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명 문서철 4권 첫 확인
보안사 存案 '좌익인사' 참조해 '청명카드' 작성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귀원 기자 =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가 1989년 민간인 923명을 사찰한 일명 '청명계획'의 문서철(4권)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과거사위원회(위원장 이해동.과거사위)는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보안사 민간인 사찰사건 조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보안사 3처(우종일 처장.김용성 과장)가 1989년 상반기에 계엄령이 발동될 것에 대비, 사회 주요 인사 923명의 검거 및 처벌을 위한 '청명계획'을 입안했으며 이들 인사를 등급별로 구분한 '청명카드'(체포카드)를 만들었다.
청명계획은 사회 주요인사들의 인적사항, 예상도주로, 예상 은신처, 체포조, 유치장소 등이 기재된 청명카드를 작성하고 계엄 발령시 이들을 검거, 처벌한다는 계획으로 일제강점기 '예비검속'과 유사하다.
특히 보안사는 경찰과 검찰 등 유관기관으로부터 받은 좌익 인사들에 대한 자료와 당시 보안사에 존안(存案)된 좌익 인사들의 명단과 등급을 참조해 대상자를 구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명계획 실행을 위한 청명카드는 '청명TF' 팀장인 3처 6과 윤모 계장과 예하 보안부대가 미행, 탐문, 조사 등의 방법으로 내사 보고한 자료를 요약, 정리하는 방법으로 작성됐다. 이는 향후 민간인 사찰의 토대가 됐다.
이 계획은 3처장에게까지 보고됐다. 당시 최경조 참모장과 조남풍 사령관이 관여됐다는 진술이나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
청명계획의 대상자는 처음에는 970여 명이었으나 청명TF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A급 109명, B급 315명, C급 499명 등 923명으로 줄었다.
민간인 사찰(청수) 대상자 1천311명에 대한 개인별 신상자료철은 현재 기무사에 보존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사위 확인결과, 이 자료에는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빠져있고 당시 윤석양 이병이 폭로할 때 있었던 노무현, 이강철, 문동환, 박현채 등 4명의 신상자료도 누락됐다.
그러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에 보관된 사찰카드에는 노 대통령은 사찰 번호가 295번이고 부산 보안부대 이모 상사에게 미행과 망원, 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매월 1회 동향과 분석의견을 보고하도록 했다.
사찰 고유번호 296번인 이강철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보의 경우 대구 보안부대 김모 상사를 사찰 담당자로 지정해 동일한 방법으로 동향을 보고토록 했다.
보안사 민간인 사찰과 관련, 1천311명 분의 1만2천100여쪽이 현재 기무사에 보존되어 있다는 것도 처음 확인됐다.
또 육군본부 민사심리전 참모부에서는 계엄령 발령에 대비해 '비둘기계획'을 입안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1988년 여소야대 정국과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 장기 파업사태, 문익환 목사 방북 등을 국가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계엄령 발령에 대비한 실무준비 작업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육군참모총장이나 국방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정당한 직무행위'로 판단된다고 과거사위는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군 정보수사기관에 대한 감독, 통제기능을 강화하고 내부 비리 고발자의 형사책임 면제 등 법적 보호장치 마련해줄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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