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헌법개정 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안이 14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시행 60년을 맞이한 현행 헌법의 운명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아베 총리(安倍晋三) 총리는 국민투표법안 통과를 계기로 지난해 취임을 전후해 강조했던 헌법개정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고 야당은 국민의 합의 없는 개헌 추진은 용인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헌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론이 맞서고 있어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와 맞물리면서 이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당장 참의원 의석수와 관련되는 만큼 정치권의 계산도 복잡해 지고 있다.
◇개헌 어떻게 이뤄지나 = 지난달 13일 중의원을 통과한 국민투표법안이 참의원을 통과하면 사실상 법률로 확정된다. 일왕의 공포라는 형식을 거치면서 발효가 된다. 하지만 실제 개헌안의 발의나 심사는 공포일로부터 3년간 불가능하다. 이른바 '동결기간'을 둔 것이다.
국회는 그러나 국민투표법에 따라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열리게 될 임시국회에서 중의원과 참의원에 별도의 헌법심사회를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심사회는 헌법개정의 필요성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심사회는 야당 일각에서 주장한 최저투표율제도, 즉 일정한 투표율에 미달할 경우 투표를 무효로 하는 방안의 도입 여부나 국민투표 대상.범위 등에 대한 추가 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실적으로 개헌안의 국민투표 회부를 위해서는 중의원과 참의원 정원의 3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현재의 의석구도에서는 야당측의 도움이 없으면 개헌은 물론 범정치권의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야당측의 요구에 대해 추가 논의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개헌을 위한 대국민 여론조성에 나선다는 것이 여권의 구상이다.
물론 개헌안 발의는 빨라야 20010년 5월에나 가능하다. 동결기간 때문이다. 개헌안 발의를 위한 요건도 까다롭다. 발의는 중의원이나 참의원 어디에서든 가능지만 각각 정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의 경우 100명 이상, 참의원은 50명 이상이다.
개헌안이 발의되면 우선 중의원 헌법심사회를 통과해야 한다. 과반수의 찬성을 얻게 되면 중의원 본회의에 회부된다. 여기서 또다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참의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참의원도 중의원과 마찬가지 과정을 거친다. 참의원 본회의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을 경우 공식적으로 헌법개정이 발의된다.
발의일부터 60일에서 180일 사이에 국회가 정한 날에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투표자의 과반수의 찬성을 얻게 되면 개헌안은 확정된다.
◇총선.헌법9조가 최대 변수 = 그러나 현 상황에서 현행 헌법의 운명을 미리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헌을 위해서는 중.참의원 정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현재 여권만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2009년 중의원 선거, 2010년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지만 현재의 자민당 지지도를 볼 때 이변이 없는 한 독자적으로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개헌안이 논의 과정에서 개헌 찬반론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재편 가능성도 주목해야 할 변수로 보인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서는 예상외로 개헌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가 최대 관심을 두고 있는 헌법 9조가 논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뿐 아니라 공동여당인 공명당 내에서도 '전쟁 포기, 전력 비보유'를 명기하고 있는 헌법 9조 개정에 신중론이 우세하다.
정치권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개헌안 발의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자민당 일각에서 2단계 개헌론, 즉 환경권 등 각당간 합의가 쉬운 사항을 포함해 먼저 개헌을 한 뒤 헌법9조 개정 등 민감한 사안은 추후 논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한계를 반영한 것이다.
(도쿄=연합뉴스) choinal@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