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주(州) 덴버에 사는 한 부부가 돈이 없어 굶주리는 이들도 언제나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개방하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화제다.
16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브래드와 리비 버키 부부는 "배고픈 이들이 다른 이들과 차별 없이 식사할 수 있게 해보자"고 작심하고는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덴버시내 콜팩스가에 작은 카페를 연 뒤 누구라도 식사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을 담아 'SAME(So All May Eat) 카페'라고 이름 지었다.
데이지꽃이 놓인 7개의 테이블과 작은 주방으로 이뤄진, '작지만 온정이 넘치는' 이 카페에서는 다른 식당과 달리 종업원이나 가격이 적힌 메뉴판, 계산대를 찾아볼 수 없으며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한 5일만 운영되는데 화요일부터 목요일에는 점심만 제공한다.
그때그때 나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면서 날마다 메뉴가 바뀌는 이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적당하다고 생각하거나 형편이 닿는대로 돈을 기부금통에 내면 되고 그나마 돈이 없는 이들은 양파까기나 그릇씻기, 바닥 물걸레질 등 허드렛일로 대신하면 된다.
이곳에 가끔 거지들이 동냥하러 찾아왔지만 브래드는 가차없이 내쳤다. 돈 몇 푼 쥐어주기 위해 하루 4시간씩 피자도우를 반죽하며 식당을 운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브래드는 2가지씩의 수프와 샐러드, 피자를 준비하며 디저트는 쿠키, 과일 타르트, 브라우니, 치즈케이크 등을 잘 만드는 아내 리비의 몫이다.
이곳에서는 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음식의 양을 미리 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손님들은 입구에서부터 접시를 들고 원하는 음식을 담아가야 하고 몇 번씩 먹어도 늘 환영한다.
신선한 건강 음식을 찾아 손님들이 찾아오지만 단지 음식 때문이 아니라 가진 이들은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마음이 들기에, 없는 이들은 자신들 역시 줄을 선 다른 이들처럼 가치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기에 의미가 있다고 버키 부부는 소개했다.
파트타임 컴퓨터 컨설턴트로 일하는 브래드와 초등학교 교사인 리비는 자신들의 급여로 생활할 뿐이며 지역 인사들로 구성된 관리위원회가 조만간 첫 회의를 열고 경영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 2003년 이래 '능력껏 지불하세요'라는 슬로건 아래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하나의 세계 카페'(One World Cafe)라는 유기농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데니스 세리타씨는 이들의 모델이었고 세리타씨는 카페를 여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친구들은 이들을 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브래드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착하다는 믿음을 갖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도 이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곳이 우리의 교회이다"고 밝혔다.
매주 수차례씩 이 카페를 찾는다는 봅 굿리치(64)씨 "이곳에 오면 나도 남을 돕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형편이 되면 15~20달러씩 내기도 하지만 없을 때에는 5달러를 내거나 걸레질을 도와주는데 편안한 친구 집에서 식사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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