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반준환기자][[명동풍향계]]
자금압박으로 무너져가는 중소 건설사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유동성 위기가 표면화된 것은 올들어서지만, 사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짐이 많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최근에는 1차부도를 맞는 업체들이 상당수 목격되고 있다. 극적으로 회생하는 곳도 있지만 대다수는 최종부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거래은행들에도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한승건설, 결국 최종부도..철강유통업계도 술렁
지난달 30일 오전 9시30분. 한승건설의 주거래은행인 A은행 ㄱ지점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날 밤까지 한승건설 당좌계좌로 입금됐어야 할 자금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억원이 펑크난 A은행 뿐 아니라 30억원을 입금받지 못한 B은행, 20억원의 어음이 돌아온 C은행 등에도 난리가 났다.
그날 한승건설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자금을 구했고, 은행 지점장 뿐 아니라 여신담당자들도 온종일 초단위로 상황을 체크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미 2월부터 위기설이 돌았고, 자금압박으로 오늘 내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다음날인 31일 한승건설은 최종부도를 맞게됐다.
금융기관 뿐 아니라 철강, 형강 유통업체 등 거래기업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승건설은 지난 1992년 설립된 중건 건설사다. 지난해 216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10여개에 달하는 공사현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규모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한승건설은 최근 2년 68억원, 85억원의 세후 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초 미분양 아파트 발생 및 공사대금 미회수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2월의 경우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겼는데 미분양 아파트로 대물변제해 위기를 넘겼다.
은행들은 한승건설을 예의주시했지만 공사현장이 잘 돌아가고 있었고, 대전지역 분양시장에도 선전하는 터라 잠시 마음을 놨는데 결국 문제가 터진 것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활황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라면 별 문제 없던 업체들도 현재는 체력이 고갈된 상황이라 약간의 타격에도 쓰러질 수 있다"며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한 대형업체와 상황이 다른 중소 건설사간 양극화도 관찰된다"고 말했다.
◇영업정지 경북저축銀, 중소 건설사와 어음거래 많아
자본잠식 문제로 지난달 영업정지를 당한 경북저축은행. 과거 소액신용대출의 연체가 미해결, 자산부실이 계속된 것만 알려졌지만 실제는 중소건설사와 어음할인 거래가 상당했다. 특히 사업력이 약하고 수익을 제대로 거두지 못한 일부 저축은행들에 이 같은 모습이 관측되는데,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준환기자 abcd@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