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된 회사 재산 빼돌려 刑 확정
`괴자금', 은닉재산 여부 파악 불가피할 듯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인 박문순 성곡미술관장 집에서 수표와 현금 등 50억원이 넘는 `괴자금'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돈의 성격과 조성 경위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및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비호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김 전 회장으로 `엉뚱하게' 불똥이 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3일 "(수사 인력 등의) 여력이 없어 (김 전 회장이나 쌍용그룹의) 비자금까지 수사를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김 전 회장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형이 확정됐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뭉칫돈이 은닉재산의 일부가 아닌지 등 실체를 파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75년부터 20년간 쌍용그룹을 이끌었던 김 전 회장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로 진출했다가 1998년 2월 돌연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쌍용양회 회장으로 그룹 경영에 컴백했다.
1997년 초부터 쌍용차가 수조원대 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그룹 계열사 전체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구조조정을 통해서라도 그룹을 되살리겠다는 목적에서였다.
쌍용그룹은 어렵사리 쌍용차를 대우차에 매각하고 쌍용정유ㆍ쌍용투자증권ㆍ쌍용중공업 등 계열사를 대거 처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으며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무상 정리하는 등 사심 없이 힘썼다는 평도 일부 받았다.
쌍용양회가 곤경에 처했던 2000년 자신의 쌍용화재 지분 12%를 회사에 무상 증여해 쌍용양회로 하여금 이 주식을 팔아 부채를 일부 갚게 하고 일본 업체와의 공동 경영 체제로 바뀌자 최소 지분 5%만 남기고 나머지 3.1%를 역시 회사에 무상 증여한 것.
그러나 김 전 회장은 한쪽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그룹 정상화를 꾀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회사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대검 공적자금 비리 합동단속반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이 밝혀낸 김 전 회장의 횡령 및 배임 규모는 310억원.
그는 2000년 금융기관의 개인 부채를 갚기 위해 쌍용양회 자금을 위장 계열사에 지원하게 한 뒤 이 돈을 대여받는 방식으로 쌍용양회에 178억원의 손실을 끼쳤고 1998년 32억원의 영업권 가치가 있던 계열사 운영 고속도로 휴게소 3곳을 2억4천만원에 비서 명의로 매입하는가 하면, 자신이 소유한 계열사 주식을 비싸게 팔아 54억원을 조성한 뒤 개인사업용으로 사용했다가 검찰 수사망에 걸렸다.
검찰은 그가 금융기관 압류를 피하기 위해 농장, 주택 등 46억원 상당의 재산을 처남ㆍ개인비서ㆍ운전기사 명의로 명의신탁한 사실도 적발하는 등 53억원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예금보험공사에 환수하도록 통보했다.
검찰은 외환위기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이 방만하게 운용됐다는 판단에 따라 2001년 국세청ㆍ공정거래위ㆍ예금보험공사 등과 합동단속반을 꾸려 부실 기업의 횡령ㆍ배임ㆍ재산은닉 및 도피 등을 수사했으며 지난해 3월까지 `나랏돈' 수십조원을 까먹은 기업주 수백명을 기소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200억원을 맡아 관리해오다 2001년 대법원으로부터 국가에 갚으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했으며 올해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사면 때 박용성 전 두산그룹회장, 고병우 전 동아건설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등과 함께 사면ㆍ복권됐다.
정부는 당시 "10년 전 외환위기로 인한 부도 등으로 상당수 경제인이 사법처리됐지만 위기가 치유됨에 따라 이들이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특별사면과 함께 특별복권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정아씨가 김 전 회장이 재판을 받을 때 박문순 관장에게 이번 사건에서 변 전 실장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김영진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김 전 회장에 대한 사면 복권이 변 전 실장의 도움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key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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