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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 칠레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페루로 송환되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인권탄압 및 부패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페루 검찰은 25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소위 '라 칸투타' 및 '바리오스 알토스' 암살 사건에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관여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전화를 불법적으로 도청하고 정부 예산을 불법적으로 정보기관에 전용하여 이를 이용해 야당 정치인들을 회유하는 데 사용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특히 후지모리 정권 붕괴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정보부장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에게 1천500만 달러를 줘 정치공작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이미 기소해 놓은 혐의들에 대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정치적인 음모에 불과하다며 혐의 사실들을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다.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 정부로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소환하여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충실했지만 정치적인 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00년 정보부장 몬테시노스가 야당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면서 회유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가 공개되면서 이어진 혼란한 정국에서 황급하게 일본으로 도피한 후지모리가 2년간의 칠레 체류를 포함하여 7년 만에 귀국하지만 국내에 여전히 그의 지지자들이 엄존하고 있는 만큼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후지모리는 오는 2010년까지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페루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2006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시 쿰플레(Si Cumple)당'을 창당해 놓았다. 여기에다 지지자들은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후지 콜라'라는 음료수 상품까지 출시해 놓는 등 그에 대한 지지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990년 대선에 혜성처럼 나타나 대통령에 당선된 후 군부의 지지를 업고 의회를 3년간 해산한 후 각종 극약처방을 통해 좌익게릴라 단체 '빛나는 길'의 세력을 무력화하고 연간 400%에 이르렀던 인플레를 잡는 등의 공적이 있는 후지모리에 대한 향수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하겠다.

지난 해 의원선거에서 후지모리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가 최다 득표로 의원에 당선됐다는 사실은 상당수 국민들의 가슴속에 후지모리가 살아있다는 단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여기에다 게이코 의원이 이같은 민심을 등에 업고 오는 2011년에 실시되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야심을 키우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만큼 후지모리에 대한 재판이 자칫 잘못했다가는 신구 지지 세력들간의 대결 구도의 양상으로 발전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996년 연말부터 다음 해 연초까지 126일간 일본 대사관 관저에서 벌어진 좌익게릴라 MRTA의 인질사건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하고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던 후지모리의 모습과 숱한 억측속에서 3선에 성공했으나 의회의 '도덕적 실격' 결의에 도주하는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가운데 페루 국민의 선택이 주목된다.

r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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