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 글은 사람들이 치료효과를 오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인지과학자 배리 바이어슈타인(Barry L.Beyerstein) 박사의 글로, 원문 제목은 'Why Bogus Therapies Often Seem to Work'입니다. 본 글의 보다 상세한 버전은 '스켑티컬인콰이어러(Skeptical Inquirer)' 지 1997년 9/10월호의 "Why Bogus Therapies Seem to Work"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관련 참고문헌은 물론, 보다 풍부한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황의원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이 번역했습니다.
몇몇 교묘한 힘들에 의해, 지적이고 정직한 사람들(환자 및 치료사들 모두가 해당)조차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없었는데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토록 유도될 수 있다.
이런 진리는 우리가 평가하는 것이 과학적 의료분야의 새로운 치료법이든지, 아니면 민간요법에서 쓰이는 오래된 묘약(nostrums)이든지, “대체의학”에서의 비정통 치료(fringe treatment)든지, 또는 신앙요법의 만병통치약(ministrations)이든지 간에 동일하다.
우리는 효과가 의심스러운 수많은 건강 관련 치료법들과 상품들을 여전히 보건의료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그것들에 만족한 소비자들이 관련해 계속 긍정적인 증언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관련 소비자들을 “내가 이 것을 시도해 봤는데 상태가 좋아졌다. 그러니 분명히 이 것은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과 일반 신문도 이런 소비자들의 증언들을 대단한 근거랍시고 마구 포장해대고 있다.
그러나 적절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고서는, 어떤 질환 개선이 특정한 치료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거나 애초 불가능한 노릇이다.
왜 사람들은 효과 없는 치료법들이 효과가 있다고 잘못된 결론을 내릴까? 여기에는 적어도 7가지 이유가 있다;
1. 질환들이 자연경과를 따를 수 있다. The disease may have run its natural course.
여러 질환들은 자기제어적(self-limiting)이다. 그 상태가 만성적이거나 치명적이지 않다는 전제에서는, 많은 질환이 인체의 자생적인 회복력에 의해 개선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특정 치료법의 지지자들은 그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고 쉽게 단정하기 전에 해당 치료 이후 상태가 호전된 환자들의 숫자가, 아무 치료도 받지 않고 자연적으로 치료된 환자들의 숫자보다도 더 많다는 것을 반드시 과학적 검증절차에 의해 입증해야 한다.(아니면 아무 치료도 받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는 근거라도 대야 할 것이다.)
특정 치료법을 이용하여 같은 질환을 가진 대규모의 환자들을 치료했던, 성공 및 실패 사례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내놓지 않는 이상 그 치료법이 인체의 자연치유력보다 효과가 더 있다는 주장을 함부로 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2. 많은 질환들이 주기적이다. Many diseases are cyclical.
관절염(arthritis),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알레르기(allergies), 위장병(gastrointestinal problems)은 일반적으로 “기복이 있는(ups and downs)” 질환들에 속한다. 당연히, 환자들은 증상이 심할 경우에 치료를 받으러 온다. 이 경우 효과가 없는 엉터리 치료를 받더라도 그 치료 시점이 해당 질병의 자연스러운 호전 시기와 맞아 떨어질 가능성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3. 플라시보(위약) 효과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The placebo effect may be responsible.
암시, 믿음, 기대, 인지적 재해석(cognitive reinterpretation) 및 관심 분산(diversion of attention)의 배합을 통해서 생물리적으로는 전혀 쓸모없는 치료들을 받은 환자들은 적당한 위안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 일부 플라시보(위약) 반응들은 생물리적인 실제 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병리학적으로는 객관적인 변화가 없었음에도 발생하는 주관적인 느낌의 변화로 인해 환자들이 더 나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4. 사람들은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에 분산투자를 자주 한다. People who hedge their bets credit the wrong thing.
만약 “대체(alternative)” 치료와 과학중심(science-based) 치료를 병행한 후에 상태가 호전된다면, (사실은 과학중심 치료행위가 낳은 결과를 두고) 비정통적 치료행위가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5. 애초에 진단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The original diagnosis or prognosis may have been incorrect.
