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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대선, 젊은층이 바라는 것

한국사회의 방향성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필요

 

 2002년 대선 이래, 정치권에서 2-30대 젊은층의 표심을 잡겠다고 하면 으레 3가지 방법이 논의된다. 첫째,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마련하고, 둘째, 대중스타를 동원하며, 셋째, 취업 및 병역 등 특혜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환경과 세대의식이 이미 크게 바뀌었다. 정치인이 네티즌만의 공간에 갤러리를 만들었다 악플로 공격받고, 함부로 연예인을 동원하다 팬클럽의 공공의 적이 되는 시대이다.

 지난 5년 간 한국의 대중문화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30대의 젊은층은 이 영역에서 능동적인 참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미국이나 일본의 스타를 동경하지 않는다. 올해 스크린쿼터 축소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68%로 신기록을 세웠고, 미국영화는 가까스로 20%를 넘겼을 뿐이다.

 인터넷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해 미국의 UCC 사이트 유투브닷컴의 선풍적인 인기에 힙입어 타임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YOU'를 선정한 것도 한국 젊은층이 보기에는 어색한 일이다. 한국은 인터넷 초기시절부터 시민기자제, 독자논객제를 통해 UCC 시대를 열었다. 동영상 역시 까페 및 블로그에서 자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한국의 인터넷은 이미 그 자체로 UCC이고, 네티즌은 접속하는 순간 벌써 'You'였던 것이다. 대중문화와 인터넷에 대해서라면 한국의 2-30대는 건국 이래 선진국 콤플렉스를 극복한 첫 세대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의 체험과 달리 종합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한미FTA 체결에 대해, 2-30대에서의 반대여론이 가장 높다. FTA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대중문화와 뉴미디어 영역에서 미국의 정신적 식민지로 전락할까 두려워서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들의 체험으로는 그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럼 대체 일상의 체험과 정치적 판단의 결과가 왜 이토록 다른 것일까?

 아직까지도 2-30대의 정치적 성향은 상대적으로 진보가 높게 나온다. 문제는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진보와 보수를 구분했느냐이다. 현재까지는 한미FTA 반대면 진보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면 진보이다. 대미 강경 발언을 지지하면 진보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면 진보이다. 모든 정책담론이 진보와 보수라는 틀에 갇혀버린 한국에서 자신이 진보가 되려면 무슨 답을 내야하는지 정해져있다. 더구나 진보라는 브랜드는 이미 진취와 혁신이라는 가치지향성을 선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러한 진영논리로 답이 결정된 의제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문제의 경우는 다르다. 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20대 남성층에서 반대의견이 높게 나온다. 자신들의 군입대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그럴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해 말 청와대에서 선심성으로 군복무 단축안을 내놓았을 때, 20대 남성층에서 절반 이상이 이를 반대했다. 이는 윗세대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한미FTA 같은 복잡한 사안은 기존의 진보와 보수론에 따라가지만, 군복무와 같은 피부에 직접 와닿는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해는 물론 현실 가능성까지 감안해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더이상 젊은층은 정치권의 이벤트형 번개팅, 비현실적인 선심공약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대중문화와 인터넷이라는 일상의 변화를 세계 속에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설명할 수 있는 선도적인 담론을 필요로 한다. 그 담론은 기존의 고착화된 진보와 보수의 틀을 넘어서야 하며, 거기서부터 다시 내려와 한미FTA와 같은 정책, 그리고 취업, 군대 등 젊은층의 관심사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2-30대는 “영화, 드라마, 인터넷 상에서는 늘 최고인데, 왜 취업은 안 되고, 나라는 혼란스럽고,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가”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2007년 대선의 2-30대의 표심을 결정하지 않을까.

 

 * 조선일보 시론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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