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진우기자][사측 "일반 조합원 부정여론 대세"...투·개표 과정 투명해야]
"현장 조합원들은 정치파업에 이골이 난 상태다. 파업은 일부 간부만의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조합원의 의사결정과 여론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 "칼은 빼어들면 쉽게 넣기 어렵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3개월이 아닌 3년은 걸릴 것이다. 모든 이들이 욕하던 현중(현대중공업)!, 요즘 다들 부러워 하는게 현실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금속노조 주도의 '정치파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이다. 노조 집행부의 파업 방침이 일단 정해지면 '투쟁' 을 독려하는 강경한 글들이 대세를 이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밀어부쳤던 정치파업으로 인해 '현대차 불매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여론의 냉대를 받았다는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측이 파악하고 있는 현장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치파업으로 입는 유ㆍ무형의 피해가 가시화 되면서 일반 조합원 사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며 "정치파업을 벌이면 여론의 냉대는 물론이고 무노동ㆍ무임금 원칙에다 자칫 고소ㆍ고발까지 당할 수 있는데 일반 조합원들이 굳이 찬성할 이유가 있냐"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에도 노조가 정치파업을 벌일 경우 무노동ㆍ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불법파업에 따른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오는 19~2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25일부터 29일까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저지와 산별 중앙교섭 성사를 위한 총파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파업이 가결될 경우 25일부터 27일까지 전주와 아산, 광주, 소하리, 화성, 울산 등 주요 사업장에서 각각 2시간씩 조업을 중단하는 부분파업을 벌이게 된다.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은 이같은 투쟁일정을 앞두고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현대차 울산공장에 머물며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을 만난데 이어 4일 기아차 소하리 공장, 5일 기아차 화성공장을 각각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측은 "정 위원장이 지난해 10일간의 정치파업으로 피해의식이 많은 현대차 조합원들을 만나 '이번 총파업은 현대차만이 아니라 15만 조합원 전체가 함께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속노조 스스로도 이번 '정치파업'을 바라보는 현대차 조합원들의 심상치 않은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속노조 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기아차에서 파업이 부결되거나, 가결되더라도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을 경우 커다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총파업과 관련한 찬반 투표와 개표과정이다.
우선 이번 파업은 불법파업이기 때문에 노조위원장 선거 등과는 달리 사측에서 투표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노조측은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각 사업장의 투표결과를 개별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산별노조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예를 들어 현대차 자체 투표에서의 찬성이나 반대율을 공개하지 않고 금속노조 전체 사업장의 결과를 합산해 공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총의 한 관계자는 "산별노조라고는 하나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와 직접 관련 있는) 개별 사업장별로 찬반여부를 가리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며 "아울러 투표와 개표 과정 역시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환율문제와 경쟁국 등의 공세 등 악재 속에서 노조가 또다시 정치파업을 하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현대차 자체적으로 민주적으로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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