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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온에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자

반성문이라면 반성을 제대로 해야

SBS 수목드라마 ' 온에어 '가 지난 수요일 막을 올렸다. 온에어는 3월 5일에 첫 방영되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한달여전인 1월말부터 티저 홈페이지가 개설되었고, 작년 연말 SBS 연기대상 시상식을 시작하기 직전에 그 무대를 배경으로 드라마 ' 온에어 '의 1회 초반부 장면을 촬영하기도 해 화제가 되었다. 게다가 이효리,전도연등 스타 가수와 연기자의 카메오 출연 소식도 보도되는등 방영되기 여러달전부터 이미 매스컴을 통해 화제가 된 드라마기도 하다. SBS가 ' 온에어 '에 나름대로 상당한 공을 들였고 기대를 걸고 있음을 알게해주는 사례들이다.

온에어는 기획의도에서 ' 드라마 왕국 게다가 한류열풍을 일으키기까지 한 한국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드라마는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며 헌데 정작 드라마를 만드는 당사자들은 반성하지 않는다며 그 문제의식에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주간 미니시리즈가 대개 그러했든 개성있는 직업을 가진 네명의 남녀 주인공이 나오고 그들간에 얼키고설키는 그런 드라마려니 짐작했는데, 참으로 뜻밖이면서도 눈길가는 기획의도였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방송가의 이야기를 다룬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드라마에서 방송작가니 PD나 엔지니어니 하는 직업은 어디까지나 4각관계의 멜로드라마속에서 극중 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한 설정이었을뿐, 방송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들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재벌2세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경우도 그 기업이 홈쇼핑이나 유선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인 경우도 있었고, 백수지만 연예인 지망생이라 종종 촬영장이나 기획사를 기웃거리는 캐럭터도 있었으니 그런식으로 꼽아보다보면 아마 지금까지 TV 드라마 주인공중 방송가 주변인물이 직업이었던 비율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헌데 온에어의 기획의도는 그런 흔해빠진 4각관계 멜로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획의도를 읽다보면 드라마 시높시스가 아닌 추적 60분이나 그것이 알고싶다의 어느 한회 기획안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작가 김은숙은 온에어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가진 한 기자회견에서 이 드라마를 제작하게된 동기가 원래는 시대극 하나를 염두에 두고 기획안을 짜고 있었는데, 그러던 과정에서 세트마련을 위한 물리적,시간적 부족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였고그러다 차라리 아예 한번 방송가의 문제점을 다룬 드라마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 온에어 '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 직업세계를 다룬 드라마. 하지만 이런 우스개 소리 다들 한두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정 드라마라고 하면 판,검사가 나와 연애하는 이야기고, 의학드라마라고 하면 의사,간호사들이 연애하는 이야기더라. 방송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라지만 시큰둥한 반응이 적지 않은 것은 결국 온에어도 그런식의 이야기로 흘러가게 될 것 아니냐는 지레짐작 때문일 것이다.

사실 온에어의 기획의도 자체만을 놓고보면 이 드라마는 반갑기 그지없는 드라마다. 한류의 위기, 한국 드라마의 위기이건만 정작 당사자들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출생의 비밀, 교통사고, 신데렐라 스토리가 꼭 나오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 그간 수많은 문화평론가들과 논객들이 비판하며 개선점을 요구했고, 심지어 지난해엔 미국의 한 유선채널 코미디프로에서 한국 드라마를 패러디한 꽁트가 방영되기도 했다. 얼마전엔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외국인 출연자들 조차도 똑같이 한국드라마의 문제점을 지적한바도 있다. 그러나 그 수많은 평론가,논객,시청자,한류팬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지금까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헌데 바로 그 문제점을 드라마 기획의도에서 밝히고 바로 그러한 방송제작과정과 드라마제작 시스템의 모순을 다루겠다는 것 아닌가.

헌데 기획의도만으로 볼땐 너무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기까지 하다. 대체 한국 드라마와 한류의 위기를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반성하겠다는 것인가. 물론 드라마를 통해 실제 우리나라 연예계나 방송 시스템의 모순, 드라마 제작과정의 문제점을 묘사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스토리가 있고, 거기에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어야한다. 그게 없으면 그건 온에어가 아니고 그것이 알고싶다가 된다.

근본적으로 이 드라마의 작가가 과연 그와같은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릴수 있는 작가냐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 메디컬드라마라더니 결국 의사와 간호사가 연애하는 이야기로 가더라는 말처럼, 결국 드라마 작가와 PD, 매니저와 탈렌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또다른 멜로드라마가 되지 않을수 있느냐는 문제다.

다들 알다시피 김은숙 작가는 ' 파리의 연인 ', ' 프라하의 연인 ' 그리고 ' 연인 '에 이르는 연인 3부작으로 스타작가로 자리매김한 사람이다. 파리의 연인이야말로 전형적인 재벌2세와 가난한 집 여자의 사랑이야기였고, 프라하의 연인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남녀역활을 바꿔 대통령의 딸과 사랑하는 경찰관 이야기를 만들었다. 연인 역시 그와같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범주였다.

멜로드라마를 쓰든 사회적 문제를 다룬 이야기를 쓰든 아니면 메디컬이나 법정드라마를 쓰든 그건 다 작가의 역량이고 재능이다. 거기서 어떤 우열이나 좋고 나쁨을 가늠한다면 그건 잘못된 일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신데렐라 3부작으로 스타작가가 된 사람에게서 과연 ' 한류의 위기에 대한 반성 '이란 형이상학적 주제를 어떻게 드라마로 묘사할수 있겠느냐는 문제다.

현재 1,2회까지 진행된 온에어에선 실제 방송계의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 살짝 노출되거나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묘사하기도 했다. 연말 시상식, 공동수상임을 알게되자 수상을 거부하는 주인공 오승아, CF 섭외가 들어오자 그것을 빌미로 회사 사장에 대한 성상납을 주선하는 대형기획사 사장, 명품으로 치장한 허영기 많은 회당 수입 2,000만원의 당대의 스타작가, 시청률에 목메는 드라마 제작국장과 PD들의 모습등. 아마 비단 한국 연예계와 방송계만 안고있는 골머리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온에어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마치 한국 드라마의 위기에 대한 자아비판과도 같은 기획의도를 읽어보며 이 드라마에 대한 색다른 기대를 하게 된 나같은 시청자를 실망은 시켜주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류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해왔다. 상투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스타와 시청률 위주의 제작 시스템, 대형 기획사의 횡포등. 하지만 기획의도에서 말한것처럼 정작 드라마를 만드는 당사자들의 반성은 없었다. 헌데 시높시스대로만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온에어는 드라마 작가와 피디의 입장에서 한국 드라마와 한류의 위기를 걱정하며 회초리를 들었던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내놓는 일종의 반성문인 셈이다.

온에어를 일반적인 감상평이나 매니아적 입장에서의 전문적인 분석보담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이 드라마를 지켜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이 드라마가 정말 반성문이라면 반성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검토하는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 빅뉴스 자유토론방 훼드라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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