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 추진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정기국회 후 정계개편에 대해 본격 논의하자’는 지난 번 의원총회의 결의를 무색케 할만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인제공자는 김한길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는 7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새아침론’을 들고 나왔다. 요지는 ‘열린우리당은 이제 그 생명을 다 했으므로 새 아침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통합신당 창당을 당 원내대표의 입으로 선언해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8일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염동연 의원 등 당내의 대표적인 ‘통합추진파’ 의원들이 모여 오찬을 함께 하며 정계개편 방향에 대해 입장을 조율했다.
이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은 염 의원이 올 1월 ‘범민주개혁세력 통합론’을 기치로 내걸고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임종석 후보를 도울 당시 통합론을 적극 지지한다고 서명한 초재선 의원들로 알려졌다.
“전당대회는 분당대회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염 의원은 모임 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자청, 이날 모임의 성격과 논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염 의원은 이 자리에서 “통합에 뜻을 둔 분들이 통합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자고 서명한 의원들이 있는데 그 분들이 약 25~6명이 됐고 그 분들이 모처럼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열린우리당의 상황은 전당대회를 해서 정통성을 이어받고 통합을 추진하든지 아니면 당을 다시 추슬러 국민에게 다시 한 번 신뢰를 받자 이런 것”이라면서 “또 전당대회 무용론까지 많은 의견들이 있는 것 같다”고 당이 처한 현실을 전했다.
그는 “오늘 모인 23명의 의원들은 100%가 통합해야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다”면서도 “새로운 전당대회는 분당대회에 불과하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염려만 끼친다는 ‘전당대회 무용론’까지 있었다”고 전해 전당대회를 둘러싼 이견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정계개편의 중심이 아니다”
염 의원은 ‘통합신당’ 추진에 있어서 가장 예민한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노 대통령을 정계개편의 논의 중심에 끌어들이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대통령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이야기”라며 ‘노 대통령 배제론’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 배제를 주장한 참석자는 2~3명에 불과했다”면서도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두지 않겠다는 것이 주류 의견”이라며 “당원의 한 사람으로 걱정스러운 이야기도 하는 것은 모르지만 (정계개편의) 중심에 섰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현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우리(통합신당 추진파)가 견인해 나가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당을 문제없이 의견을 잘 조율하지 못하고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못 만들고 있는 것 같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밝혔다.
‘견인해 나가자’는 말의 의미에 대해 염 의원은 “지도부에서 잘 좀 통합 논의를 끌어나가기를 바랐고 당내에서 꾸준히 군불을 땠다”고 그간의 정계개편에 대한 당내 논의를 비유한 후 “오늘의 모임에서 나온 얘기들은 이런 수준에서 군불만 때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통합신당 추진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알렸다.
그는 또 “지도부가 안되면 우리로라도 하자는 말들도 있었다”고 밝혀, 통합 논의가 현 지도부에 의해 주춤거릴 경우 독자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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