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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의 MBC 개혁안, 대부분 좌절

노사협약 개정도, 엄사장과 노조가 유착하면 무용지물

방송문화진흥회가 엄기영 사장의 해임을 유보하면서 사실 상 업무보고 활동을 종료했다. 엄기영 사장 해임 유보론은 방문진 구성 당시부터 나돌던 설이었다. 업무보고 결과 엄사장의 해임을 할 만한 결정적인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일단 엄사장 체제로 가면서, 단계적 개혁을 하겠다는 발상이다. 만약 제 3자인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정당한 명분없이 엄사장을 해임했을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방문진 내에서는 김우룡 이사장이 조기 해임론을 제기하고, 여타 이사들이 신중론을 폈다는 후문이다.

방문진이 엄사장을 해임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어차피 노영방송 MBC를 개혁하겠다면, MBC 경영진과 노조의 관계를 풀어야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차라리 엄사장이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만약 엄사장을 교체하여 신임 사장이 부임했을 때, 노조의 강경투쟁이 예상되므로 노사관계를 개혁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YTN의 사례가 부담이 되었다. 둘째는 엄사장 스스로 제시한 개혁안이 좌절되었을 경우 물러나겠다고 발언하는 등, 3개월 정도 엄사장에 기회를 주는 것이 합당하다는 판단이다. 즉 어차피 대주주인 방문진의 입장에서는 엄사장을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으니, 일단 그의 손을 빌어 노사협약 같은 사안을 개혁한 뒤 향후 그의 거취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방문진의 고유권한인 MBC 감사조차 교체 하지 못해

그러나 이러한 방문진의 전략은 자칫 MBC 개혁 전체를 좌초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현재 방문진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MBC 노사단체 협약 개정이다. MBC노조는 노사단체 협약을 통해 편성권에 깊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여, 경영과 편성 모두를 장악했다. 엄사장은 방문진에서 지적한 내용을 대폭 수용하여 노사단체 협약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MBC노조 역시 노사단체협약 개정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MBC 노조의 입장은 현재로서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엄사장이 임기를 마치는데 협조하겠다는 뜻으로 파악된다. MBC노조가 반전의 기회로 보는 시점은 내년 지자체 선거이다. 방문진의 정기 주총은 내년 2월이므로 엄사장이 이때까지만 버텨주면, 지자체를 기점으로 노조 조직을 확대하여 지방선거에 개입,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참패하면, 게임을 끝낼 수 있다는 전략이다.

MBC노조의 전략이 이렇다면, MBC노조에서는 노사단체 협약 같은 개정에 대해서 엄사장에 충분히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 MBC를 노조가 장악하게 된 이유는 단체 협약 같은 문서 때문이 아니라, 90년대 이후 MBC노조의 투쟁 기반 덕이기 때문이다. 즉 문서의 조약 같은 것은 개정해도, 실질적으로 노조세력이 MBC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에 단체협약이 개정된다고 해서 노영경영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소나기를 피하자는 식으로 단체협약 개정을 받아들인 뒤, 실질적으로 MBC만 장악하고 있으면 된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방문진이 기대를 걸고 있는 노사협약 개정이 요식행위에 그친다면, MBC 개혁을 위한 다른 카드는 사실 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사장이 제시한 MBC개혁을 위한 미래위위원회에도 MBC노조가 참여한다. 노사단체협약을 노조 측이 양보한다면 노조는 미래위원회에서 발언권을 확보 MBC개혁을 저지시킬 합법적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더구나 엄사장이 제시한 MBC 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방문진 내에서도 더 우세하다. 엄사장의 MBC 개혁안은 통상적인 업무 점검 수준으로 노사협약 개정 이외에 내용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엄사장이 내세운 공정성위원회 역시 기존의 시청자위원회와 전혀 차이가 없는 중복 기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엄사장은 시청자위원회에 우파 미디어 전문가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면서 무력화시켜놓았다. 이번의 공정성위원회 역시 엄사장이 구성한다는 점에서 시청자위원회의 전철을 밟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방문진은 현재까지 공정성위원회 구성에 대해 개별 이사의 권고안 정도로만 대응하고 있는 탓에 다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PD수첩’과 ‘100분토론’의 재조사 문제도 엄사장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다. MBC는 여전히 ‘PD수첩’ 재조사를 거부하고 있지만, 방문진은 이를 강제하지 못하고 권고에 그쳤다. ‘100분토론’의 경우는 방문진에서 허위보고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 역시 방문진이 주도로 조사하지 않고, 전권을 MBC에 맡겨버렸다. 지금껏 은폐와 허위보고로 일관해온 엄사장과 MBC가 이를 철저히 재조사하여 진상을 밝힌다는 것은 기대해보기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엄사장이 개혁으로 내세운 대규모 명예퇴직 실시야말로 엄사장의 대반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할 상황이다. 명예퇴직은 최소한 부장급 이상의 인사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MBC 개혁을 외쳐온 간부급 공정방송노조 측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공정방송노조의 한 간부는 “엄사장의 명예퇴직안은 분명히 우리를 겨냥하게 되어있다”, “방문진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으니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야할 형편”이라며 엄사장의 공세를 경계했다.

우파시민사회, “방문진은 엄사장에 칼자루를 모두 넘겨준 셈”

우파 시민사회는 전체적으로 방문진이 엄기영 사쟝 해임 유보까지 오는 과정을 볼 때, 개혁의 기대치에 크게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실경영과 조작방송의 책임자인 엄사장을 해임하지 못했고, 방문진이 스스로 임명할 수 있는 MBC 감사조차 교체하지 못했다. 편법적으로 임명된 엄사장의 측근들인 각 본부장들 역시 모두 이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엄사장은 인적 교체에 대해 “주총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이를 회피했지만, 방문진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방문진의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이슈를 엄사장의 해임이냐 유임이냐로 끌고 나가면서, 산적한 MBC의 개혁 현안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김우룡 이사장 등이 엄사장 해임을 주장하면서 MBC 이사진 교체, 감사 교체, ‘100분토론’과 ‘PD수첩’ 진상조사 후 책임자 처벌 등의 개혁이슈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엄사장 해임을 유보하자는 측 역시, 해임을 유보하면서 더 강력히 MBC 개혁을 할 수 있는 사안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현재까지로는 이러한 방문진 이사진들의 소극성 탓에 엄사장 해임도 하지 못하고, 개혁도 하지 못하는 최악의 길로 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의 강길모 대표는 “해임을 하려면 바로 해버릴 것이고, 유보를 하려면 방문진이 엄사장을 완전히 통제하여 2-3개월 안에 MBC를 뜯어고친다는 전략이 있어야 했는데, 이도 저도 아니게 된 상황”, “결국 방문진이 개혁을 할 수 있는 모든 칼자루를 엄기영 사장 측에 넘겨준 셈이 되어버렸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역대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출범한 방문진이 현재까지 받은 초라한 성적표를 대반전시킬 수 있을지, 엄사장의 거취를 물을 11월 이후 상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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