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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 장외보수, 반기문 해바라기들로 전락할 텐가

반기문의 정체성, 박근혜 정권과의 관계 따져묻는게 우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 상 대권선언 이후 대권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충청대망론 속에서 김종필씨를 만난 뒤, “비밀 대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조만간 TK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만찬도 잡혀있다. 누가 봐도 유엔 사무총장의 공식 업무가 아닌 하나의 대권주자로서의 행보이다.

여의도에서는 국정장악력이 약화된 친박세력의 기획프로젝트라는 말이 돈다. 새누리당에는 현재 친박이든 비박이든 뚜렷한 대선후보 자체가 없으니, 친박이 반기문을 띄우며 당내와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권력을 잡을 수 있다면 뭐라도 하는 정치권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문제는 새누리당과는 반발 정도 떨어져있어야 할 장외 보수세력이다. 아직 보수단체에서 공식적으로 반기문 지지활동에 나서고 있지는 않으나, 묻지마식 지지여론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의 반기문의 국내 정치 행보는 분명히 비상식적이고 잘못된 측면이 있음에도 장외 보수언론이나 논객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짚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권 주자 한명 없는 새누리당의 마지막 희망이라도 본 것일까.

장외 보수세력이 반기문을 지지하기 전에 반드시 따져물어야 할 사안들이 있다.

첫째, 대체 반기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북한의 핵도발 사태는 어떤 원칙과 과정으로 풀어나갈 것이고, 세금은 올릴 것인 내릴 것인지, 복지비용은 어느 정도 생각하는지, 구태 공공영역은 어떻게 개혁을 해나갈 것인지, 반기문의 생각이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그냥 막연히 ‘외교관 생활을 했으니 보수적이겠지’ 이 수준의 기대감 뿐이다.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뭘 지지하고 어떻게 띄우란 말인가.

둘째, 반기문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라는 친박세력 혹은 박근혜 정권, 새누리당과 반기문의 계약은 안전한가. 반기문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각각 청와대 수석, 차관, 장관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으로 영전되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반기문은 야당 사람이며, 더 정확히 말하면 친노세력에 의해 부양되었다. 공식적 혹은 공개적으로 친박세력, 새누리당 세력과 반기문이 동지적 관계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6개월이 남았고, 대선은 그 뒤로 또 1년이 남았는데, 그때까지 반기문과 친박세력의 계약관계가 유지될 만큼 상호 간의 신뢰가 있냐는 말이다. 친박이든 반기문이든 그 가치를 잃어버리면 바로 남남이 될 관계가 아닐까. 국내외적으로 복잡하고도 살벌한 정국이 다가오는데, 이런 수준의 이해에 따른 계약관계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과연 이에 대한 답을 누가 줄 수 있는가.

반기문 대통령, 박근혜 정권 연장인가 교체인가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 정권을 재창출한다는 것은 정권 연장이다. 그렇다면 반기문은 박근혜 정권에 대해 최소한 6:4 이상의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은 이어가고 과는 바로잡는 정권 연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기문의 박근혜 정권에 대한 평가 역시 아무도 모른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만료 전까지 일반 국민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아마도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 뛰어들어야만 파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새누리당이 사분오열 되면, 그 당에 안 들어갈 수도 있다. 즉 정권연장을 위한 후보인지 정권교체를 위한 후보인지, 즉 야당 후보인지, 여당 후보인지 그 조차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냥 친박 실세 몇몇이 언론에 “반기문은 친박후보다” 이렇게 흘려주면 그거 믿고 따라가겠다는 말인가.

위에서 찍어주면 받들어 섬기는 노예들인가

최근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 이후, 이른바 장외보수 세력의 건강한 비판정신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표지 빼고 논문을 통째로 베낀, 전희경 당선자에 대해 ‘쉬쉬’ 넘어가고자 하는 것은 물론 정당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을 매도하는데 급급하다.

반기문 현상은 전희경 사례의 확장판이다. 스스로 노선과 인물의 자질을 검증하지 않고, 위에서 대충 찍어내려주면 섬기겠다는 케케묵은 노예근성이 총선 패배 이후 갑자기 확산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학시절부터 연을 이어갔던 전북대 강준만 교수를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안철수 지지 문제였다. 정치판에서 한발 떨어진 논객이라면, 대선후보를 검증을 해야지, 어떻게 검증도 없이 지지부터 하고 보냐는 논리였다. 그간 인물검증을 평생업으로 삼겠다던 강준만 교수에 대해 당시 너무 큰 실망을 했다.

지금도 똑같다. 보수를 대변할 대선주자가 눈에 안 보여 다급하다 해도, 실을 바늘 허리에 묶어 쓸 수는 없는 것이다. 하나의 세력이 대권을 만들려면, 당대의 바른 미래비전을 세우고, 부지런히 자기 혁신과 개혁을 통해 국민 다수에 인정을 받는 길밖에 없다. 그에 가장 걸맞는 인물이 그 과정에서 대권주자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

오히려 반기문 카드는 이런 상식적인 노력을 모두 뒤로 하고, 로또 한방 맞아보겠다는 사행성 심리에 다름없다. 그로 인해 새누리당은 물론 장외보수의 자기 혁신은 물건너 갈 공산이 크고, 바로 이런 비상식적인 행태 탓에 대권은 더 멀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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