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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미경기자][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통신시장 완전경쟁의 견인차]

오는 7월 1일부터 지배적사업자의 결합상품 할인판매가 가능해짐에 따라 KT와 SK텔레콤은 요즘 몹시 분주하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결합판매 허용' 제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유리한지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느라 그렇다.

이동전화 상품밖에 없는 SK텔레콤은 종합유선방송(MSO)이나 초고속인터넷사업자와 제휴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지만, 우선 자사 상품내에서 가입자에게 할인폭을 높여줄 수 있는 요금상품을 재구성하는 쪽으로 결합판매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에 비해 상품종류가 훨씬 다양한 KT는 다른 사업자와 제휴보다 자사 상품끼리 묶어서 할인판매하는 쪽으로 결합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와 재판매상품인 '이동전화'를 묶음상품으로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단일상품밖에 없는 SK텔레콤은 그렇다치고, 상품종류가 많은 KT마저 결합상품 종류를 두가지 정도로밖에 구성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지배적사업자의 결합판매 허용에 따른 시장파괴력은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KT는 92%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시내전화를 결합상품에서 아예 제외시킬 것으로 알려져, 정보통신부의 결합판매 허용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KT 입장에선 시내전화를 결합상품 구성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KT 유선전화는 지난해 KT 전체 매출액 11조7809억원 가운데 36%나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매우 높다. 시장점유율이 92%나 되는 시내전화를 결합상품으로 판매했을 때, 신규가입자 유인효과는 없고 매출을 오히려 갉아먹는 역효과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KT는 '시내전화' 결합판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배적사업자 결합판매 허용을 통해 통신시장 완전경쟁을 실현하려는 정통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무를 막론하고 결합상품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시내전화도 예외가 아니다.

정통부가 '시내전화-인터넷전화(VoIP)간 번호이동' 카드를 빼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도입을 통해 KT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간의 요금경쟁을 촉발시켜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KT시내전화 독과점도 어느 정도 해소시켜보겠다는 게 정통부의 계산이다. 문제는 정통부가 빼든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카드가 제효과를 거둘지다.

현재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는 도입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는 통화권이 달라서 요금잣대가 다르다. 시내전화는 지역별 번호가 구분돼 있는 반면, 인터넷전화는 시내/시외 통화권 구분이 없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화는 가입자당 1500원의 상호접속료를 물고 있어 시내전화보다 요금이 비싸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를 도입하려면 바로 이같은 난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부산에서 인터넷전화로 번호이동한 가입자가 서울로 이사를 했을 때 겪어야 하는 번호에 대한 혼란이나, 통화권이 변경되면서 겪어야 하는 요금체계의 혼란은 모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전화가 시내전화 대체재로서 제구실을 하려면 가입자당 1500원씩 부과되는 상호접속료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초읽기에 들어간 결합판매 시장에서 모든 필수설비를 갖추고 있는 KT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유일하다. 따라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활성화 여부에 따라, 결합판매 시장도 그 운명을 같이한다. 92%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KT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사업자간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진배없다. 다윗은 지금 정통부의 지혜가 필요하다.

윤미경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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