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컷어프 및 최하위 수모에도 불구, 계속되는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의 남자 골프투어 도전을 놓고 세계적으로 점차 냉소적인 시각이 늘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셸 위가 몸값을 올리는 수단으로 ‘성 대결’ 카드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LPGA 무대에서 아직까지 우승 경험이 한 번도 없는 그녀가 나이키, 오메가 등 세계적 기업의 광고모델이 된 것은 순전히 ‘성 대결’ 이미지를 통해 형성된 브랜드의 ‘거품’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셸 위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비록 우승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올해 그녀의 성적은 그야말로 발군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셸 위는 올 들어 메이저대회 4개를 포함 총 6개 대회에 출전하여 총 645,116달러의 상금을 거둬들였다. 특히, 4개 메이저대회 중 무려 3개 대회에서 톱5에 진입했다. 이에 필적할만한 성적을 거둔 선수로는 쥴리 잉스터 정도가 유일하다. 애니카 소렌스탐도, 케리 웹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6개 대회에서 645,116달러의 상금을 거둬들였으니, 이는 대회당 평균 107.500 달러를 획득했다는 것이다. LPGA 최정상급 선수들이 현재까지 평균 20개 대회 정도를 소화했음을 감안할 때 200만 달러 페이스에 해당된다.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로레나 오쵸아도 아직 200만 달러를 넘기지 못했음을 감안할 때 미셸 위의 성적은 충분히 최정상급에 해당된다. 645,116달러의 상금을 액면 그대로 넣더라도 상금랭킹 15위에 해당된다. 단 6개 대회만 소화하고도 20개 대회를 소화한 선수들과 합산한 순위에서 톱20에 들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미셸 위에게도 나름대로의 고민은 있다. LPGA가 ‘만 18세 이상’이라는 연령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작년 프로로 전향했음에도 불구 아직 정식 LPGA 등록 선수가 아니다. 상금랭킹은 물론, 각종 LPGA 공식 기록표에 ‘미셸 위’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녀가 메이저 대회를 포함 6개 대회에만 출전한 것도 여자골프 세계랭킹을 고려한 특별초청 케이스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게 2~3개월에 한번 꼴로 대회에 출전하면서도 앞서 이야기한 성적을 남겼으니 그녀가 ‘천재소녀’인 것만큼은 분명히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녀가 이제 17세가 되었다는 점이다. 14~15세일 때에는 성인들이 ‘장래가 촉망받는 유망주’로 너그럽게 보아줄 수 있지만 17세가 되면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사실상 어른과 동일한 활약을 기대하게 된다. 러시아의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는 17세에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했으며, 과거 독일의 ‘테니스 신동’으로 불리었던 보리스 베커 역시 17세에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했다. ‘축구 황제’ 펠레도 18세에 칠레 월드컵에 출전하여 세계적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기에 이제야말로 미셸 위는 진짜 벼랑 끝에 서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이제야말로 뭔가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며, 이는 남자투어 컷오프 통과라는 ‘깜짝쇼’가 아닌 진짜 실력이어야 한다. 그래서 LPGA 무대에서의 첫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시점에 와있다. 만일 미셸 위가 내년 상반기까지 LPGA 무대에서 첫 우승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그녀의 브랜드는 순식간에 ‘거품’이 빠져서 세계 스포츠팬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위기를 맞게 된다.
사실, 미셸 위가 마음만 먹으면 어지간한 LPGA 대회는 모두 출전할 수 있다. 충분한 인지도와 상품성을 갖고 있는 만큼 그녀를 특별초청하지 않을 대회 스폰서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꾸준하고도 일관성 있게 대회 스케쥴을 소화함으로써 경기 감각도 향상시키고, 경기 경험도 쌓아나갈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그녀가 갖고 있는 놀라운 파워와 잠재력을 감안할 때 제대로 작심만 하면 올해 안에도 우승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미 PGA 최정상 선수인 스콧 버플랑크는 미셸 위에 대해 “먼저 LPGA 무대에서 4년 정도 여자 선수들을 완전 제압하고 난 후 20~21세가 되었을 때에 PGA 무대를 노크하더라도 늦지 않다”며 AP통신 인터뷰를 통해 공개 조언을 한 바 있다. 장 방 데벨트 같은 선수는 보다 심한 독설을 퍼붓고 있다. “나도 다리에 면도를 하고 치마를 입고 여자 대회에 나가겠다”며 미셸 위의 행보를 비꼬았다.
실제로 남자 PGA 선수들이 미셸 위에 대한 시선은 대체적으로 곱지 않다. 풀시드를 확보한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치열한 예선전을 거쳐야하는데 대회 스폰서가 흥행을 의식하여 특별초청 케이스로 미셸 위를 배려해주다 보니 출전 티켓 수가 하나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메가 유로피언 마스터스 대회 출전 당시 인터뷰에서 “남자는 여자 투어에 참가할 수 없는데, 여자가 남자 투어에 참가하는 것은 불평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미셸 위는 “그렇지 않다. 여자 대회는 ‘Women's'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남자 대회에 ’Men's'라고는 안 쓰여져 있지 않냐”며 재치 있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그녀가 17세의 ‘천재소녀’가 아니었다면 과연 특별초청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예선전을 거칠 경우에 과연 본선에 진출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와 같이 현재 미셸 위는 남녀 골프계로부터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끝내 그녀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이와 같은 ‘특별대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올 초여름까지만 하더라도 2~3위권을 유지하던 롤렉스 세계 골프랭킹에서도 미셸 위는 8위로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톱10에서 밀려나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먼저 스스로가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오만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LPGA 무대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라운딩하며 배우겠다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전 세계 스포츠팬들은 잠시 ‘깜짝쇼’를 벌이며 활동하다가 이내 사라지는 ‘깜짝스타’를 기대하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 마르티나 나블라티로바, 애니카 소렌스탐과 같은 오래 가는 ‘대스타’를 갈망한다. 그래서 미셸 위는 이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스콧 버플랭크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면서 보다 겸손하고도 착실하게 프로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한 성숙하고도 의연한 미셸 위의 모습을 이제부터라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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