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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오카모토 미노루’ 는 북한에서 시작된 네거티브

대선토론회에 등장한 박정희 대통령의 창씨개명 문제

대선 후보 토론회를 보다가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가 갑자기 뜬금없는 ‘다카키 마사오’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인터넷 포털에서는 갑자기 ‘다카키 마사오’라는 검색어 순위가 급등하고, 덩달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또하나의 ‘창씨개명’한 이름으로 알려진 ‘오카모토 미노루’ 라는 이름까지 검색 랭킹에 등장했다.

이것을 본 많은 네티즌들은 무책임하게 트위터, 인터넷 댓글을 양산하며 한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이름인 ‘오카모토 미노루’를 들고 나와 박정희와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런 소동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이름이 어디서 기원했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박정희=오카모토 미노루라는 말을 퍼뜨리고 있는 그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박정희의 창씨개명이 ‘오카모토 미노루’ 라는 얘기를 도대체 어디에서 들었느냐고 말이다. 그들의 대답은 뻔하다. 최상천의 ‘알몸 박정희’(2001),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그리고 재미 언론인 문명자의 ‘내가 본 박정희와 김대중’(1999), ‘김형욱 회고록’(1985),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의 칼럼 및 저서 등이 바로 그들의 ‘근거’다.

하지만, 그 어떤 자료도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단지 ‘카더라’ 라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볼 점이 있다. 바로 위 인물들의 공통점에 대해서다. 박정희가 오카모토 미노루라고 열심히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박정희와 대립했던 사람이거나, 김대중 전대통령의 측근, 혹은 친북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안티 박정희’의 요소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들의 주장은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안티박정희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객관적인 근거라며 늘 가져오는 근거는 일본 측에서 발간한 ‘일본육해군 총합사전’이다. 실제 이 사전의 2판(2005)에 보면 박정희의 일본이름이 오카모토 미노루라고 분명히 나와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이 사전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기록이 아니라, 도쿄대학 출판부에서 출판한 ‘개인출판물’이라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사전의 초판(1991)에는 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이름이 없는데, 2005년 발간된 2판에 갑자기 이 이름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도쿄대학 출판부를 통해 이 사전의 저자에게 ‘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이름의 근거를 확인해 본 결과, “근거 확인이 안되니 3판을 출판할 때는 ‘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이름을 삭제하겠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한국의 ‘안티 박정희’ 세력이 금과옥조처럼 받들어 오던 ‘일본측 자료’ 의 설득력도 이것으로 없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박정희=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주장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현재까지 언급되고 있는 자료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1985년에 나온 ‘김형욱 회고록’인데, 필자가 발견한 그 보다 더 오래된 기록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놀랍게도 ‘북한’ 에서 시작되었다.

1973년 8월11일자 북한의 로동신문을 보면 김대중 납치사건 직후에 박정희에 대한 비판을 집중적으로 쏟아놓는데, 그때부터 ‘오카모토’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남조선의 한 집권자는 우리 인민이 일제 침략자들에 항거하여 싸울 때 혈서를 써서 ‘천황’의 ‘적자’가 될 것을 맹세맹세한 후 ‘특등 일본인으로’ , ‘돌격대장’으로 ‘오까모도중위’로서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하여 싸우는 애국적 인민들을 탄압하기 위한 이른바 ‘토벌’에 110여회나 참가하였으며 조선동포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불을 지르고 불속에서 기여나오는 동포 어린이들과 늙은이들을 총창으로 마구 찔러 죽이고 생매장하는 몸서리치는 만행을 손가락 하나 떨지않고 감행한 자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1973년 8월11일 로동신문)
여기서 ‘오까모도’가 박정희를 지칭한다는 것은 1987년 북한의 금성청년출판사에서 나온 ‘원쑤는 재침을 노린다’라는 책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그 내용을 인용한다.

일본 군국주의 우두머리 한놈인 구모놈은 박정희 역적놈을 ‘가즈오료리점’에 특별히 불러내다 먹자판을 벌려놓았는데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오갔다.
“자네 퍽 몰라보게 됐네”
“각하, 절 알아보시겠습니까? 사랑 받던 오까모도입니다”
“아무렴 알아보고 말구”
“그떄 선생님은 저를 돌격대장이라고 불렀지요”
“그랬지.암 돌격대장이야. 오까모도군이 지금 남조선의 실권자로 나타났지만 내 눈에는 옛날 자주빛깔 만주국군의 군관생으로밖엔 보이지 않네”
“고맙습니다. 기억해 주셔서. 저 역시 그 때를 자주 추억하곤 합니다”
(「원쑤는 재침을 노린다」금성청년출판사1987)
한일회담을 비판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박정희를 악의적으로 ‘오까모도’ 라고 설정하여, 일본인에게 저자세로 일관하는 인물로 그려놓은 것이다. 단지 북한과 한국의 일본어 표기법이 달라 ‘오카모토’가 북에서는 ‘오까모도’로 표현되고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 1973년 이전에 박정희를 ‘오카모토 미노루’ 라고 주장한 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한국 사회에 퍼진 ‘박정희=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설은 북한의 주장을 확인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정적비판을 위해 퍼뜨렸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주체가 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안티박정희’ 진영이다.

문명자씨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와 직접 면담을 할 정도로 친분이 있던 사람이었으며, 김형욱씨 역시 박정희의 미움을 사 미국으로 망명하여 박정희 정권 비판의 선봉에 섰고, 김삼웅씨는 박정희의 정적 김대중씨가 만든 평민당 당보의 주간을 맡을 정도로 친DJ의 성향이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전형적인 ‘안티 박정희’ 성향의 인물들이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나름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이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본 ‘박정희=오카모토’라는 근거는 어디에서 보았느냐고. 북한자료가 아니라면 당당히 밝힐 수가 있을 것 아닌가.

지금까지 박정희 친일설, 혈서설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박정희=오카모토 미노루에 대한 제대로 된 근거제시는 단 한번도 없었다. 만약 근거가 있다면 진작에 나오고도 남았어야 한다.

만약 그 출처가 차마 북한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카더라’ 라고 말을 하고 싶다면 한국 사회에 무분별하게 퍼진 그 ‘설’에 대한 책임을 과연 누가져야할까? 정적 비판도 좋지만 도를 넘어서는 인신공격은 정파, 시대를 떠나 어느쪽이건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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