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송민순 회고록 폭로와 관련, 말바꾸기를 시도하다 끝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진실 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당내 이견을 억누르는 친노 패권주의에도 새 정치를 통해 혁파해야할 대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총장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민순 회고록 논란은 NLL문제와는 다른 진실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논란 과정에서 말이 수시로 바뀌고 무책임한 태도와 모르쇠 일관하고 있는데, 이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것(회고록 논란)은 진실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인의 말이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의 말바꾸기 전력까지 언급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김 총장은 "지난 총선에서 호남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발언이 공수표처럼 되고 그냥 지나갔다"며 "(송민순 회고록 폭로) 문제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부패스캔들, 색깔론과는 다른 성격으로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재인을 감싸고 도는 더불어민주당의 친노 패권주의에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계파패권을 청산하지 않는 한 정권은 또 다른 권력형 부패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북한 인권이라는 중대 사항에 대해 당에 다른 의견이 있어도 이를 은폐·호도하는 제1야당의 태도 역시 친노·친문패권이 없었다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김 총장은 이날 개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아 국민의당의 대권전략도 공개했다.
그는 "현재 제3당의 집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며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 정주영 후보 16.3%, 이인제 후보 19.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양보했지만, 당시 여론조사에선 안철수 후보가 우위였다는 게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제3당 후보의 출현과 집권 가능성이 계속 점증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당 대선전략은 3당구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K스포츠재단 논란을 부패스캔들로 규정하며 "3당이 각축하는 구도에서 일단 현 새누리당의 재집권은 어렵다고 본다"며 "김무성 전 대표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재집권은 어렵다며 연정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내 친박 비판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총장은 문재인의 더불어민주당도 역시 집권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누리당 재집권이 어렵다면) 남은 것은 정권교체를 하되, 대한민국을 살리는 정권교체를 할 것인가 대한민국이 어려워지고 후퇴하는 정권교체를 할 것인가의 선택"이라며 문재인 불가론을 펼쳤다.
김 총장은 "지금 대한민국이 너무나 큰 위기에 있기 때문에 차기 대선은 대한민국을 위한 국익이 최우선 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가 당선된다면, 정권 교체라는 시대정신에는 부합하나, 과연 '새로운 정치'에 부합하는냐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패권정치, 계파정치, 국민분열 정치에 반대하는 세력을 하나로 묶는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향해선 새누리당으로 출마하지 말 것을 회유했다. 김 총장은 "(반 사무총장은) 동향사람이자 합리적이고 온건한 훌륭하신 분으로 아직 만나보지 않았지만, 아마 새누리당에 들어가서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생각을 전보다는 덜 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 분이 새누리당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대선정국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당 집권을 위해 반 총장의 불출마를 은근히 압박·회유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개헌과 관련해선 "개헌 이전에 우리 당으로서는 선거법 개정 문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소 선거구 하에서 치러진 총선 선거구도로 지난번에 국민들이 얼마나 어렵게 고민끝에 (국민의당에 투표해) 다당제를 선택했나"고 반문했다. 그는 "선거구제 개편과 결선투표제 도입 등은 개헌에 논의에 앞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감한 안보 현안에는 말을 아꼈다. 김 총장은 박지원 현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북한 김정일에 현찰 4억5천만불을 전달한 '대북 불법송금'과 관련 의견을 묻자 "그 부분은 제가 드릴 답변이 아닌 것 같다"고 회피했다. 최근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가 박지원 위원장을 비난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금의 북 핵개발을 사태를 보면 대북송금을 사과했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김대중 정부 최연소 과기부 장관을 지낸 인사로서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 총장은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대북송금 특검을 실시해 사법처리를 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 총장의 발언에 대해 "당 사무총장도 안보 이슈에 있어 (박지원 대표를 비난하지 못하는) 저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당의 모호한 안보관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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