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해상경계선 의제화하면 '난항'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먼저 제의해와 군사 신뢰구축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24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이나 남측 평화의 집 아무 곳에서나 군사실무회담을 28일 열자고 제의해왔다.
북측은 29일부터 시작된 장관급회담 일정을 감안해 다음 달 8일에 개최하자고 한 남측의 수정제의를 받아들여 결국 회담은 8일 여는 것으로 확정됐지만 북측이 회담을 먼저 제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북측은 제5차 장성급군사회담(5.8~11)에서 군사실무회담을 5월 말께 열자는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7월에 예정된 6차 장성급회담에 앞서 쟁점으로 부각된 해상충돌 방지 대책을 실무적으로 조율하려면 5월 말께 실무회담을 여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를 피력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회담 날짜를 장관급회담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8일로 택일한 의도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측 군부와 장관급회담을 주관하는 부처 간에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군사실무회담에서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를 부각시켜 장관급회담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면서도 "총론적으로는 판을 깨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북측이 군사실무회담과 장관급회담을 연계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회담 날짜를 28일로 고집했어야 하는데 다음달 8일에 열자는 남측의 수정제의에 선뜻 호응한 것으로 미뤄 일단 '순리대로 풀자'는 자세를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서해 공동어로 수역 설정과 해주 직항로 보장, 경제협력사업의 군사적 보장 조치 문제가 주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도 "군사실무회담은 제5차 장성급회담에서 합의된 사안들에 대한 이행 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의제는 5차 장성급회담에서 합의는 됐지만 단순히 `논의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명쾌한 결론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남측은 NLL 이북에, 북측은 NLL 이남 해역에 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하자는 견해를 보이고 있고 북측 민간선박에 해주 직항로를 열어주면 NLL 무력화 공세에 휘말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실무회담은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7월 장성급회담에 앞서 한 차례 더 실무회담이 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실무회담에서 해상경계선 문제를 부각시킨다면 공전될 가능성이 높지만 실무적인 차원의 의제에 매달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해상경계선 문제는 국방장관회담에서 다뤄야 한다는 우리 측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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