과학적으로 훈련을 받은 의사들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의사들의 잘못된 진단에 뒤이어서 성지(聖地, shrine) 또는 "대체" 치료사를 찾아가게 되면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던 질환을 치료했다는 증언을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경우에는, 그 진단 자체는 옳을 수도 있지만, (특히 시한부 질환의 경우) 근본적으로 예측이 극히 어려운 '시한부 일자(time frame)'는 틀릴 수도 있기에 이 경우에도 대체의학의 효과가 과장될 수 있다.
6. 일시적인 기분의 개선이 치료와 혼동될 수도 있다. Temporary mood improvement can be confused with cure.
“대체” 치료사들은 강압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이 “대체의학” 특유의 메시아적 양상과 심리적 앙양(uplift)이 계속되는 현상에 매료될 정도로 말이다.
7. 심리적인 필요로 인해 사람들의 지각과 행동이 왜곡될 수 있다. Psychological needs can distort what people perceive and do.
사실은 별다른 상태 호전이 없음에도, 이미 대체의학에 정신적으로 강하게 투자를 한 사람들은 거기에 도움을 받았다고 스스로를 기만적으로 설득해버릴 수 있다.
인지과학 분야에서 잘 알려진 이론인 ‘인지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이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었던 태도, 느낌 또는 지식과 충돌하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 경우 우리는 그 불쾌한 상황을 재해석함으로서 부조화를 완화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에게 또 다른 사람들에게 그간 자신이 해온 일이 모두 엉터리였다고 인정케 하는 일은 정신적으로 너무 당혹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해당 치료법에서 뭔가 벌충하는(redeeming) 가치를 찾기 위해 강한 정신적 압력을 받게 된다. 이렇게 자신이 고수하고자 하는 ‘핵심 믿음(core belief)’들은 뒤틀린 인식과 기억에 의해 격렬하게 방어되는 경향이 있다.
비정통적 치료법의 시술자들과 그 고객들은 관련 신호들과 근거들을 잘못 해석하고 자신들이 바라고 원하는 대로만 사안들을 기억하기 쉽다. 그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할 수도 있으며,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을 과대평가할 수도 있다. 반면 실패에 대해서는 무시해버고 대단치 않게 생각하거나 심지어 변명까지 하게 된다. 입맛에 맞는 결론만을 찾는 인간의 이러한 습성으로 인한 문제점을 감소시키기 위해 우리의 ‘과학적 연구방법론’이 태동한 것이다.
덧붙여,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가 자신에게 좋은 일을 했을 경우 그에 대한 보답을 호혜적으로(reciprocate)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대체” 치료사들은 자신들이 환자들을 돕고 있다고 충실히 믿고 있다. 그렇기에 환자들로서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서 그들을 기쁘게 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자들이 이 원리를 필연적으로 깨닫지 못한다면, 그러한 강박관념은 자신들이 얻은 의료적 이익을 부풀려버리기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하다.
매수자 부담 원칙!
그릇된 인과관계로부터 진실을 찾아내는 일에는 제대로 고안된 연구와 대규모 데이터로부터의 논리적인 추출이 필요하다. 복잡한 사건들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직관 또는 비공식적 추론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많은 오류들에 의해 호도될 수 있다.
특정 치료를 받을지에 대해 동의하기 전에, 그 치료법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지 플라시보 반응, 승낙 효과(compliance effect) 및 판단 착오(judgmental error) 등에 대해서 통제된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해보야 한다.
치료법의 “근거(evidence)”가, 단지 증언들과 자체적으로 (또는 해당 분야에서) 출판한 팜플렛 또는 서적, 또는 유명 언론으로부터의 홍보물만을 포함하고 있는 게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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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3년 7월 24일에 작성되었다.
글쓴이 소개 (번역자주) :
고(故) 배리 바이어슈타인(Barry L.Beyerstein) 박사는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주, 버나비(Burnaby)에 소재한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Simon Fraser University)의 생물심리학과 교수였으며, ‘초정상현상에 대한 과학적 검증 위원회(Committee for Scientific Investigation of Claims of the Paranormal (CSICOP), 현재는 ’과학적 회의주의 탐구위원회The Committee for Skeptical Inquiry(CSI)‘로 개명.
http://www.csicop.org)’의 이사였다. 대한민국에 번역 소개된 그의 책은 '유혹하는 심리학(50 Great Myths in Psychology)'이 있다. 이 책은 인지과학 분야의 학술적 결론을 통해, 대중들이 인지 및 심리 분야로 갖고 있는 여러 오류들을 교정하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어슈타인 박사에 대한 보다 상세한 프로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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