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포천지역 발굴현장 첫 방문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5일 군 통수권자로는 처음으로 6.25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한 것은 '전사자 유해찾기'가 국가의 무한책임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만세교리 인근지역에서 진행 중인 유해발굴 현장을 군 통수권자로는 처음으로 방문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노 대통령이 발굴현장을 찾은 것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전사자 유해를 유가족에게 돌려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방부가 "대통령의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 방문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호국용사들을 다시는 이름없는 불모지에 버려두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 단독으로 하기엔 힘이 부쳤던 유해찾기 사업이 앞으로는 국가적 사업으로 확대.고착될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하게 된 데는 지난 4월 북한을 방문, 미군 전사자 유해 6구를 찾아 남한에 왔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일행을 면담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전사자가 묻혀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을 불문하고 찾아가 유해를 발굴, 대대적인 본국 송환행사를 열어 전사자를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6.25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2000년 4월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3년 시한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2003년 정부 내에서 유해발굴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2005년에 국가 영구사업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 1월 유해발굴 전문부대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했고 유해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은 국가가 정식으로 발굴할 때까지 보호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사자 유해발굴 관련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국군 1천376구, 유엔군 8구, 북한군 305구, 중국군 77구 등 모두 1천766구의 유해와 32종 4만6천329점의 유품이 발굴됐다.
그러나 6.25전쟁 주요 격전지에는 13만여구의 실종 국군 유해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굴된 국군 유해는 실종자 유해의 1%에 불과하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발굴된 유해에서 유전자(DNA)감식을 통해 이미 채혈해 보관 중인 유가족의 DNA와 비교하는 방법으로 신원 확인 작업을 펴고 있지만 관련 예산부족으로 검사가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은 450여명 규모의 합동전쟁포로.실종자확인사령부(JPAC)를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유해찾기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태국과 베트남, 라오스, 하와이 등 4곳에 파견대를 두고 있다.
부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 유해발굴 현장에서 2~3일 가량 자원봉사를 했고 현 부시 대통령도 수시로 발굴현장을 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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