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안티조선’ 운동을 촉발시켰던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가 “안티조선 운동 방식이 현재 시점에서는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교수는 4일 강남교보센터에서 열린 ‘좌우 통합을 위한 한국 현대사의 급소’를 주제로 한 강연이 끝난 뒤, <빅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티조선 운동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국민들이 신문선택에서 호응을 해주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강 교수는 “안티조선의 운동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표로 심판받듯이 안티조선 운동도 다시 한 번 어디가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여 기존의 방식(기고 및 인터뷰 거부, 절독운동 등)이 아닌 다른 방식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 교수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포털 뉴스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는 “변희재 씨 등이 제기하는 문제는 다 찾아보고 있다”면서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정도까지는 가능하지만, 내 스스로 공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좌, 우 간의 소통이 필요한 시점"
강 교수는 이번 강연회에서 한국 현대사의 다양한 사건들을 예로 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좌 우파 간의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보수신문이 맞는 말을 많이 하지만 아무리 옳은 말이라 해도 '조선일보'에 실리면 반대 측에서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한편 “이는 '한겨레신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소통이 불가능하다”며 여론 형성 과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것이 ‘안티조선’운동의 부작용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안티조선 운동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누가 나서서 선언을 하는 방식은 올바른 것 같지 않다”면서 “자연스럽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강 교수는 “진보 측이 주장하는 것이 올바른 측면이 있다면 그 반대급부로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고, 보수 측의 주장도 마찬가지”라면서 “문제는 늘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도 했다.
그는 “주로 진보가 이상을 이야기하고, 보수는 현실을 이야기하는데, 꼭 그럴 필요 있는가”라면서 “이상과 현실을 적절히 고려하면 상호 소통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역지사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연이 끝난 뒤 청중과의 질의응답에서, "좌우통합을 이야기할 때 김용갑이나 조갑제 같은 사람의 주장도 포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강 교수는 “어찌되었든 보수진영을 지지하는 국민이 40%는 된다"며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만 바라보지 말고 그들의 논리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정권의 문제도 바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을 상대로 한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 권력으로 만들어진 정당”
한편 강 교수는 그간의 입장이 변화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가 나의 뜻에 동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민주당 분당을 반대하자, 그간 내 말을 모두 지지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수구꼴통으로 취급했고, 그때부터 내재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며 민주당 분당이 생각의 전환의 계기가 되었음을 밝혔다.
강 교수는 열린우리당에 대해 “처음부터 대통령의 권력을 보고 따라간 사람들의 정당이었다”면서 평가절하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분당이 “겉으로 보기에는 정치개혁이 명분이었지만, 오히려 대통령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벌써부터 분란이 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그나마 1년 정도 남아있으니까 이렇지, 시간이 지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뻔 한 일”이라고 말했다.
“출세주의, 진보진영도 자유롭지 않다”
강 교수는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당과의 분당이 열린우리당 비극의 씨앗”이라는 발언과 관련 “민주당 분당 당시에 언급했어야지, 지금 너무 늦게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김경재, 김영환 전 의원도 이같이 밝힌 바 있다.
이어 강 교수는 “대북 문제도 대북송금 특검 당시 강하게 이야기했어야 했다"면서 "아마 자신이 언급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안티조선'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정권에서 감투를 쓰고 있는 현상에 대해 “한국인들은 출세주의와 인정투쟁이라는 강력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서 “진보진영도 이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런 현상을 강력히 비판하기 보다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게 맞다”며 다소 변화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 강연회에는 200여명의 청중이 참여했으며, SBS는 단독 인터뷰를 갖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안티조선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강준만 교수의 직접적인 평가는 향후 언론계에서 다양한 논의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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