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신예 전투기인 F-22(랩터)를 일본에 판매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를 계기로 공군력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주변국의 군비경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F-22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로 일본이 작전반경 2천㎞가 넘는 이 전투기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할 경우,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이 직접적인 위협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투기는 지난해 알래스카에서 F-15, F-16, F-18 등의 기종과 함께 벌어진 모의 공중전에서 144대 0로 완승을 거둬 그 가공할 위력을 입증했다.
이 때문에 일본이 F-22를 구입하면 그동안 상대적 균형을 유지해오던 동북아 각국의 전력에 불균형이 초래돼 더욱 치열한 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중국 통신사인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지난 22일 "일본이 만약 100대의 F-22 전투기를 구입한다면 대만해협에서 지난 20년간 이뤄져 온 군사력 균형이 깨지게 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우려를 표시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의 최근 공군력 증강 실태를 살펴본다.
◇일본 = 기존 F-15J를 대신할 차기 전투기로 약 30조 원을 들여 5세대 전투기 F-22 100대를 미국으로부터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일본은 당장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공군력을 갖추게 된다.
일본은 이미 주력기인 F-15J 전투기 150대를 포함해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4대, F-4 70대, F-2 40대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F-22 구입이 불투명해 질 경우를 대비, 2010년께 기존 F-15와 F-4를 대체할 차세대 고성능 전투기(F-X) 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 전투기를 지원할 공중급유기 KC-767J 4기를 2009년까지 도입할 계획이며 기존 C-1 수송기를 대체할 차기 수송기를 자체개발, 2018년까지 총 30∼40대를 전력화할 예정이다.
이밖에 일본은 지난해 9월 한반도 감시를 주요 임무로 하는 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3기의 정찰위성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발사된 정찰위성은 고도 400∼600㎞ 상공의 궤도를 선회하면서 고성능 디지털카메라와 망원렌즈로 지상을 감시하게 되며 특히 지상 1m 크기의 물체도 식별이 가능하다.
일본은 올해 정찰위성 1기를 더 발사해 모두 4기의 정찰위성을 보유, 지상의 어느 지점이라도 하루 한 차례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중국 = 일본의 F-22 도입계획으로 크게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F-22에 맞설 수 있도록 스텔스 기능을 갖춘 J-13과 J-4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J-13과 J-14 전투기는 최근 개발작업이 상당히 진척돼 대략 2015년께면 실전배치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한국 공군의 주력기인 F-16과 성능이 비슷한 J-10의 자체개발에 성공해 실전배치를 시작했다.
러시아로부터 1996년부터 2004년까지 SU-27 143대를 도입했으며 지난해부터는 SU-27을 면허생산 방식으로 100여대를 생산했다.
2005년에는 러시아와 IL-78 공중급유기 6대와 IL-76 전략수송기 30대를 도입하기로 계약했으며 KJ-200 조기경보기를 시범비행 중이다.
◇러시아 = 러시아 공군은 구 소련 붕괴 이후 MIG23/27, SU-22, IL-39와 수송기 등 600여대를 외국에 매각해 전투기 보유규모가 절반으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막강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코소보 전쟁 이후에는 전략폭격기 및 전투기, 정찰기 등 항공기를 동원해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는 등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장거리 전략폭격기 전력증강 및 현 보유 항공기들의 현대화 작업을 통해 공격 전력을 10∼20% 증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양적 증가, 공격용 항공기 전력증강, 항공기 현대화 추진 가속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TU-160 최신예 장거리 폭격기가 실전 배치됐다.
대지 공격기의 경우 SU-24/25기를 점차 퇴역시키고 SU-27/35를 주력으로 하는 제5세대 전투기를 작전배치해 약 1천250대를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방공 요격용으로는 기존 MIG-23/25를 퇴역시키고 MIG-29/31기를 주력 기종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송기 역시 수송능력이 보강된 AN-70 및 IL-76을 위주로 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 기존 F-16, F-4, F-5 계열의 전투기에 이어 주요 전력증강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까지 미국으로부터 F-15K 18대(추락한 한 대 포함)를 도입했으며 올해 12대, 내년 10대를 합해 모두 40대가 도입된다.
공군은 또 차기전투기 2차 사업에 따라 2조3천억 원을 투입,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F-15K급 전투기 20대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기종으로 미 보잉사의 B-737 체계 4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지난해 15억 9천만 달러에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4대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2011년 1대, 2012년 3대가 도입돼 전력화된다.
한국은 또 2005년부터 미 측에 고(高)고도 무인정찰기(UAV)인 글로벌 호크를 판매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lkw777@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