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진 채무자들이 보험금을 노리고 아예 집이나 차량에 고의로 불을 지르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1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과거 주택 경기가 좋을 때 모기지를 빌려 주택을 구입했던 이들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대출 증서를 불태우는 일이 종종 있었으나 최근에는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짐에 따라 주택과 차량에 방화한 뒤 보험금을 타내려는 행위가 늘고 있다는 것.
보험사와 사법기관은 지난해의 경우 미국 전역에서 이 같은 범죄행위가 크게 늘어났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미미한 숫자이기는 하나 보험사들은 화재 사건 발생시 조사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해 보험사들이 주 보험국에 주택 화재에 의문을 품고 신고한 것이 14건이나 됐으며, 이는 2006년의 7건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것이었고 2005년에는 불과 2건에 불과했었다.
차량의 방화 사례 역시 지난해 343건이 접수돼 2005년에 비해 30% 이상이나 됐는데, 캘리포니아주 보험국은 지난 18일 2건의 방화 사건과 관련해 7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보험사들은 보험국 관계자들과 조만간 회동, 지난해 가을 발생해 2천 채 이상을 불태운 산불 화재 사건때 의도적인 방화가 있는 지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데, 보험국 관계자는 상당수 의심스런 사례들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오하이오주의 경우도 지난해 보험금을 노린 방화나 도난 신고 건수가 2005년에 비해 150%나 급증한 245건이나 접수됐다.
실제 사례들을 보면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사는 한 부부가 매달 600 달러씩 내야 하는 차량 대출금 상환이 어렵게 되자 지프와 닛산 픽업트럭을 인근 강가로 끌고가 불을 지른 뒤 보험금을 신청했다가 방화 혐의로 체포됐다.
또 지난 4월 1일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이즐리에 사는 한 여성이 자신의 집에 포어클로저(담보주택 회수권 상실) 예고 딱지를 붙인 지 사흘 뒤 집에 불을 질렀다가 체포됐고 1월에는 오마하에 사는 남성이 포어클로저를 피하기 위해 방화했다가 역시 경찰에 붙잡혔다.
머큐리 보험사의 댄 베일스 조사팀장은 "방화를 저지르는 행위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고 브리스톨 웨스트 보험사의 차량조사팀에서 일하는 앤 루스는 "최근에 발생하는 사건들은 대부분 경제난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요즘 무척 일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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