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여한구기자][특례조항 근거 사학연금 갈아타기…'국민연금 불신' 확산 우려]
국책 연구기관과 정부산하 대학원들이 국민연금에서 탈출해 사학연금으로 갈아타려는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사학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보장성이 높은 탓으로, 초라한 국민연금의 위상이 재확인되고 있다.
11일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교육인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자체 논의를 거쳐 지난달 17일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공적연금 가입대상을 변경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원과 광주과학기술원도 사학연금으로 옮겼으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는 사학연금 전환을 교육부에 신청하는 등 정부산하 대학원들이 탈(脫) 국민연금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지난 2005년 6월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옮겨갔다.
이런 움직임은 2005년 5월 사학연금법 개정으로 정부산하 연구기관도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면 광의적인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아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특례조항을 둔데서 비롯된다.
그 전에는 실제 교육기능을 지닌 대학원의 교수·연구직만 사학연금 가입이 허용됐었다.
여기에 국민연금에 비해 사학연금 등 특수직연금의 혜택이 월등히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민연금의 정책적 기능을 연구·조언하는 KDI마저도 국민연금을 외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민연금은 가입기간 전체 낸 돈을 기준으로 평균소득의 50%를 받도록 설계돼 있지만 특수직연금은 퇴직 전 3년간 평균임금의 70%를 받을 수 있어 노후생활 보장 차원에서 큰 차이가 난다.
더욱이 국민연금 재정불안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합의로 보장률은 40%로 까지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KDI 직원의 경우 사학연금에 가입되면서 국민연금 가입자에서는 자동 제외된다. 해당자는 반환일시금을 받거나 10년 이상된 자는 노후에 연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국민연금 개혁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정부산하 연구·교육기관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근본적으로 사립학교 교직원들을 위한 연금에 국책 기관 종사자까지 포함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의 불만이 큰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감이 더 확산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에 근거가 있는 이상 국민연금에서 특수직연금으로 옮기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고통을 감내하는 일반국민들 입장에서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실무자는 "2005년 사학연금법 개정 당시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의견요청 없이 일방적으로 특례조항이 신설된 것으로 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여한구기자 han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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