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택 칼럼, 결국 네이버는 언론사임을 입증
역사상 한국 최대의 언론권력 네이버의 홍은택 뉴스 담당 이사가 한겨레신문에 <나훈아 기자회견 이후>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한마디로 대중문화 비평으로서나 매체비평으로서 수준 이하의 칼럼이었다.
이미 필자는 <나훈아가 비난할 대상은 언론 아닌 경찰>이라는 빅뉴스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홍은택 이사는 먼저 네이버를 검색하여 필자의 칼럼을 읽으면서, 나훈아 언론보도 관련 팩트부터 체크를 해주기 바란다.
홍은택 이사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이나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장 시절이든, 대중문화나 매체비평을 전문적으로 한 바가 없다. 그러니 그의 수준 낮은 나훈아 사건 칼럼에 대해서 논쟁을 할 여지도 없다. 문제는 왜 전문가도 아닌 그가, 한겨레신문에 나훈아 사건 관련하여 대중문화 기자들을 가르치려는 칼럼을 썼냐는 것이다.
비단 이번 칼럼 뿐 아니라, 우선 부당한 언론권력을 누리고 있는 네이버의 뉴스담당 이사가, 한겨레에 자신의 사적인 칼럼을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부터 한겨레신문이 완전히 미쳐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홍은택 이사는 네이버 뉴스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지금 네이버 뉴스에 대해서 선정적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이란 건 그도 잘 알 것이다. 그러면 네이버 뉴스 책임자로서, 네이버 뉴스의 개선책이나 내놓을 것이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대중문화 기자들의 보도 관련하여, 비평을 다하고 나선단 말인가.
홍은택 이사가 이번에 기자들에 주문한 내용은 “기자들은 사실을 확인할 의무가 있고, 미확인 정보를 확인해줄 의무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 나훈아 사건은, 홍은택 이사가 지적한 것과 거리가 한참 먼, 나훈아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큰 사건이다. 설사 홍은택 이사의 지적이 맞다 하더라도, 어떻게 네이버 뉴스 책임자가, 불특정 다수의 기자들에게 이런 가르침을 내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현재 네이버는 전여옥 사건 보도 관련 오보에 대해 항소심에서 패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또한 나훈아급도 안 되는 평범한 네티즌의 마녀사냥 사건에 대해서도 확인없이 기사를 올리고 검색으로 잡았다가, 역시 1심에서 패소했다.
네이버뉴스야말로 기사를 올릴 때, 그 기사의 팩트를 확인하지 않는다. 네이버 뿐 아니라 모든 포털의 뉴스편집자는 “기사를 다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며 법정에서 패해도, 항소하고 이랬던 것 아닌가. 그러니까 네이버에서 확인을 할 수 없으니, 기자들은 기사 하나 네이버에 보낼 때마다, 철저하게 검증하라고 지침을 내리겠다는 건가. 아니 네이버는 이번에 홍은택 이사가 지적한 검증 안 된 나훈아 관련 기사를 전혀 메인에 올리지 않았단 말인가.
홍은택 이사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언론인이라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홍은택 이사는 대기업 네이버의 경영자이다. 대기업 경영자의 역할은 경영을 똑바로 해서 수익을 올리면서도, 자신들이 돈을 버는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지금 네이버는 부당한 언론권력 독점 문제부터, 인터넷경제의 불공정 구조 심화, 저작권 침해 등 사회적으로 풀어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그간 포털 개혁에 앞장섰던 필자가 소속된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는 2008년도 정책 방향을 잡으며, 가급적 일방적 포털 규제법안 추진보다는 인터넷기업협회 등 관련 업체와 활발히 소통하며 함께 일을 풀어나가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제는 특히 네이버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네이버는 홍은택 이사가 주도하여, 한겨레의 뉴스 검색 및 전문칼럼을 독점 계약하는 등, 오히려 부당한 언론권력을 더 강화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리고 한겨레를 잡으며 일정 부분 성공했다. 그렇게 한겨레가 자신들의 역사와 영혼까지 네이버에 팔아먹다보니, 홍은택 이사는 이제 마음대로, 자신의 기자칼럼 수준의 글을 한겨레 지면에 집어넣겠다는 뜻인가.
최휘영, 홍은택, 언론계의 이완용으로 기록되고 싶나
필자는 포털사에 들어간 전직 언론인들의 태도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언론계 출신이 포털사에 들어갔으면, 포털의 언론권력을 제어하면서, 언론계 전체와 상생적 방향으로 일을 풀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네이버의 최휘영 대표, 홍은택 이사 등은 언론계 전체의 공조를 무너뜨리고, 네이버의 권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네이버의 현 경영진이 이러한 경영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면, 간신히 조성된 포털과 언론의 대화 채널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 경영진들의 오만한 착각과 달리, 네이버의 권력 질주는 오히려 네이버의 권력을 통째로 상실케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홍은택 이사가 공적 지면에서 자신의 사견을 마음대로 밝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네이버가 정상적인 기업이 아니라 언론사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는 걸, 그 스스로 알고나 있을까.
이러한 공적인 측면과 달리, 사적인 메시지도 이 글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 얼마 전 필자는 IT 기자들과 미팅을 통해, 네이버의 최휘영 대표나 홍은택 이사를 만나면 반드시 이 질문을 해보라고 권했다.
노무현 정권의 언론죽이기 정책, 즉 포털뉴스와 지하철 무료신문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언론계는 사상초유의 위기에 빠져있다. 언론계 후배들에게 최휘영 대표와 홍은택 이사는 “진실을 찾고 정론만 펼치면 얼마든지 언론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언할 수 있는가. 그 확신 때문에 기자들에게 기사 또바로 쓰라고 호통친 것인가.
네이버는 법적으로 영리 법인 NHN의 수익 사이트이고, 최휘영 대표와 홍은택 이사는 바로 그 영리법인의 고용인일 뿐이다. 스스로 창출하지 못한 고용된 권력은 짧고, 기록되는 역사는 길다. 법인에 충성하느라, 언론계 역사의 이완용으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 선배들의 탐욕 혹은 오판으로 언론인으로서 꿈을 잃어가는 후배들에게 부그럽지도 않냐는 말이다. 또한 최휘영 대표와 흥은택 이사의 경영방식은 NHN의 장기적 비전에도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점도 숙지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애정이나 관심도 다 버렸지만, 이런 수준의 칼럼이 한겨레 지면에 고정적으로 실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한겨레신문에 애도를 표하고 싶다. 나훈아 관련 기사를 쓸 사람이 없어서 네이버 뉴스 담당자에게 원고청탁하나. 네이버에 지면을 줄 바에야 차라리 삼성의 언론계 출신 담당자에 지면을 주어, 광고라도 하나 더 수주하는 게 나을 것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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