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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JTBC뉴스룸만 봐선 '강남역 살인' ‘왜’를 모른다

‘추모’ 감성보도와 여성 피해자만 강조한 뉴스룸, 사건 핵심 전혀 못 짚어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언론의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선동형 보도행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JTBC 뉴스룸도 이번 사건의 원인을 짚기보다 ‘여성이 피해를 당했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추모 분위기를 전하는 데만 급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신문 등 이른바 진보 언론이 의학적 진단과 경찰수사 등을 종합한 합리적 판단을 사실상 외면하고 ‘여성혐오’ 범죄임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며 특정한 방향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뉴스룸은 22일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전까지 이번 살인사건의 본질과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

피의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횟수만 6회에,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총 19개월 동안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던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여성을 노린 점도 피해망상증 환자의 특징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뉴스룸은 사건이 발생한 17일 <강남 화장실서 참혹하게…흉기 찔린 20대 여성 사망>제목의 리포트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첫 보도에서 사건 발생 소식 위주로 전한데 이어 18일에는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못 지켜줘 미안" 애도 행렬>제목의 리포트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뉴스는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유리벽이 다양한 색상의 메모지로 채워졌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라는 추모글이 보입니다. 바닥에는 흰 국화꽃이 놓였습니다.” 등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자의 리포트에 이어 “여성이라는 이유로 돌아가셨는데, 같은 여성으로서 굉장히 안타까움을 느꼈어요.”라는 시민 인터뷰를 더했다.

그러나 피의자에 대한 사실관계 취재는 빠진 채 시청자에게 추모분위기를 전달하는데 그쳤다. 이 같은 보도만 보면 ‘범죄자 남성으로부터 묻지마 살해 당한 여성’이라는 인상을 심어 줘 여성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효과를 낳기에 충분해 보였다.



뉴스룸은 이후에도 ‘여성피해’를 본격적으로 부각시키는 보도를 이어갔다. 19일에는 <강력범죄 피해자 85% 여성…약자 노린 엇나간 우월감>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추모를 위해 모인 여성들이 가장 많이 남긴 말은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였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그만큼 늘고 있는 것이죠.”라며 “실제 최근 10여 년 동안 강력범죄 통계를 살펴봤더니 피해자 10명 중 8명이 여성이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기자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길 기도해봅니다. 미안함에 고개 숙인 남성은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울지 않으려 얼굴을 감싸보지만 결국 눈물은 터지고 맙니다.”라며 감성을 자극하는 리포트를 이어갔다.

이어 “강남역 10번 출구를 가득 메운 추모글 가운데 가장 많이 보이는 문구는 "미안하다" 그리고 "난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대변하는 문구”라며 “실제 최근 여성들을 향한 범죄의 폭력성은 극도로 잔혹해지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계속된 리포트에서 기자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사례, 범죄통계를 인용해 강력범죄 피해자의 85% 정도가 여성이고, 살인 피의자 김모씨가 "평소 여성에게 피해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점, 장애여성공감소장의 코멘트 등을 근거로 “약자에 대한 비틀어진 우월의식이 비극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정신과 전문의 “이번 사건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 언론보도 엉터리”

뉴스룸은 19일 <촛불문화제도…강남역 10번 출구 '거대한 추모의 꽃'>에서는 강남역 현장을 연결했다. 손석희 앵커는 발언에서 “...마치 10번 출구 전체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꽃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 무엇일까요.”라며 “강남역을 찾은 한 여성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난 운 좋게 살아남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날 데리고 왔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로서,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사회를 살고 있는 여성의 연민과 슬픔과 분노가 담긴 말인 것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틀째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강남역을 연결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좀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발언했다.

피의자의 범행이 평범한 남성의 범죄로 볼 수 없음에도, 앞서 기자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본질과는 어긋난 맥락으로 시청자를 이끌고 가는 발언을 한 셈이다.

뉴스룸은 이어진 <여성 비하 메모 붙이려다…강남역 추모소 한때 충돌>제목의 리포트에선 손 앵커가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어떤 마음의 병이 있는 것인가… 오늘(19일) 새벽에 몇몇 남성들이 여성을 비하하는 메모지를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이려다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제지를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라며 “온라인에서는 일부 네티즌이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일도 벌어졌습니다”라고 관련 소식을 전했다.

20일에는 <잠금장치 고장 난 '남녀 공용화장실'…관리도 '허술'>이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남녀공용화장실의 문제를 짚었고, <[심층취재] "너무 겁난다"…여성들 '내 이야기' 공감>에선 “사실 그동안 여성을 노린 강력범죄는 수도 없이 발생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추모 열기로 이어진 적은 없었습니다.”라며 “많은 여성들이 이번 사건을 '내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역시 ‘여성 피해’라는 표피적 결과에만 주목하고 본질은 전혀 건드리지 못한 보도였다.

뉴스룸의 추모 관련 소식은 21일에도 이어졌다. <"그 여성은 나의 친구…" 강남역서 추모 행렬 이어져>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시민들의 추모 분위기를 전하고, “여성 성희롱이나 불평등으로 많이 억압됐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들도 한 목소리를 크게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란 시민의 발언을 전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본질과는 무관한 시민 발언을 또다시 전한 것이다.

22일에도 뉴스룸은 <"약자에 대한 폭력·차별 막는 계기로"…강남역 추모물결>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강남역 추모 분위기 소식을 다시 한 번 전했고, <"강남역 살인사건,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묻지마 범죄">에서야 경찰의 수사결과를 전했다.



17일 첫 사건 보도 이후 ‘남성에 의한 여성대상 범죄’라는 측면에 줄곧 초점을 맞추던 뉴스룸이 이번 사건 피의자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22일이 처음이었다. 그나마 “이번 사건을 일단 경찰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습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각종 범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추모 열기도 하나의 사회운동처럼 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며 여전히 핵심을 짚지 못하는 보도로 일관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여성을 노린 것은 어떤 계기로 여성을 향해 망상증이 발현된 것일 뿐, 여성을 혐오한 증오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그런데도 언론이 이와 같은 사건의 핵심은 간과한 채 ‘여성 피해’만 강조하는 것은 사회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신승철 박사는 23일 폴리뷰와의 통화에서 “조현병 환자도 의식이 뚜렷하고 나름대로 분별력이 있다. 그러나 분별하는 현실감에 망상이 개입돼 왜곡되게 보게 만드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망상이 발현되면 범죄 대상이 남녀노소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지 여성혐오의 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강남역 살인을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를 보면 엉터리다. 언론이 어떤 현상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여성혐오라거나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보도하고 있다. 언론의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신 박사는 “조현병 환자가 대한민국에 수십만명”이라며 언론이 엉터리 보도를 할 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치료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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