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트라스크씨는 퇴근후에도 쉴 틈이 거의 없다. 매사추세츠주 펨브로크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트라스크씨는 매일 저녁이면 앤서백닷컴(answerbag.com)에 올라오는 각종 질문들에 답하느라 수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1년전 앤서백닷컴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그가 답장을 올린 질문만도 무려 1천건이 넘으며 이 때문에 그는 가족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웹사이트 방문자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트라스크씨는 이런 자신을 "쓸모없는 지식의 창고"라고 평가한다.
트라스크씨의 경우처럼 앤서백닷컴이나 야후, 위키피디아 등 각종 질의.응답 사이트에서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무료로 해답을 올리며 맹활약하는 이들이 적지않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대부분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이들이 자신을 희생해 가며 활약하는 이유들은 단순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것에서부터 남들로부터 평판을 얻기위해, 보다 나은 선(善)에 기여하기 위해 등 다양하게 답하고 있으며 일종의 중독성도 있다고 실토하고 있다는 것.
전문성을 띤 웹사이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질의.응답 사이트를 찾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는데,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야후 앤서(Yahoo answers)'의 경우 지난달에만 약 2천만건의 접속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90만건보다 무려 1천500만건 이상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이런 폭발적인 접속 증가에는 중독된듯이 사이트에 접속해 명쾌한 해답을 올려주는 전문가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리사 포어리어(43)씨의 경우 낮에는 오하이오주 옥스퍼드의 마이애미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지만 밤에는 `교수 X'로 변신한다.
포어리어 교수는 저녁 식사를 마치면 야후에 접속, 대학 교육과 관련한 각종 질문들에 대해 답해주고 있는데 한번은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아프가니스탄의 한 여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기관을 소개해줬다.
포어리어 교수는 이런 활동에 대해 "파트너가 비디오게임에 빠져있는 동안 나는 질문에 답한다"며 이것은 일종의 자신만의 게임이라면서 응답활동에 중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리버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야신타 레이철양은 앤서백닷컴에서 `카멜라'라는 이름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그녀가 해답을 올리느라 접속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이나 된다.
중독성이 강하다고 지적하는 레이철양은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으면 일종의 금단현상을 겪게 된다"면서 "잠시라도 집을 떠나게 되면 어느새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실토했다.
특히 사이트 운영자들은 다른 답변보다 유용했을 경우 더 많은 점수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 직위를 부여해 `답변자'들의 경쟁 의식을 고취하고 있는데, 앤서백닷컴의 경우 `풋내기(novice)'부터 `명인(maestro)'까지 69단계로 세분화했고 야후는 포인트를 쌓게 한다.
포어리어 교수의 경우 1천800개의 답변을 올리면서 2만1천포인트를 기록중이며 이런 포인트에 특별한 상을 주지는 않지만 그만큼 신뢰성을 높이면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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