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병근기자][금리인상으로 차입비용 증가, 자금 모집 차질 우려]
차입을 통해 글로벌 인수·합병(M&A) 붐을 주도해온 사모펀드들이 세계적인 금리 인상을 맞아 시험대에 서게 됐다. 금리 인상은 차입 비용 증가로 이어져 자금 모집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들은 향후 수개월간 차입과 채권 발행을 통해 M&A에 필요한 자금 2500억달러를 모을 계획이다. 이는 양대 거대 기업 월마트와 씨티그룹의 상장 지분 전체를 매입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이다. 그러나 고금리로 사모펀드들의 차입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최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5.1%를 기록, 10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이로써 차입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월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한 M&A 붐은 저금리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찾아 사모펀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왔다. 이는 사모펀드들이 M&A에 나설 수 있는 종잣돈으로 작용, 사모펀드들은 먹잇감을 찾아 세계를 휘젓고 다녔다.
사모펀드들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단순히 고금리 때문만은 아니다. 사모펀드와 비슷한 투자 패턴을 보인 연기금들은 계속되는 M&A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피인수 기업의 주주들이 비용을 높이려는 것도 사모펀드의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인도 기업 바이오메트(Biomet)가 가장 최근의 실례이다. 바이오메트 인수에 뛰어든 블랙스톤, 골드만삭스,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TPG 등 4개 사모펀드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바이오메트의 주주들이 109억달러의 인수 제안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인수액에 5억달러를 추가로 얹었다.
최근 갑자기 하락장을 연출하고 있는 증시는 사모펀드에 또다른 악재다. 사모펀드들이 기존에 투자한 자본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98.94포인트 빠졌다. 연초 강세를 보인 이후 3일 연속 하락세다.
사모펀드들은 지금까지 각종 난관을 잘 극복해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물론 과거 금리 인상 시기를 견뎌냈다. 덕분에 사모펀드들은 자금 모집도 비교적 수월히 할 수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고금리 시대가 사모펀드의 전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차입을 통해 M&A에 나선다. 이는 막대한 투자를 유발, 증시를 부양한 한 원인이기도 하다. 연기금 이외에도 일부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의 투자 스타일을 따라 차입을 통해 기업 인수에 나서거나 자사주를 재매입하기도 했다.
바이오메트 인수전에 뛰어는 사모펀드 컨소시엄은 지난 몇 주간 인수액 인상을 꺼려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인수액이 최고 금액이라며 오히려 바이오메트의 경영상 문제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들은 시장 상황을 뒤늦게 깨닫고 주당 인수가를 44달러에서 46달러로 높였다.
차입으로 생겨난 부채는 즉각적인 위협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잠재적으로는 대형 위기일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사모펀드에 대한 열기가 높은 이유의 하나는 부실률이 지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주간 위험부담이 큰 기업들의 채권에 붙는 가산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인 2.5%포인트였다. 올초에는 3%포인트, 2002년에는 10%포인트였다.
조나단 와이스 와코비아그룹의 애널리스트는 “지난 3~4년은 사모펀드들에게 호시절이었다”며 “저금리는 물론 대출 업체들이 가산 금리를 낮춰 달라는 사모펀드들의 요구를 잘 받아들여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문사 프리시전 캐피털의 토드 케슬맨 애널리스트는 “대개의 사모펀드들이 대형 회사인데다 수완이 좋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사모펀드들의 성공에 중대한 위험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고정 수익을 갉아먹는다. 채권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퍼지기 시작할 때 채권을 내다팔며 결국 금리 인상 압력으로 귀결된다.
장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0.5%포인트 올랐다. 단기간에 이 같은 상승은 역사상 드물었다. 전문가들은 채권의 고금리 추세가 투자자들의 투자를 가로막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샘 젤이 인수한 트리뷴의 경우를 보자. 트리뷴이 지난달 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 했을 때 투자자들은 극심하게 저항했다. 이들은 신문 산업의 성장 전망을 의심한 것이다. 결국 트리뷴이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제프리 그윈 헤지펀드 매니저는 “많은 기업들이 M&A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전보다 애를 먹고 있는 듯 보여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명 사모펀드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어느 때보다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때다.
김병근기자 b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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