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나 제이유 그룹 등의 정치권 인사 등에 대한 금품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 수사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영장 기각 대상이 정ㆍ관계 인사 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인사들에 집중돼 있어 검찰이 `수사 방해 수준'이라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의협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장동익 전 의협 회장에 대해 횡령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장 전 회장이 협회비와 회장 판공비, 의정회비 등 수억원을 빼돌리고 그 돈의 일부를 국회의원 등에게 후원금으로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터여서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위반은 두 사람 이상의 공동 행위가 필요한 `필요적 공범' 개념이 적용되는데 장 전 회장이 구속되지 않으면 돈을 받은 의혹이 있는 의원들과 당연히 입을 맞추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검찰은 앞서 15일과 16일 잇따라 장 회장에게 후원금을 받은 한나라당 고경화ㆍ김병호 의원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18일에는 모 신문사를 고소한 정형근 의원에게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에 나와달라는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검찰은 장 전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후원금을 받은 의혹이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ㆍ재경위 소속 의원들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서는 동시에 사법처리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법원은 또 제이유가 추진하던 서해유전 사업 등이 잘 되도록 유력 인사들에게 힘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회사로부터 4억여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서울 강남 유명 음식점 여주인 송모(55)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도 17일 기각했다.
"송씨가 제이유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알선 및 청탁의 명목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퉈볼 만한 여지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이 법원측 설명이다.
검찰은 송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송씨를 통해 제이유 측의 돈이 건너간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남 출신 모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앞서 `부정적인 기사'를 쓸 것처럼 제이유 측을 협박한 뒤 신문사 지분 일부를 제이유 계열사가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이도록 해 5억여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를 받고 있는 모 경제지 사장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법원은 이달 3일에는 거액의 주식 양도차익을 챙기고도 세금 18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유력 연예기획사 F사 경영진 3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2명은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일부 부족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으며 또 다른 1명은 실질심사 하루 전 포탈 세금액을 모두 납부했다"며 역시 기각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다 영장이 청구된 뒤 갚았다는 이유로 기각을 하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이나 정서와도 어긋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검찰은 이들 중 2명에 대해 차명계좌로 자사 주식을 분산시켜 놓고 코스닥 우회상장 등 미공개 정보를 흘려 주가를 끌어올린 뒤 팔아 24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를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22일 실질심사를 거쳐 영장이 발부되면 우회상장 시점을 전후해 방송사 PD들에게 주식을 싼값에 팔아 시세 차익을 안겨주는 이른바 `주식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나설 방침이지만 기각되면 수사 자체가 중단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서 학부모들로부터 자녀의 대학 입학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모 대학 아이스하키 전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도 법원이 기각해 금품을 건넨 학부모 등에 대한 수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key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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