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홍기삼기자][이랜드노조, 비정규직 해고문제로 하루 파업 돌입...재계도 '촉각']
10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뉴코아 강남점 후문 옆 인도에는 1000여명이 훨씬 넘어 보이는 노동조합원들이 초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비정규직 철폐’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날 하루 이랜드 일반노조와 이랜드그룹 계열 뉴코아 노조는 사측이 뉴코아소속 일부 비정규직의 계약을 해지하고 용역직원으로 전환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공동 파업을 벌였다.
자신을 홈에버 중동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정규직이라고 밝힌 한 여성직원은 “올해 중동점 수납담당 직원 8명이 어느 순간 해고되는 등 비정규직에 대한 사측의 처리방식을 보고 신분 불안을 느껴 살아남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매년 4월 정기적으로 인상되던 월급도 올해는 그냥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오늘 중동점에서 일하는 40대 후반 판매직원 48명이 집회에 참석할 정도로 직원들의 위기의식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직원 모니터링제를 통해 사측이 직원들의 동태를 일일이 감시하는 등 노사간 불신도 팽배한 상태”라고 전했다.
뉴코아 노조의 한 간부는 “작년 주식배당금으로 82억원을 벌고 교회 십일조 헌금만 130억원을 갖다준 박성수 회장이 열심히 일한 노동자를 거리로 내쫓고 있다”며 “회사 측이 제대로 된 대화나 협상없이 직원들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하루지만 파업사태로까지 번진 건 뉴코아가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비해 전 점포의 비정규직 계산원들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서부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있는 계산 업무를 외부 용역업체에 100% 맡긴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을 회사가 거꾸로 역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추산 약 1300명의 노조원들은 이날 뉴코아 강남점에서 1차 파업출정식을 끝낸 후 버스 30여대로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으로 이동한 후 대국민 선전전을 계속했다.
여성 판매원과 계산원들이 주를 이룬 이날 노조의 파업으로 홈에버, 뉴코아 등 이랜드계열 유통 점포들의 휴일 영업이 일부 차질을 빚었다. 계산대에는 재무팀, 신선식품팀 등 스태프조직의 매니저들이 대체 인력으로 투입됐다. 홈에버 상암점의 경우 대체 인력으로 투입된 남자 캐셔 5명이 눈에 띄었다.
홈에버 노사협력실 박형동 부장은 “뉴코아와는 달리 홈에버는 외주화 계획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계 ‘하투’ 뇌관될까=이랜드의 사례처럼 7월1일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 문제가 하반기 노사부문의 큰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예기간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당장 이랜드처럼 급박한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가 주요 대선후보의 공약에 비정규직 철폐 문제를 반드시 담아내겠다는 입장이어서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현대자동차가 소속된 금속노조가 한미FTA로 고용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정치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 이슈가 올해 하투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기삼기자 argus@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