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기 며칠전..남편 이모씨가 제 둘째동생과 심각한 얼굴로 뭔가를
의논하더니 밖으로 나갔더랬습니다..
그리고..약 30분후 탈영병같은 모습으로..-_-;; 제앞에 나타나더군요..
"허억~! 그 머리..뭐야~?? 군징집영장이라도 다시 나온거야??"
남편 이모씨의 머리카락은 마치 군입대를 앞둔 사람처럼 짧게 잘려져 있었
습니다..
"둘째처제랑 의논해봤는데.. 아무래도 머리카락을 자르는게 낫겠다 싶어서..
자~~ 한번 잡아당겨봐.. 후훗~ 안 잡히지? 안 잡히지??" -_-;;
제게 머리카락을 쥐어뜯길까 노심초사하던 남편 이모씨의 마지막 몸부림은..-_-
처참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셋째동생...혀를 끌끌 차더군요..
"형부..차라리 머리카락을 쥐어뜯기고 말지..목채로 뽑히고 싶어요~?" -_-
제동생들은 아기를 낳는 절 걱정하기보다 아기낳을때 제옆에 있게 될 자신들의
형부의 안위를 더 걱정하더군요..-_-
어쨌든 아기를 왜 이렇게 늦게 낳느냐고 성화를 부리던 동생들과 남편 이모씨는
절 끌고 동네방네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헉헉~~ 나 더이상은 못 걸어~!! 차라리 나를 죽여~~~~~!!!"
"1시간밖에 안 걸어놓고 이게 무슨 엄살이야?? 책에서 못 봤어? 걷기운동이
순산의 지름길이라는걸?"
"너네가 지금 나 순산시키려고 걷게하는거야~?? 아기 빨리 낳게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나 더이상 못 걸어~~!! 늦게 낳고 말래~~~"
뜨거운 태양아래서 갑자기 느껴지는 서늘한 한기....
"언니...걸을래? 아님...계단에서 한번 구를래?? 우리도 계단에서 언니
한번 굴리는게 더 편해~" -_-+
조카를 보겠다는 열망으로 제정신이 아닌 그들의 눈길속에서...제가 살아남을
길은 묵묵히 걷는길밖에 없었습니다..
어쨌든..걷기운동으로 인해서인지..-_-;; 15일이라는 예정일보다 빠른 8일날..
저는 마침내 천사를..^^;; 낳게 되었답니다..
7일날 오후...그날도 전 동생들과 남편 이모씨의 손에 이끌려 동네를 순회하고
있었더랬습니다..-_-
그러던중..갑자기 살살 아파오기 시작하는 배....
"잠깐만~!! 나 이제 그만 걸어야겠어.. 진통이 오는거 같애.."
휘리릭~~ 저를 노려보는 4쌍의 눈알들(?)...-_-;; -_-+ -_-+ -_-+ -_-+
"속는것도 한두번이지~ 걷기나 해~~"
전 그전에 걷기운동중..-_- 몇번이나 배가 아프다며 꾀병을 부려 부랴부랴 집에
돌아와 병원에 갈 준비를 하는 남편 이모씨와 동생들에게.. 배설의 욕구에 의한
진통이였다고..-_- 거짓말을 하곤 했더랬습니다..^^;;
"이번엔 진짜야~!! 진짜루 배 아프단말야~!!!"
"조금만 더 걸어.. 저기 앞에 화장실있으니까 거기서 해결해~" -_-
"ddong(?)이 아니라니까~!!"
그러나..이미 양치기임산부가 되어있는..^^;; 제말은 무시되어버리더군요...
진통은 그렇게 다가왔다가 소리없이 사라져버렸고..저는 그냥 가진통이였거니
생각하며 묵묵히 걸었습니다..
그리고..약 10분후...또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진통을 호소하는 제말은..역시..거짓말로 간주되어 묵살되었습니다..-_-
평소에 진실되게 살아야겠다고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였습니다..-_-
어쨌든 예정대로 2시간가량 걷기운동을 다 끝마치고 집에 돌아왔을때...진통은
7분간격으로 변해있었고..이슬도 비쳤더랬습니다..
사실 TV나 영화를 보면 병원에 가는 차안에서 여자들이 하도 소리를 지르고
아파하길래..진통이 그렇게 처음부터 아픈건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5분간격으로 아플때도 그냥 스르르 배가 굳어지며 아프다가 금방
괜찮아지길래..저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어쨌든 그제서야 진통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흥분한 남편 이모씨와
동생들과는 달리 저는 침착할 수 있었습니다..
"빠..빨리..벼..병원...가..가야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버버벅거리는 남편 이모씨...-_-
짐을 싸네, 의료보험증을 찾네, 아기용품을 찾네 수선을 피우는 세 동생들..
"좀 더 있다 가.. 아직 나올때가 안된것같은데.. 별루 안 아파~"
TV를 보며 깔깔거리고 웃고 과자까지 바삭바삭 먹고 있는 절 보고..남편 이모씨와
동생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군요..-_-
어쨌든 그렇게 집에서 밤 11시쯤 나와서 병원에 갔더랬습니다..
"우이쒸~~ 아직 아니라니까~ 분명히 병원에서 돌려보낼걸? 더 있다 오라구~"
그러나...병원에 가서 내진을 받자마자 간호사가 분홍색옷을 주며 입으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제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더랬습니다..
아기를 낳을 아픔에 대한 공포가 앞설거라고 생각했는데...의외로 공포보다는
소풍가기 전날밤과 같은 설레임이 더 앞서더군요..
우후후후후훗~~~ 드디어 낳는구나~~~ 룰루랄랄라~~~ ^^;;
분홍색 산모복을 입는데 진통이 잠깐 오는 와중에도 히죽히죽 바보처럼 웃음이
입가에 배어나오더군요..
까딱했다간 노래까지 부를뻔 했더랬습니다..^^;;;
어떤 고통이 올지도 모른채...전 그렇게 마냥 들떠서 아기를 낳는다는 생각에
즐거워하며 분만대기실로 들어갔습니다..
분만대기실에는 산모만 들어갈 수 있고 보호자는 들어갈 수 없었더랬습니다..
분만대기실에 들어가기전 잠깐 보게 된 남편 이모씨와 둘째 동생...
남편 이모씨...완전히 동상이 되어 있더군요..-_-
"후훗~ 나 이만 아기낳으러 들어갈께~~" ^_^
"무...무...무서워..하지 말구...자..자..잘...잘..낳을거야...바..바..밖에서
기..기다릴께..."
무서워하고 있는건 제가 아니고 남편 이모씨였습니다..-_-
"걱정하지마~ 떨지 말구~ 남들 다 잘 낳는 아긴데 나라고 못 낳겠어~?"
제가 오히려 남편 이모씨의 손을 꼬옥 잡고..-_- 위로를 해줘야 했습니다..-_-;;
여자는 약하다...그러나..어머니는 강하다....그리고...애낳는 여자는 더욱더
강하다..... ^^;;
제게 손을 꼬옥 잡힌 남편 이모씨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더군요..-_-
다시한번 남편 이모씨를 토닥거려주고..^^;; 분만대기실로 들어갔더랬습니다..
그리고.......전 아기를 낳는.....무시무시하고도....행복하고도...끔찍하면서..
기쁜 순간으로 접어들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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