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12일 공청회를 통해 밝힌 초ㆍ중등 교육과정 개정안 가운데 고교 선택과목군을 현행 5개에서 7개로 확대한다는 방안과 관련한 학생들의 학습부담 증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입시위주의 `과목편식'을 막기 위해 선택과목군을 늘리기로 했다는 입장인데 반해 일부 학생, 학부모들은 "필수과목 수를 늘려 학습 부담을 가중하는 조치다", "7차 교육과정 취지에 역행하는 정책이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교육부의 제7차 초ㆍ중등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인문ㆍ사회군, 과학ㆍ기술군, 예ㆍ체능군, 외국어군, 교양군 등 5개로 구분돼 있는 고교 2, 3학년의 선택과목군이 2012년부터 국어ㆍ도덕ㆍ사회군, 수학ㆍ과학군, 기술ㆍ가정군, 체육군, 음악ㆍ미술군, 외국어군, 교양군 등 7개로 확대된다.
기존의 5개군 가운데 과학ㆍ기술군을 수학ㆍ과학군, 기술ㆍ가정군 등 2개로, 예ㆍ체능군을 체육군, 음악ㆍ미술군 등 2개로 각각 세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반드시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은 현재 6개에서 8개로 2과목 늘어난다. 과목군별로 1~2과목 이상은 반드시 이수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는 과학ㆍ기술군에서 1과목, 예ㆍ체능군에서 1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면 되지만 2012년부터는 수학ㆍ과학군에서 1과목, 기술ㆍ가정군에서 1과목, 체육군에서 1과목, 음악ㆍ미술군에서 1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교육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게시판 등에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늘린다"는 내용의 항의 글이 무더기로 올라오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입시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고교 2, 3학년 과정에서까지 체육, 음악, 미술, 기술, 가정 등의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고3이 된다는 한 학생은 "지금도 수업 일수가 충분히 벅찬데 과목수를 늘린다면 도대체 아이들은 어찌하란 말이냐. 과목수가 늘어나면 자율적으로 공부할 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초등학생 5학년 아들을 뒀다는 한 학부형은 "예체능의 경우 재능있고 취미 있는 아이들은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하는 법인데 왜 재능 없고 사교육 받을 형편도 안 되는 아이들에게까지 필수로 시키느냐"고 반발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상임대표는 "그러잖아도 수능, 내신, 논술 등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필수과목까지 늘리면 그 부담을 어찌 다 감당하느냐. 교육과정 개정이 교사들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육부는 선택과목군 확대가 입시위주 교육에 밀려 수능과 연관있는 과목에만 아이들의 선택이 몰리고 예ㆍ체능 등 일부 과목은 고사 위기에 있는 등 학업 편중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필수과목 수 역시 현재 6개에서 8개로 2과목 늘어나는 것이고 이 역시 주로 예체능 과목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교육부는 해명자료에서 "고교 2~3학년의 이수 과목수는 현재와 같고 필수과목만 8개로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 6~7개, 영국 8개 등 외국과 비교해 결코 많은 게 아니다. 예체능 과목 내신을 반영하는 대학도 거의 없기 때문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김대원 교육연구관은 "체육, 음악, 미술 등은 입시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에겐 오아시스 같은 과목이다. 특히 체육의 경우 그동안 필수과목에서 빠지면서 아이들의 체력 저하 등 건강 문제가 늘 지적돼 왔던 점에 비춰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교육과정심의회 심의를 거쳐 다음달 26일 최종안을 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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