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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좌파, '다음' 버리고 한겨레 키워라

소통포럼의 2차 세미나 후기

좌우를 구분하지 말라는 진보좌파

전북대 강준만, 서강대 원용진, 동국대 조흡 등 진보성향의 언론학자들의 연구모임인 소통포럼의 2차 세미나 "인터넷 포털, 정보왜곡의 장인가? 공론장의 확대인가?"는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토론이었다.

진보성향의 학자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필자를 비롯하여 인터넷미디어협회의 전경웅 국장 등이 대등한 입장에서 참여하여,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터놓고 논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기에 '진보좌파' 등 용어에 대해 혼선이 빚어지기는 했으나, 왜 좌우가 포털에 대해 엇갈린 소통을 할 수밖에 없는지, 그 원인 만큼은 충분히 진단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필자가 토론회 내내 놀랐던 점은 진보좌파 성향의 학자들과 방청객들이 좌우, 진보와 보수 같은 이분법적 구분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토론회가 끝나고 보수우파 성향의 시민단체 관계자들 역시 이러한 진보좌파들의 요구에 대해 다들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토론회 도중에도 읙견을 밝혔듯이 필자를 '젊은 보수 논객'이라 칭한 곳은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 등 진보좌파 성향의 언론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필자는 특별하게 보수우파라 스스로 칭한 바 없다. 그러나 진보좌파 측에서 하도 '젊은 보수'라는 딱지를 붙였기 때문에 2007년도부터, 스스로 이러한 딱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바로 소통을 위해서였다.

진보좌파 진영의 유력 언론단체는 민언련, 언개련, 언론노조이다. 이들 단체는 그간 포털에 비판과 규제에 대해서 반대의 입장을 꾸준히 표명했다. 반면 보수우파 단체인 미발연을 비롯 뉴라이트, 공언련 등은 포털의 언론장악 및 위해 게시글 방치에 대해 비판한 것은 물론 각기 대안까지 제시해놓은 상태이다. 이렇게 진보좌파와 보수우파의 포털 정책이 뚜렷하게 구분된다면 서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공유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소통에 도움이 된다.

만약 여전히 진보좌파라 불리는 학자들과 시민단체에서 이러한 구분을 거부하겠다면 먼저 해주어야할 것이 있다. 미발연이 출범할 때 경향신문과 프레시안, 그리고 언개련의 김영호 대표는 보수우파라는 딱지를 넘어 이명박 친위대라는 근거없는 음해성 공격을 남발했다. 미발연 측은 이러한 매카시즘 수준의 딱지에 대해서도, 정책의 유사성 때문에 진보좌파들이 그렇게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특별하게 반발하지 않았다. 그러니 진영 구분에 불만이 있다면 미발연을 이명박 친위대로 공격한 자들을 먼저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전혀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필자의 판단은 진보좌파이든 보수우파이든 서로의 정체성은 지키되, 최소한 포털이나 지하철 무료신문 같은 언론시장을 파괴하는 주범에 대해서는 일단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하는 방법론에 대해 꾸준히 난상토론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러한 진영을 구분하지 말자는 주장은 매우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한겨레와 경향은 자신감을 가져라

이러한 형식적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그래도 이번 토론회에서 강준만 교수와 '인물과사상을사랑하는모임'의 한 독자의 분석은 필자의 생각과 유사한 측면이 많았다.

