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성희기자] 얼마 전 호주 골드코스트에 위치한 팔라조 베르사체 리조트에서 열린 칵테일 파티엔 세계적인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무르치에라고'(사진 왼쪽)가 파티장 끝에 자리했다.
이 자동차는 이탈리아 패션 명가 '지안니 베르사체'와 '람보르기니'가 손잡고 만든 한정판 모델로, 베르사체가 블랙 앤 화이트 가죽으로 내부를 장식했다.
뿐만 아니다. 베르사체가 디자인한 아구스타웨스트랜드 헬리콥터의 대형 포스터가 파티장을 장식했으며 그리스풍으로 조각된 여행 가방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베르사체가 옷을 만드는 '패션'업체에서 호텔과 자동차, 가구 등 전방위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디자인 업체로 변신하면서 수익 창출에 성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패션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베르사체를 비롯한 명품 업체들이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매출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 초 전성기를 누렸던 베르사체는 오너 가족의 사치와 허영을 충족하기 위해 부동산과 미술품 수집에 나섰고, 이탈리아 내 생산단가가 상승하면서 순익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1997년 창업자 지안니 베르사체가 타살된 후 베르사체는 점점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자의 여동생인 베르사체 재건의 중책을 맡았던 도나텔라는 대중의 요구를 무시한 채 특유의 화려한 디자인을 고집했다. 과거 명성과 달리 실적이 점점 악화되자 도나텔라는 과감하게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 펜디 출신의 지안카를로 디 리시오(사진 오른쪽)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2004년 리시오가 베르사체에 영입됐을 당시 베르사체의 부채는 1억4600만달러를 웃돌았고 연간 1억2400만달러의 순손실을 내고 있었다. 매출은 4억1600만달러에 불과했다.
리시오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패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베르사체 란제리 라인과 아동을 위한 베르사체 영을 과감히 없앴다. 그리고 향수와 보석 등 불필요한 부분을 라이센스로 전환하고 구두와 핸드백 등 액세서리 라인을 대폭 강화했다.
베르사체 가족의 명의로 된 3500만달러 상당의 뉴욕 맨해튼 아파트도 매각했고, 앤디 워홀 등 소장 미술품을 경매에 내놔 1100만달러가 넘는 자금을 회사 재원으로 확보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안 럭셔리 스타일을 생활 전반으로 확대, 적용해 호텔 및 자동차, 비행기에 '베르사체풍'을 심었다. 최근엔 최근엔 '제트 시트'라는 이름으로 5만달러대의 가죽 소파를 선보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02년부터 적자에 허덕이던 베르사체는 지난해 2540만달러의 순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베르사체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베르사체는 증시에 상장된 거대한 명품 왕국 LVMH와 구찌그룹 등과 경쟁해야 한다. 더욱이 이들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발빠르게 진출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베르사체는 앞으로 수년 안에 상장을 고려하고 있으며, 중국 내 매장도 크게 늘릴 계획이다.
현재 베르사체는 전세계 35개 직영 부띠끄와 82개 매장을 운영중이며 올해 말까지 10개 이상의 부띠끄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중국에 문을 열 매장이 7개에 달한다.
박성희기자 star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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