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진우기자]['6·10 민주화 항쟁' 20년후 서울광장 모습...일상의 평화로운 여유 넘쳐]
◇"호헌철폐, 독재타도"= 20년전 서울시청 앞 광장은 뜨거웠다. 1987년 6월10일, 이른바 '6·10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날 시청 앞엔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날은 전두환 정권의 故박종철 군의 고문 살인을 규탄하고 대통령 직선제 헌법 개정을 요구하기 위해 국민운동본부에서 '국민대회'를 열기로 한 날이었다.
'국민대회'는 전국 22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민주화를 위한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는 대규모 시위가 대한민국 전역에서 열린 것이다. 이날 시청 앞 광장은 민주화의 한 성지였고 수많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한열군이 전날 시위도중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진 소식이 알려져 이날 대규모 시위는 더욱 뜨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시청앞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시민들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목놓아 울었다.
◇2007년 6월10일= '6·10 민주항쟁'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시청 앞 광장의 이름은 '서울광장'으로 바뀌었다. 광장 중앙에 있던 커다란 분수대는 사라지고 천연잔디밭이 조성됐다.
이곳에서 가족끼리 연인끼리 또 친구들끼리 한가롭고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다. 하늘은 맑고 깨끗해 푸르른 가을 하늘을 연상시킨다.
노상분수대에선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시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아이들은 물장난치며 오늘을 즐기고 있다. 한쪽에서는 민주항쟁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중이다.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그 열정과 순수함 만큼은 대단하다.
시민들은 여기 저기서 '행복한 오늘'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이 깃들어 있다.
◇서울광장의 하루= 이른 아침 잔디밭에 물이 뿌려지면서 서울광장의 하루는 시작한다. 직장인들은 빠른 걸음으로 출근을 하고 있고, 광장옆을 지나는 차들은 점차 많아진다.
출근길에 시청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6만여장의 사진으로 꾸며진 서울시청사 담장을 바라보며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새 청사 공사 기간동안 설치된 일시적인 담장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뺏는다.
상쾌한 아침이 지나고 햇살이 뜨거워 지기 시작하면 잔디밭 옆 노상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은 그 곳에서 물장난을 한다. 지켜보는 부모들의 얼굴은 어느새 흐뭇해지는 표정으로 바뀐다.
바로 옆에는 'STOP CO2'라는 설치물이 있다. 아름답고 깨끗한 지구를 위해 펼치는 서울시의 환경캠페인 상징물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인근 직장인들이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년전 이곳을 뜨겁게 달궜던 넥타이 부대의 아들, 딸들이다. 광장 한쪽에서는 규모가 작은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산책나온 직장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이곳은 약속장소로 바뀐다. 시청 본관 앞에 서서 휴대폰이나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잔디밭에 앉아 책을 읽으며 혹은 잔디밭을 배회하며 약속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띈다.
광장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면 신문지등을 깔고 앉아 시원한 캔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큰 웃음소리가 전해온다. 또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서울광장의 밤은 여기 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사람냄새가 나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6월 정신 깃든 곳, 행복한 일상의 여유 만끽하는 곳= 20년전 이곳을 점령했던 30~40대 넥타이 부대들은 이제 중·장년이 되어 이곳을 찾는다. 이곳에서 만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시대의 아픔과 고뇌를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처럼...
20년전 이곳에서 울렸던 함성은 그날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외침으로 들리고 있다. 그 함성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초석이 되었고, 그날의 뜨거웠던 함성이 오늘의 서울광장을 만들었다. 가족단위로 혹은 연인과 친구들끼리 이곳을 찾은 모습에서 행복한 일상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서울광장 잔디밭 한쪽에서 해맑은 모습으로 뛰노는 아이들과, 잔디밭 옆 분수대에서 즐겁게 물장난 치는 아이들이 보인다. 2007년 6월10일은 그렇게 기억되고 있다.
정진우기자 econp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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