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은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자금 송금 문제와 관련,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낙관했다.
천 본부장은 이날 오후 워싱턴 특파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관련 당사국들간 확고한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와함께 정부 당국자는 "미국 중앙은행이 개입함으로써 BDA 송금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해결됐느냐"는 질문에 "애국법 311조 적용은 범위가 정해져 있는 것"이라며 "이번 BDA 문제 해결은 (미국이 허용하는) 법과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그에 합치하는 방법으로 모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우리측이 이번에 미국측 전문가들을 만나 미국이 과거 우크라이나에 적용했던 '넌-루거법'(옛 소련의 핵무기 해체협력에 관한 협력적 위협감소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설명을 들었다"고 밝혀, 북한의 핵폐기 이후 보상방안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넌-루거법에 대해 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것은 북한에 혹시 그런 일이 발생할 것에 대비, 옛 소련에 했던 경험을 활용하자는 차원이었다"면서 "당장 적용할 사안은 아니지만 언제가 닥칠 일이어서 아이디어를 구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본부장은 특히 전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의 회동 사실에 언급,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모멘텀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적극 협력, 하루속히 2.13 합의가 이행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천 본부장은 그러나 "북한이 얼마나 신속하게 행동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북한측에 달려있는 문제"라면서 "북한이 BDA 해결 후 핵폐기 조치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지만 실제 얼마나 빠른 시일내 될 지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BDA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이 2.13 합의때 약속한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초청과 영변 핵시설 폐쇄 등 초기 이행조치 실천이 중요하다"면서 "따라서 지금은 북한이 행동에 나서는 것이 북핵 6자회담 개최보다 더 중요하며 6자회담은 핵폐쇄 조치 이후에 열려도 상관없다"고 부연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BDA 문제 해결 이후에도 핵시설 폐쇄를 지연할 가능성에 대해 "핵시설 폐쇄는 1주일 이내에도 할 수 있는 문제로 북한의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천 본부장은 "러시아가 적극 협조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 BDA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는데 좋은 기여를 했고 지난주 한-러 외무장관 회담이 큰 분수령이 됐다"고 밝히고 "북핵 6자회담의 핵심 과제는 BDA 해결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본부장은 "북한이 원하는 계좌로 원하는 액수를 송금하면 BDA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고,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BDA에 묶여 있는 돈 2천500만달러 전부를 송금해주길 원하는 지 잘 모르며, 몇 백만 달러만 남겨두고 송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cb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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