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신기한 일은, 그간 미디어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른바 언론개혁 세력이 포털에 대해만큼은 자율규제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시민단체와 매체가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과 미디어오늘이다.
이들은 포털에 최소한의 법적 책임을 묻고자 발의된, 제한적 온라인 인증제, 신문법 개정안 등등 모든 법적 조치에 반대해왔다. 민언련의 지금까지의 입장은 포털에 걸맞는 새로운 뉴미디어법을 제정하자는 것이었다. 이 뉴미디어법이라는 단어 하나만 덜렁 내놓고, 모든 법안을 반대해온 것이다.
그러나 민언련은 2년 전부터 주장해온 뉴미디어법에 대해 종이 한 장 정도의 초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빅뉴스의 취재 결과 민언련은 스스로 이 법안을 만들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해야할 입법을 어찌 시민단체 하나가 만들 수 있냐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민언련에 이름을 올려놓고, 방송사나 공적 언론기관 인사 때면 어김없이 나타났던 그 수많은 언론 전문 교수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리고 뉴미디어법을 만들 능력이 되지 않으면 남의 법안에 대해서는 왜 앞장서서 반대하는가. 민언련은 하루라도 빨리 유령과도 같은 뉴미디어법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만들겠다면 언제 어떻게 만들 것인지, 만들지 못하겠다면 다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민언련이 만들어낸 뉴미디어법이란 유령은 포털에 대한 다른 조치들을 막는 포털 수호신의 역할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미디어 전문 매체 미디어오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디어오늘은 포털은 인터넷신문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포털을 포괄하는 신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을 때, 발의자 측의 입장은 한줄도 없이 반대론자들의 의견만 모아 기사를 작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오늘은 포털이 시시콜콜한 사업 하나만 발표하면, 홍보대행사의 보도자료 수준의 기사를 작성한다. 왜 언론이 아니라는 포털을 언론전문매체 미디어오늘에서 홍보해주고 있는 것일까. 미디어오늘 사이트에 포털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 수백여 편이 나온다. 그 만큼 포털 기사를 많이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중 토론회나 성명서 등 스트레이트 보도 기사 이외에 스스로 기획한 포털 비판 기사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여러 차례 걸쳐 포털 비판자들의 논리를 반박하는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민언련과 미디어오늘은 노무현 정권 들어 언론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나서서 포털을 엄호하는 바람에 각 언론사의 경영진들은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벌써 스포츠지 두 곳은 문을 닫았고, 나머지 언론사들 역시 심각한 수준의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주간지와 월간지 시장은 이미 초토화되었다. 광고주의 편집권 침해로 벌어진 시사저널의 파업 사태 역시 본질적으로는 유가 주간지 시장의 붕괴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2년 간 포털 문제를 제기해온 필자 입장에서 어째서 언론개혁을 주도해온 민언련과 미디어오늘이 포털의 첨병노릇을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파악할 수 없다. 미디어에 대한 모든 규제를 반대하는 극단적인 미국식 자유주의관으로 이야기한다면 일관성이나 평가해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단국대 손관규 교수 같은 사람이다. 그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에서 포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포털을 신문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악법으로 악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언론사의 경영정책을 바꾸고 시민사회단체의 감시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언련과 미디어오늘이 손관규 교수와 같은 입장이 아니지 않은가. 종이신문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규제방안을 다 동원하면서, 포털에 대해서만큼은 “사업자 자율에 맡기자”라던지, 실체도 없는 “뉴미디어법 제정을 해야한다”라는 말로 빠져나간다. 이들의 눈에는 포털은 사업자가 아니라 시민단체나 네티즌연합체로 보인단 말인가. 민언련의 김서중 신임 공동대표와 미디어오늘의 현이섭 사장은 차라리 당당히 앞에 나서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 포털의 언론권력 남용으로 무너져간 수많은 언론사와 언론인들 앞에서 당신들의 포털을 비롯한 미디어관을 검증받아야 한다. 필자는 민언련과 미디어오늘이 이끌어온 신문에 적대적이고 포털에 우호적인 미디어관 때문에 수많은 언론인들이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으며 길거리고 쫓겨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비판이 억울하다면 그에 대해서 제대로 된 논쟁이라도 붙자. 참고로 미디어오늘은 필자가 기고한 여러 차례의 반론글을 인터넷에조차 게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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