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으로서 미국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전기가 조만간 발간될 예정이라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28일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의 전기를 저술한 뉴스위크의 마르쿠스 마브리 기자는 저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의 인연을 소개하고 무엇이 라이스 장관으로 하여금 부시 대통령 곁을 지키게 하는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라이스 장관의 충성심이 어떤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있는 지 밝힐 예정이라면서 그 일부를 뉴스위크를 통해 공개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등 많은 부시 행정부 초기 핵심 인사들이 경질되거나 부시 대통령 곁을 떠나고 있지만 라이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과 7년째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고 있다.
◇"결코 나는 이 직업을 원하지 않는다" = 1기 부시 행정부에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2기 행정부에선 국무장관으로 부시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하고 있는 라이스 장관은 버밍햄의 여자친구 데보라 칼슨에게 이 같이 말했다.
전기에 따르면 한때 워싱턴에선 라이스 장관이 진짜 원한 것은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자리였다는 소문이 나돌아 라이스 장관이 이를 잠재우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는 것. 그녀는 국방장관직도 원하지 않았다고 전기는 적었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2000년 대선 때도 처음엔 비공식적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자문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부시의 외교정책팀을 이끌게 됐다. 라이스 장관이 원하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요구에 의해 그 일을 하게 됐다는 것.
라이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에 대해 "무엇보다도 나는 그와 어울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는 따뜻하고 재미있어서 어울리기가 쉬웠다.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호기심이 많아 어떤 설명을 할 때면 꼬치꼬치 묻곤 했다"고 말했다.
◇"부시와 라이스는 샴쌍둥이" = 라이스 장관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잘 나가는 흑인 집안 출신으로 10학년까지 흑인학교에 다녔고, 3살 때부터 엄격하게 교육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40세 때 금주를 결심할 때까지는 `한량'이었지만 라이스를 만났을 때는 절대금주주의자 기독교도이고 가정에 헌신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고 전기는 적었다.
두 사람은 종교적 신념과 강한 미국에 대한 믿음, 유머감각, 스포츠가 곧 인생이라는 확신 등을 공유했으며 부시는 라이스의 `지혜'를, 라이스는 부시의 `본능'을 각각 높게 평가했다는 것.
정치적으로 라이스는 가난과 무지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에겐 기회를 줘야 한다는 부시의 `인정많은 보수주의' 철학을 좋아했다. 라이스의 친구는 두 사람을 심지어 "앞머리가 붙은 샴쌍둥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유대관계는 2001년 9.11사태이후 특히 더 강해졌다.
라이스 장관의 정신적 지주로 아버지 부시 시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는 "국가안보보좌관 시절 나의 일은 정책결정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었지만 라이스는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두둔함으로써 그 실책을 사전에 검증하기보다 실책이 발생토록 했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시작할 때도 이를 저지하지 않고, 포스트 사담후세인 체제에 대한 국방부의 장미빛 시나리오나 적절한 군대규모에 대해서도 라이스 장관은 따지지 않았고 일관된 정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전기는 꼬집었다.
◇"라이스 자신의 과도한 자신감도 문제" = 일부 행정부 관리들은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라이스가 국가안보를 다루는 절차보다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데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4년엔 라이스 장관이 한 만찬파티 연설에서 "내 남편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때"라고 실언을 했다가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때.."로 서둘러 바로잡기도 했다고 전기는 밝혔다.
물론 라이스 장관은 자신이 그런 실언을 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라이스의 친구들조차도 부시 대통령에 대한 라이스의 애정이 부시의 실패를 못보게하고 있다면서 "그녀는 그(부시)가 아무 잘못도 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거기다가 라이스 장관 본인이 지나친 자신감을 갖고 있어서 전쟁전에 많은 잘못들을 저지르도록 했다는 것.
전기는 "라이스 장관의 확신에 찬 결의는 오늘날 이라크전쟁을 방어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면서 "비록 라이스 장관이 행정부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자신이 총괄하는 정보기관간 처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파월 전 장관이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보다 부시 대통령에게 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라이스 장관은 "파월장관이 어느 누구보다도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고 이를 일축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부시 대통령에게 지난 1979년 이후 외교를 단절해온 이란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고 건의한 주인공이라고 전기는 밝혔다.
한편, 라이스 장관 친구들은 라이스가 부시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그녀는 단지 그 남자(부시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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