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사건 피해자와 피의자의 화해를 유도하는 형사조정제도가 서울중앙지검에서 본격 시행된다.
서울중앙지검(안영욱 지검장)과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이사장 이용우)는 8일 오전 11시 청사 대회의실에서 형사조정위원장인 고영주 변호사(전 서울남부지검장)를 비롯해 형사조정위원 90명을 위촉한다.
위원은 법률위원(변호사)과 전문위원(의사ㆍ변리사ㆍ기술사), 지역위원(기업인ㆍ교육공무원) 30명씩으로, 위원 3명씩 모두 30부의 형사조정부가 구성된다.
◇ 화해ㆍ합의 유도하는 형사조정제도 = 사기ㆍ횡령ㆍ배임 등 재산범죄 고소사건과 소년ㆍ폭력ㆍ교통ㆍ의료ㆍ명예훼손 등의 형사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피의자가 화해ㆍ합의할 수 있도록 위원회가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민사분쟁 성격인 고소사건의 자율적 해결 능력을 높이려는 것이 목적으로, 성폭력ㆍ가정폭력ㆍ강도 등 강력사건이나 뇌물 등 부패범죄 및 조직폭력 관련 범죄, 피고소인이 도주하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공소시효가 거의 끝나가는 경우, 혐의가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등은 제외된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서울남부지검, 수원지검 부천지청, 대전지검 등에서 시범 실시한 결과, 검사와 수사관들이 수십 일간 달라붙어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몇차례 조정 끝에 일단락되는 등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법무부가 올해부터 각 검찰청으로 확대해 본격 시행하는 것이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고소인의 조정 의사를 확인한 뒤 주임검사가 조정 의뢰 여부를 결정해 위원회에 회부하며 조정이 성립되면 사건을 각하 처분하고 성립되지 않으면 통상적인 수사 절차에 들어간다.
검찰은 이 제도 도입으로 사건 조기 종결을 통한 사법비용 지출 감소, 명예 추락이나 정신적 충격 등 실질적 피해 구제, 인권 보장 신장 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넘치는 고소ㆍ고발 = `대한민국은 고소 공화국', `고소 좋아하는 게 국민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소ㆍ고발이 많은 게 현실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작년 검찰이 처리한 고소 사건은 60만2천150건으로 10년 전인 1997년 51만5천89건보다 10만건 가량 증가했지만 이 중 기소된 사건은 1997년 9만390건, 작년 10만4천70건으로 매년 10만건 안팎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억지' 고소가 많다는 것.
법무부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도 막무가내로 고소ㆍ고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민생범죄 등 정작 중요한 사건에 투입돼야 할 수사력이 엉뚱한 곳에 낭비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선거철이면 상대 후보를 음해하거나 흠집 내기 위한 의혹이 난무하고 검ㆍ경에 고소ㆍ고발장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심 자체가 없어지거나 대부분 `무혐의' 처리돼 "검찰이 정치권의 하수종말처리장이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는 형사조정제 확대와 함께 고소ㆍ고발 사건 `각하'의 사유에 최근 "사안이나 책임이 경미하고 수사하거나 기소할 공공의 이익이 없어 수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추가해 `억지 고소'는 아예 수사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