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워치 25호 기사입니다.
MBC 직원들은 급여 삭감으로 고통, 손석희, 김미화 등 고액 출연자들은 고통분담 없어
방문진 이사회는 MBC가 최근 5년간 꾸준히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올해 394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원인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에 엄사장 등 MBC 경영진은 노사가 2009년 상여금 400%의 성과연동, 시간외수당 15% 삭감, 자가운전 보조비 개인별 10만원 삭감 등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본질적 처방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경영구조 개선없이 손쉬운 임금 삭감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MBC의 고액 출연자들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MBC 라디오 진행자 중 최고의 대우를 받는 이는 오랜 기간 ‘싱글벙글쇼’를 진행해온 강석으로 연간 1억 9천만원의 진행료를 받고 있다. 2위는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로서 약 1억 8천만원을 받고 있다. 특히 손석희 교수는 ‘100분토론’의 진행도 맡고 있어 통상적으로 지상파 방송사 토론프로그램 MC들이 약 1억원 안팎의 출연료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손교수는 MBC로부터 무려 3억원의 출연료를 받고 있는 셈이 된다.
그 다음은 역시 ‘별이 빛나는 밤에’ 시절부터 장기간 MBC에서 MC를 본 이문세로 1억 7천 5백만원, 4위는 ‘음악캠프’의 가수 배철수로 1억 7천 4백만원이다.
강석, 이문세, 배철수의 경우 최소 20년 이상 MBC 프로그램의 고정 프로 MC를 봐왔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의 출연료가 높은 이유도 이러한 연차와 인기도를 감안한 것. 그러나 손석희 교수의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손석희, 사표낼 당시 MBC에 대한 무한 애정 표현, 그러나
손석희 교수는 성신여대 문화정보방송학부에서 화법 전공 전임 교수직을 맡게 되면서 MBC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2006년 2월 16일 MBC 사퇴 기자회견에서 “MBC만큼 애정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방송사가 또 있는가”, “학교로 간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면서 ”저한테도 여러 번의 계기가 있었는데. 이번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되는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MBC에 대한 애정과 교수직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당시 손석희 교수는 이미 ‘100분토론’과 ‘시선집중’ 진행은 그대로 맡기로 MBC 경영진과 합의한 상황이었다. 사표를 제출할 당시 손교수의 MBC 내 직책은 아나운서 국장이었다. 국장급 연봉은 1억 2천만원 안팎 정도. 손교수가 MBC 아나운서로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 것은 통상적 업무로서 소액의 시간 외 수당 정도 이상의 추가 급여를 받을 수 없다. 즉 사표를 내기 전의 손교수의 급여는 1억원 대에 불과했을 것이다.
반면 손교수는 위에 언급한 대로 사표를 내는 순간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특혜를 부여받는다. MBC 내에서 프로그램 두 편을 진행하면서 추정액 3억원으로 수익이 늘고, 성신여대 교수로서의 급여까지 포함되니, 최고 3-4배 정도의 수입이 증가한 것이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각 방송사에서는 스타급 진행자들이 사표를 내는 순간, 프로그램 진행 자격을 박탈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짱 아나운서로 유명했던 KBS 강수정 아나운서이다. KBS 내에서 연예프로그램 진행 자리를 도맡았던 강수정 아나운서는 프리랜서 선언 이후 KBS에서 전혀 자리를 맡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주로 뉴스와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했던 KBS의 황수정, MBC의 김성주, 박나림 등 예외가 없는 관례이다. 외부 MC의 출연료가 훨씬 높기 때문에 만약, 방송사의 정규 아나운서들이 사표를 내고도 프로그램 진행을 맡을 수 있게 되면 아나운서 조직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MBC는 유독 손석희 교수에 대해서만 이런 특혜를 인정, 라디오 MC 중 강석에 이어 두 번째의 고액 출연료를 보장해주고, ‘100분토론’까지 맡도록 했다. 물론 손석희 교수의 지명도로 볼 때, MBC 측에서는 고액 출연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잡아야한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사에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스타급 아나운서 모두 각 분야에서 지명도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손석희 교수가 지금의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바로 MBC 정규 아나운서 출신이기 때문이다. 손교수는 33살인 1989년도에 MBC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를 맡았다. 이 당시는 오직 KBS와 MBC만이 지상파로 존재했기 때문에 9시뉴스 앵커를 맡는 순간, 유명인사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손석희 교수가 MBC 직원이 아니었더라면, 그가 언론 영향력 1위에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MBC 직원으로서 주요 프로그램 MC를 맡아 확보한 인지도를 이용하여, 프리랜서로 전환, 고액 출연료를 받는다는 것은 방송 경영적 관점에서 용납하기 어렵다. 실제로 KBS에서 강수정 아나운서가 프리랜서 선언할 당시 KBS 측에서는 “KBS를 떠나는 순간 강수정의 인지도와 영향력은 급격히 추락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엇다.
만약 손석희 교수가 MBC 프로그램을 그대로 맡아야 했다면, MBC 직원의 신분으로 얻은 인지도를 감안하여, MBC를 위해서 저가의 출연료만 받았어야 윤리적으로 더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특히 손교수가 사표를 쓰면서 MBC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표했기에 더욱 그렇다.
김미화는 독립신문에 시비걸며, 1억원 대 고액출연료 자리 지켜내
현재 MBC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 상여금 삭감, 명예퇴직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문진의 업무보고 결과 제작비 중 약 400억원 정도가 출연료로 지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방문진의 김영 감사는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기 전에 턱없이 높은 고액 출연료를 낮춰야지,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KBS의 경우 이병순 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외부 고액 출연자들의 상당수를 내부 기자와 아나운서로 교체하여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MBC의 경우 지난 봄 개편 당시 김미화 등 외부 고액출연자를 교체하려고 하자, 오히려 노조에서 결사적으로 반대하여 이에 실패했다. 김미화는 1억 6백만원 정도의 연간 출연료를 받아 고액 순위 11위에 올라있다. MBC 내부에서조차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의 뚜렷한 전문성이 없는 김미화에 1억원을 주면서까지, 그를 지켜줘야 하는 이유가 뭐냐”며 볼멘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김미화는 MC 교체설이 나오자, 갑자기 애국우파 인터넷 독립신문이 자신을 친노인물로 몰아붙였다며, 시비를 걸어, 마치 MB 정권에 탄압받는 인사의 이미지를 확보, 결국 자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김미화씨로부터 자신에 관한 모든 기사 삭제하라는 협박과 함께 1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당한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MC 교체설이 나돌자 독립신문에 시비를 걸면서, MBC를 사랑한다는 말로 MC 자리를 지켰다면, 최근 적자에 시달리며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MBC를 위해 출연료 1억원을 반납하고 무료봉사하라”며 김씨를 비판하기도 했다. / 변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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