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 첫날인 4일(현지시간) 한.미 양측은 최대 쟁점사안인 쇠고기와 의약품을 둘러싸고 수석대표간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는 신경전을 벌였다.
아울러 농산물 분야에서도 이른바 민감품목의 논의가 시작되면서 긴장이 높아지
고 있다.
쇠고기 등의 농산물과 의약품 협상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면 자동차와 '투자자
-국가소송제'로 불리는 국제중재절차에서는 호.악재가 교차했다.
◇ 쇠고기.의약 신경전..농산물 첩첩산중
5차 협상전부터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뼛조각 쇠고기'
를 둘러싸고 한.미 양측은 회의 초반부터 날을 세우며 상대방 기선제압에 나섰다.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쇠고기 문제 해결없이 FTA 비준은 어렵다"며 선
공을 날렸고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FTA에서 논의되는 쇠고기 문제는 관세"라고
선을 그으며 "뼈있는 쇠고기 문제를 논의하려면 적절한 채널을 찾으라"고 반박했다.
회의 개막을 장식한 '쇠고기 논란'은 5일부터 축산물 분야를 다루게 될 농산물
협상이 험로를 걸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가장 진척없는 분야로
꼽히는 의약품 분야에서도 양측의 공방은 불꽃을 튀겼다.
커틀러 대표는 "의약품의 논의상황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는 언급과 함께 "한국
정부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이해 당사자들에게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 개선을 위
한 코멘트를 받았지만 반영된 게 거의 없다"며 한국의 정책결정 투명성까지 싸잡아
문제를 제기했다.
물론 김 수석대표도 "매우 실망했다는 커틀러 대표의 발언에 나도 실망했다"며
"서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돼야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미국측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되받아쳤다.
의약품 협상은 미국측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둘러싼 문제제기에 이어 특허권
연장을 위한 제안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견해차가 좁혀질 가능성을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쇠고기와 의약품이 초장부터 요란한 파열음으로 주목을 끌었다면 이날부터 논의
가 시작된 농산물 협상은 자칫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한.미 양측은 이날 농산물 분과 오후 회의부터 대두와 감자,보리, 옥수수 등 식
량작물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측은 "쌀은 지켜나갈 것"이며 "논의의 진전을 위해서는 '민감품목'에 대해
특별한 고려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미국은 "예외는 없다"며 우리가 '
기타'로 분류한 품목들에 대해서도 구체적 입장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 우려와 진전 교차한 車.국제중재절차
미국측의 최대 민감품목중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는 우려와 변화조짐이 교차하는
품목이다.
그간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제가 무역장벽이라며 '폐지'를 요구하던 미국이 이를
'개선'으로 표현을 바꾼 것으로 확인된 점은 논의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호재지만 미국 민주당의 의회장악은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자동차의 '고향' 미시간주 출신의 샌더 레빈 의원(민주당)이 한미FTA 타결
시 이를 가장 먼저 다룰 하원 세입세출위 무역소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지는
점은 자동차와 관련된 미국의 요구 수위가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도 구체적 사례를 들지는 않았지만 "의회의 변화 때문에
자동차 등에 대해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자동차를 둘러싼 미국내
정치적 압박이 만만찮음을 시사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불리는 국제중재절차에서도 비관과 낙관이 엇갈리기
는 마찬가지다.
미국측은 ISD의 대상과 관련, 간접수용의 내용을 규정한 부속서에서 기존 환경,
보건,안전외에 부동산.조세정책 등도 포함시키자는 한국측 견해중 '일부'를 포함시
킨 새로운 역제안을 내놓았으나 어디까지 한국의 입장을 수용했는지, 어떤 껄끄러운
추가 항목을 포함시켰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금융.서비스 눈에 띄는 진전 없어
금융과 서비스 분야는 한.미 양국에 모두 중요한 내용이지만 뚜렷한 진전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측은 이날 국책은행, 특히 산업은행의 역할이 사실상 전체 산업에 대한 정
부의 보조금 지급이 아니냐며 '특별한 관심'을 표명하는 등 이전에 비해 요구의 강
도를 높였다는게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전문직 자격의 상호 인정과 관련해서도 한국측은 의사와 간호사, 엔지니어, 건
축과 수의사 자격을 대상목록으로 올렸으나 협상단 관계자는 "대상 직종에 대해 양
측이 구체적으로 교환한 바 없다"고 말해 아직은 '희망사항'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