강준만 교수는 진보좌파가 포털에 우호적인 이유에 대해 "조중동이라는 구악의 폐단보다 포털이라는 신악의 폐단이 더 클 수도 있지만, 신악에 대해서는 민감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대부분의 구악은 권위적인 데 비해, 포털 같은 신악은 참여자들도 젊고 태도가 겸손한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인물과사상을 사랑하는모임'의 독자는 "한겨레와 경향이 포털에 우호적인 이유는 어차피 신문시장에서 조중동을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포털과 손을 잡는게 낫다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필자가 4년 내내 진보좌파가 포털을 옹호하는 이유로 제시했던 논거들이었다. 실제로 네이버에 전체 기사를 팔아버린 한겨레의 경영진도 "마이너신문 입장에서는 포털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인터넷한겨레의 토론방 한토마는 다음의 아고라와 경쟁관계에 있다. 이념 성향도 유사하고 참여하는 네티즌들도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한겨레 측에서는 다음 아고라의 회원들을 한토마로 흡수하는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미디어다음의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촛불시위와 같은 첨예한 정치적 사안이 벌어질 때 한겨레는 오히려 다음의 아고라를 성지로 삼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러한 전략이 자해공갈단 수준이라 비판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포털은 인터넷에서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뭐든지 다하는 문어발식 재벌이다. 그리고 이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미디어다음이 IPTV사업 진출에 실패한 것, 현재 검찰이 저작권 수사로 다음과 네이버의 서버를 압수한 것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인터넷재벌 포털은 결코 반 정부 투쟁의 근거지가 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현 정부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필자가 토론회 도중 현 정부가 노무현 정권의 포털 장악력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된다고 주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10분의 1 수준이지만 현 정부가 포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포털은 서서히 친정부로 돌아설 것이다. 물론 포털에 대해서는 100% 이해도를 갖췄던 노무현 정권의 수준까지 따라간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해 보이지만 말이다. 그러니 노무현 정권 때와 달리 현 정부가 포털을 통제하고 있다는 진보좌파의 비판은 그 자체로 왜곡이다.

사이버 논객 공희준은 미디어다음을 민주주의 성지로 예찬한 진보좌파들에 대해 "다음에 집을 지었는데 두꺼비집 스위치를 현 정부가 갖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아둔한 자들"이라 비판한 바 있다. 포털에서 반정부 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마치 삼성그룹 본관에서 반정부 집회를 하겠다고 우기는 것과 같다.

필자가 진보좌파들에 제시하는 방안은 포털의 여론형성 기능을 축소시킨 뒤, 진보성향의 네티즌들을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이 흡수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신문법에 등록된 매체이므로 정부 권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또한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예인은 물론 민간인에 대해서도 무차별 댓글 공격을 하는 네티즌들에 대한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인터넷한겨레라면 '최진실사채'라는 단어를 인기검색어로 등록하지는 않을 거이란 말이다.

또한 언론재단이 10대들을 대상으로 성인이 되었을 시 구독할 매체를 조사한 결과 한겨레가 25%로 1위에 올랐다. 조선일보가 14%로 2위이다. 문제는 실제로 신문을 구독하겠다는 10대들이 겨우 4%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반면 포털은 무려 48%이다. 그렇다면 경영전략은 이미 나온 게 아닌가. 어떻게 해서라도 10대와 20대에게 신문을 읽게끔만 하면 가장 큰 이득은 한겨레와 경향이 보게 된다. 왜 이러한 비전을 포기하고 인터넷 재벌 포털에 품에 안겨 서서히 죽어가는 길을 택하냐는 것이다.

한겨레와 경향이 싸워야할 대상은 조중동이 아니다. 오히려 표면적으로는 한겨레와 경향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미 신문시장을 죽여서 포털을 대안으로 삼겠다는 진보좌파 성향의 학자들과 시민운동가들이다. 이들의 의견이 최소한 한겨레와 경향의 지면에 올라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념이 다르기 때문에 상당 기간 동안은 젊은세대가 한겨레와 경향이 아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구독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또한 필자 스스로 20대와 30대를 타겟으로 하는 경제지를 기획하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 조중동, 그리고 필자와 같은 신문과 잡지에 비전을 거는 사람들이 나서서 "젊은세대들이 신문과 잡지를 구독해야 한다"며 신문시장 부활의 깃발을 든다면 포털과 같은 사이비 언론과 지하철 무료신문 같은 것쯤은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

필자는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번 소통포럼의 세미나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금으로서는 좌우의 논전장을 기획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은 소통포럼밖에 없어 보인다. 소통포럼의 건투를 빈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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