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는 태풍 '두리안'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1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됨
에 따라 3일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국가 재난사태 선
포와 동시에 예산관리부에 10억페소(2천만 달러)를 긴급 구호자금으로 방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이그나시오 분예 대통령궁 대변인이 밝혔다.
분예 대변인은 이 구호자금은 지난 30일밤과 1일 새벽 남동부 지방을 휩쓸고 간
`두리안'을 비롯해 최근 필리핀을 덮친 `시마론', `상산' 등 잇단 태풍의 피해 지역
구호 자금으로 쓰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고돈 필리핀 적십자사 총재는 "이번 `두리안'으로 인한 희생자 수는 1천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DZB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3일 현재 공식 집계로는 406명의 시신이 확인되고 398명의 실종자,438명
의 부상자가 파악됐지만 구조와 복구작업이 계속되면서 의외의 장소에서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 전체 희생자수는 1천명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돈 상원의원은 "마욘화산의 밑바닥으로 갈수록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시신이
나오고 있으며 일가족이 모두 매몰돼 실종신고조차 안 된 가구도 상당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참사는 지난 8월 부분 폭발을 일으켰던 마욘화산의 중턱에 쌓였던 수백만t
의 화산암과 화산재가 태풍 '두리안'의 집중호우와 함께 산아래 8개 마을을 덮쳐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마닐라 남동쪽 330km지점에 위치한 알바이 지방은 주 전체가 진흙더미에 덮여
복구에만도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노엘 로살 레가스피 시장은 "지금까지 구조대가 찾은 것은 시신 뿐"이라며 "앞
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신이 나올지 두렵기만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필리핀 정부는 헬기와 군병력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으나 1.5m 이상 덮
인 진흙더미를 걷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수시간 전까지만 해도 좋았던 날씨가 갑자기 태풍으로 돌변했으며 물
과 진흙이 한꺼번에 들이닥쳤을 때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며 미리 태풍
통보를 해 주지 않은 당국을 원망했다.
알바이주에서는 가옥 10만5천채가 파괴되고 45만5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농경지 피해 역시 엄청났다.
아로요 대통령은 국가재난사태 선포와 함께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구조작업과
지원작업을 펼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 특파원
kh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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