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랑, 이창하, 정덕희 같은 유명인사들에 이어 최근 탤런트 최수종까지 연예계에도 무차별한 허위 학력 탐정 놀이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제는 심형래, 윤석화, 장미희, 강석, 오미희, 주영훈 등 몇몇 연예인으로 이어진 놀이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서울 따름이다. 더욱이 이들은 그동안 소위 '딴따라'라 불리던 연예인들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지성인스러운 이미지로 남다른 평가를 받았던 터라 이 같은 사실은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어떠한 업적을 남겼는지는 상관 없다. 이들은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됐다. 어쨌거나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마녀사냥까지는 아니더라도 마녀추궁(?)까지는 왔다. 아무리 이와 관련된 입장을 털어놓아도 변명만 늘어 놓는 비겁한 꼴이 되고, 그 진지함까지 거짓말로 질타를 받는다.
가장 탁월한 처세술은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남들이 알아내기 전에 내가 먼저 고백하고 일찌감치 양심 선언을 하는 것이다. 뒤탈 없는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 처세술은 자신을 충분히 변호할 기회를 확보하고 간다는 점에서 선처를 호소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자의든 타의든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허위 학력에 덜미를 잡힐지 모른다. 그러면 그 때마다 언론과 네티즌들은 "변명하지 마라" 씹어댈 것이고, 당사자는 열심히 각기 다른 자기만의 대응 방식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할 것이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최근 허위 학력으로 궁지에 몰린 연예인들이 하나 같이 한 목소리를 낼 때가 있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인물 정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자신의 불찰"이라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KBS 드라마 <대조영>에 출연 중인 탤런트 최수종은 가장 강력하게 학력 위조와 관련된 파문에 일일이 각 포털을 거론하며 탓을 돌렸다. 안재모 또한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 '왕과 나' 제작발표회를 통해 잘못된 학력 게재와 관련해 포털사이트에 의해 와전된 사실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적이 없음을 확인한 최수종은 논란이 불거지자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보도자료는 최수종에게 학력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포털사이트에 일일이 수정을 요구하거나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최수종은 "연기자 데뷔 초기 친척 중 한 분이 매니저 일을 맡았었는데 당시 광고대행사에 최수종 프로필을 작성하여 배포하는 과정에서 한국외대에 지원한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내용을 확인절차 없이 학력 란에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로만 적시한 것이 발단의 계기였던 것 같다"고 설명하며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런 내용들이 각 포털사이트에 사실 확인 없이 제각각 기재되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네이트에는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경영학과, 야후에는 고려대학교 컴퓨터 과학기술 대학원, 다음과 엠파스엔 한국외국어대학교, 파란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콜로라도주립대학교-고대 컴퓨터 과학기술 대학원 등으로 올라 있었다"며 구체적인 예를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22일 안재모도 '왕과 나' 제작발표회에서 "과거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는데 포털사이트에 작년에는 재학 중이라고 돼 있다가 올해는 같은 과 학사로 기재돼 있었다. 졸업을 못했는데 나에게 불똥이 튈까 걱정이다. 빨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영훈은 언론에 "그동안 포털사이트에서 최종 학력이 조지메이슨 대학교로 나온 것을 보고 수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솔직히 그 방법을 몰랐다. 또 내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안이한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고 후회해 포털사이트 인물 정보의 상호 관계적 모순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이 같은 변명은 '책임 떠넘기기'란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꽤 설득력이 있다. 과거 신문, 잡지 등 지면을 통해 한정적으로 공개되어지던 연예인들의 프로필은 현재에 와서 출생지며 생일, 가족 관계, 출신 초, 중, 고, 대학교까지 포털사이트 검색에 이름 하나만 쳐도 손쉽게 얻어지는 실생활 정보쯤의 하나로 전락했다.
이는 연예인들도 공인의 범주에 놓고 신상을 소상히 공개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정보들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확인된 지금 화제성에 따라 이미 알려져 있는 정보를 가져와 등록, 관리하는 정도로 제공되고 있는 포털사이트의 인물 정보는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앞서 안재모의 고백에서도 거론됐듯이 대부분의 포털사이트들이 거의 동일하게 게재하고 있는 인물 정보는 당사자에게 동의는 커녕 확인조차 받지 않고 이루어진 것들이다.
따라서 허위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한 포털사이트들의 책임이 없다고는 말 할 수 없다. 아니 이번 학력 위조와 관련된 논란 이후 해당 연예인의 학력란을 아예 없애버린 포털 사이트들은 인물 정보 제공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정확성을 보장해야 한다.
