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빈곤 국가들이 지구온난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되면서 선진국의 책임론이 자연스럽게 기후변화 대책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6일 기후변화가 인간과 생태계에 미칠 충격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지역적으로 가뭄이나 폭우 등 기상이변에 이미 노출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들이 최악의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가난한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적도 부근 등에 위치해 있는데다 기후변화에 대처할 준비가 돼있지 않으며, 기후변화에 민감한 농업에 의존하고 있어 특별히 피해가 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북유럽과 북미 등 한대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선진국들과 온난한 기후에 속하는 프랑스 등은 오히려 곡물 생산이 늘어나고 석유 등 지하자원 채굴이 쉬어지며 매력적인 관광지로 변모하는 등 일시적 혜택을 볼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은 선진국에 있음에도 불구, 그 피해는 가난한 개발도상 국가들이 고스란히 당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미국과 함께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으나 산업혁명이후 현재까지 중국의 온실가스 방출량은 전체의 8%에 불과한 반면 미국과 유럽은 29%와 27%에 달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는 1900년이래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3%에도 미달하고 있지만 8억4천만명의 인구가 가뭄과 물부족의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범람의 피해도 동남아시아, 이집트의 삼각주 지대 또는 조그만 섬나라에 집중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아 생기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범람의 피해가 중국의 양쯔, 황하, 주장 삼각주를 비롯해 베트남 북부의 홍강 삼각주, 방글라데시의 갠지스-브라마푸트라 삼각주 등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들 삼각주 지역엔 무려 3억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주민 10억명 이상이 오는 2050년까지 인구증가에 의해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한 물 부족 사태로 신음할 것이 90% 확실하며, 동남아시아에선 2050년까지 가뭄으로 인해 곡물 생산이 최대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남아시아에선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이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프리카도 가뭄으로 사막지대가 확장되면서 경작지가 축소되고 동식물 질병은 물론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지구가 더워지면서 생기는 열대성 질병이 확산되는 등 큰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유엔의 정책입안자들은 이에따라 부자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변화 충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설득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선진국들은 담수화 발전소 또는 홍수 예방 시설 등으로 기후변화 피해에 적극 대처해 나갈 수 있지만 후진국들은 그럴만한 재원이나 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들은 가난한 나라들에서 온난화 재앙으로 인한 난민들이 피해가 덜한 지역으로 대거 몰려들 가능성을 감안할때 혼자 흐믓해할 상황은 아니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부자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변화 충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촉구, 선진국 책임론이 기후변화 대책의 핵심 의제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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