하고 가평에
눌러있을 때 였습니다.

춘호: 아쒸, 돈이 다 떨어져서 멀 먹구 사냐?

규태: 그러게...쩝~

동복: 니들, 빵 좋아하냐? 가평에 빵공장이 있는데
거길 함 털어볼래?

나: 엉. 털자. 대신 난 짱만 본다... 니덜두 알지?
울집 족보는 대대로 짱만 봤다.

빵공장의 벽은 예상외로 높았지만 감시하는 사람도
없는 빵공장은 고도로 숙련된 애들의 실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며칠동안 빵공장을 털어 배를 채운 우리들은 의기양양~

나: 하하~ 얘덜아, 나도 짱만 보는데 아주 질렸어
이번엔 내가 직접 월담을 해보마~

춘호: 이야~ 형철이가 웬일이래?

드디어, 제가 앞장서 빵공장의 담을 넘는 그 날.

달빛이 유난히 밝았고, 바람도 한점 없는 그런 조용한
밤이었습니다.

규태가 무등을 태워주어 담을 훌쩍 넘어서 멋있는 자세로
사뿐히 착지에 성공한 저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나: 히야~ 이건 완죠니 빵들의 잔치구먼. 이건 카스테라,
이건 단팥빵, 이건 앗!! 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

신이난 저는 담장 너머로 빵박스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휘익~ 털썩~ 휘익~ 털썩~

나: 하하~ 이제 마지막으로 춘호가 좋아하는 단팥빵 한 박스만
던지고 멋있게 담을 넘어야지...

뒤로 물러서서 담장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려가서 타다다닥~
벽을 힘차게 밟고 담을 넘는 형철이-_-;;

나: 얘덜아~ 비켜~ 착지다~!

자신있는 포즈로 빵박스가 널브러져 있는 곳을 살짝 피해
사뿐히 내려앉은 저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어깨에 힘을
주고 씨익~ 웃었습니다.

나: 어? 어? 왜 일케 주위가 썰렁하지?

꼼짝마!!! 하는 우렁찬 소리가 들리더니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저를 위협했습니다.

나: (총을 만지작 거리며) 아저씨...이거 진짜 총이예요?

억지스레 애교를 떠는 나의 오버모션을 무시한 군인아저씨는
매정하게도 인상을 험하게 지으며 사정없이 일격을 가했습니다.

퍽~! 워커발에 걷어차인 저는 배를 잡고 고꾸라졌습니다.

군인: 이노무 시키!! 감히, 군대에 보급하는 빵공장을 털어?

나: 애들은 어디있어요?

군인: 애들은 무신 애덜!! 너혼자 삽질하고 있던데...

나: (나쁜 넘들...)

그날따라 재수가 없게도 군인들이 무신 작전을 나왔다고
했습니다.

군인: 임마! 무릎 꿇어!

나: 넵!!! 털썩!!

군인: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나: (발라당 발라당)

군인: 동작봐라! 거밖에 못하나!!

거의 한시간에 걸쳐 얼차려를 받은 저는 거의 실신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나: 엉엉...아저씨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싹싹~

군인: 나쁜 넘 같으니...

군인아저씨들은 제가 집을 나온 걸 알고는 꼭 집에 들어가라며
용서를 해주셨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진채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에 돌아온 저는 애들을 설득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춘호: 엉엉~ 사실은 나도 엄마가 보구싶었어...

규태: 내 동생 아프다고 했는데...우왕~

나: 울지마...쉐이들아! 흑흑~!

그렇게 가평에서의 가출생활은 끝이 났고,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는 " 그래, 집 나가니까 맘 편하고 몸 편하디? "
하시며 끝내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돌이켜 생각하면 한때의 소중한
추억이지만 무던히도 집이 그리웠었습니다.

배가 고플 때면 어머니가 해주신 따듯한 밥 한 그릇이
눈에 어른거렸고, 배탈이라도 났을 때면 보리차를 끓여
주시며 배를 어루만져 주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가장
먼저 생각났었습니다.

가끔은 어머니보다 다른 것들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스스로가 문득 문득 미워지곤 합니다.


감성열전(닉네임)

출처:다요기 http://www.dayo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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