확인 없이 장사한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긴장해라
▲ 유료 정보 예시에 소개된 노무현 대통령의 인물 정보
이번 논란으로 인해 특별히 긴장해야 하는 곳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다. 네이버를 통해서면 다른 사이트들에 비해 좀 더 상세한 인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 천 원의 과금 결제가 조건으로 따라 붙는다.
무료로 제공하는 간략한 정보가 있고, 학력, 경력, 수상 내역 등을 좀 더 상세하게 제공하는 유료 정보가 따로 있는 것. 유료 정보 예시를 보면 변호사 출신의 현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의 몇 페이지 분량 정보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이 유료 정보는 출처를 알 수 없고, 수입 분배 등도 불투명하다.
몇 해 전 문화평론가 변희재 씨는 이러한 문제 등을 이유로 어느날부터인가 동의 없이 네이버에 올라온 자신의 인물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이후 네이버에서 그의 인물 정보는 삭제됐고,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지인을 통해 들은 바로는 포털사이트 유료 인물 정보로 해당 인물이 금전적으로 얻어가는 것은 없으나 이것으로 '홍보가 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다고 한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연예계에 데뷔한 한 신인그룹의 매니저는 어떻게 하면 각 포털사이트 인물 검색에 그룹의 정보를 등록 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기자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신인들에게는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는 것 보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물 정보가 자신들을 알리는 데에 있어 더 큰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이었다. 돈을 줘서라도 등록시켜 달라고 부탁할 판.
그동안 연예인들이 자신의 키와 나이, 몸무게 등을 교묘하게 줄이고 늘려서 적당히 포장 하는 것은 부지기수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물 정보를 홍보의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당연히 대중을 상대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는 이들이 그러한 정보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무엇이겠는가. 말 한 마디에도 기사화되는 그들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알게 모르게 포털사이트 인물 정보는 부풀려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가 허위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아니다. 그저 100% 신뢰하지 않을 뿐이다.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정보였다"는 사실이다. 그에 따라 책임과 과제는 이번 논란 이전부터 감지 되었어야 한다. 이제라도 인물 정보 제공자, 수용자 모두 인식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일이 어떠한 것인지를 이번 가짜 학력 파문을 통해 진리를 깨닫길 바란다. 또한 이번 논란으로 확인 없이 허위 학력 내용이 포함된 정보를 유료로 제공한 꼴이 된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치고 빠지는 비겁자가 되지 말고 대중에게 구조적 이해를 구하고 속히 사죄해라.
다음은 이 글에 인용한 '최수종 학력 위조'에 대한 소속사의 입장 전문이다. 최수종을 옹호하고자 하는 뜻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언론에 불거진 최수종 학력 논란과 관련해 소속사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힙니다.
소속사는 최수종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배재중학교와 배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에 지원해 합격을 했으나 집안 사정으로 인해 등록을 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콜로라도에 있는 fortmorgan college를 1년 정도 다녔을 무렵, 부친상을 당해 귀국하는 바람에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했다고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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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데뷔 초기 친척중 한 분이 매니저 일을 맡았었는데 당시 광고대행사에 최수종 프로필을 작성하여 배포하는 과정에서 한국외대에 지원한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내용을 확인절차 없이 학력 란에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로만 적시한 것이 발단의 계기였던 것같습니다.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런 내용들이 각 포털사이트에 사실 확인없이 제각각 기재되었는데 네이트에는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경영학과, 야후에는 고려대학교 컴퓨터 과학기술 대학원, 다음과 엠파스엔 한국외국어대학교, 파란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콜로라도주립대학교-고대 컴퓨터 과학기술 대학원 등으로 올라 있었습니다.
사실 최수종은 지금까지 학력을 팔아먹거나 학력 프리미엄을 얻어본 적이 없으며, 더욱이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했다는 내용을 기재하거나 말 한 적이 없는데 누가 외국어대를 입학하고 졸업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하고 기사화를 하여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지 정말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지금도 한번 다녀보고 싶은 대학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으며, 그 어느 대학보다 한국외대에 애정과 관심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외국어대 학교 행사에 초청받았을 때 흔쾌히 달려갔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최수종의 삶에 있어서 학력은 그다지 중요한 사안도 아니었고, 지금까지 외대를 졸업했다고 말해본 적이 없으며, 인터넷 포털사이트마다 각각 다른 내용들이 기재되어 있어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지금 마치 최수종이 연예인이란 신분 때문에 학력을 팔아먹고, 학력을 허위로 조작하고, 학력 프리미엄의 수혜자인 것처럼 매도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은 것이 최대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초 최수종은 이번 논란에 대해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으나 잘못된 사실은 바로 알려야 되겠다는 마음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힙니다. 이제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며, 최수종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반듯한 몸가짐으로 오로지 연기자로서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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