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막을 내린 제5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은 경의.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 합의서를 마련한 것이 성과로 꼽힌다.
비록 일회용 군사보장 합의서로, 17일 시험운행에만 적용되지만 1951년 운행이 중단된지 56년 만에 철마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남북은 회의일정을 하루 넘기는 마라톤협상 끝에 철도.도로 통행을 위한 항구적인 군사보장 합의서 체결을 집중 협의했으나 북측이 남측의 동해선 강릉~제진 구간의 미완성을 이유로 잠정합의서 체결을 끝까지 고집해 항구적 군사보장 합의서 마련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일회용 군사보장 합의서를 통해 열차가 MDL을 관통하는 첫 테이프를 끊게 됨으로써 상시 통행의 가능성도 열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해상 충돌방지대책 및 군사적 긴장완화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남측 주장을 북측이 어느 정도 인정, 차기 회담에서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도 성과로 평가된다.
남측은 개선책으로 ▲공동어로 수역 설정 ▲쌍방 함정간 일일 정기시험통신 ▲쌍방 서해 함대사간 직통전화 연결 ▲함정간 일일 정기시험통신 ▲제2차 국방장관회담 개최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측도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공동어로 수역 설정과 북측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 문제도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북측 선박이 서해를 이용해 해주항으로 통행하려면 연평도 인근의 북방한계선(NLL)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남측으로서는 상당히 민감한 의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남측은 처음에는 난색을 표시하다가 인도적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한 결과, '서해 해상에서의 군사적 신뢰가 조성되는데 따라'라는 전제를 내세워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해주 직항로 운항 뿐 아니라 북한에서 제3국으로 직행하는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남북해운합의서를 내세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 8월1일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제3국으로 직행하는 선박은 제주항로를 이용할 수 없다. 크게 남-북, 북-북, 북-남-제3국 등으로 항로가 나눠지기 때문에 제3국으로 직행하는 선박은 해운합의서가 정한 항로를 이용할 수 없고 공해를 이용해야 한다.
공동어로 수역 설정을 비롯,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한강하구 골재채취사업을 위한 군사보장 조치를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도 군사회담의 의제를 포괄적인 경제협력 문제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제2차 국방장관회담 개최 문제를 공동보도문에 담아낸 것도 성과로 꼽히고 있다. 이는 국방장관회담을 장성급회담 의제로 계속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북측은 그동안 장성급회담에서 국방장관회담 개최 문제를 거론한 것 자체에 매우 부정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7월 중에 6차 장성급회담을 열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해 군사회담의 정례화 발판을 마련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성과와는 대조적으로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도 작년 3월과 5월에 각각 열린 3, 4차 회담에서 제기한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남측 대표단의 김을 빼는 행동을 되풀이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대신한 새로운 해상경계선 설정 필요성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항구적 군사보장 합의서 체결을 핵심 의제화하려는 남측 의도를 무력화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회담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다가도 회담을 파국으로 몰고가지 않으려는 듯 즉각 진지한 협의 자세로 태도를 바꾸는 전술을 구사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북측은 둘째 날 회담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6시40분쯤 "밤새도록 해서 새벽에 끝내자"고 '끝장토론'을 요구해 남측 대표단을 당황하게 했다고 남측 한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가 군사회담의 최대 복병이라는 사실이 재확인 돼 추후 회담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북측은 서해 NLL 인근에 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해 해상 충돌을 막자는 우리 측 제의에 대해 그 필요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해상경계선 설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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