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진영 간의 여론조사 반영방식을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전체 선거인단 20만명의 20%를 차지하는 여론조사 반영방식과 관련, 박 전 대표측은 `20%'라는 비율을, 이 전 시장측은 `4만명'이라는 숫자를 각각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선 가운데 중립을 표방하는 의원 모임인 `당이 중심되는 모임'이 27일 "관례대로 유효투표수의 20%를 기준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박 전 대표측의 손을 들어주자 희비가 엇갈린 것.
맹형규(孟亨奎) 의원이 주도한 이 모임에는 권영세(權寧世) 최고위원, 임태희(任太熙) 여의도연구소장, 장윤석(張倫碩) 인권위원장 등 당직자들 위주로 10명의 소속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당헌에 규정된 당원과 국민참여 비율 5대 5는 경선에 `참여할 기회'를 의미하지 `결과'를 그 비율대로 반영하자는 뜻이 아니다"라며 "4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은 대의원, 국민선거인단도 애초 정해진 인원 4만명과 6만명 모두를 투표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고 이 전 시장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발표는 특정 대선주자측에 줄서기를 하지 않겠다던 중심모임이 결과적으로는 박 전 대표측 입장을 지지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맹 의원은 "특정 캠프에 불리한 게 아닌가 고민도 했지만 하루 빨리 논란을 종식시키고 당을 정상화하기 위해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장 이 전 시장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측근인 정두언(鄭斗彦) 의원은 "중심모임이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후보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 있을 때 중립적으로 절충하는 역할을 해야지, 어느 한 쪽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당헌.당규 개정특위에서 빨리 결정내려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핵심측근은 "여론조사 반영 방식은 경준위나 최고위원회에서 확정된 바가 없고 당헌.당규 개정소위에서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경준위 부위원장으로 합의안을 내지 못한 `과오'가 있는 맹 의원과 대부분 당직을 맡고 있는 소속 멤버들이 특정 주자를 위한 안을 몰고 가려는 것은 당 분열만 가속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 전 대표측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당헌.당규 개정특위의 캠프 대리인인 김재원(金在原) 의원은 "중심모임의 입장은 당내 전반적 분위기이자 지극히 타당한 이야기"라며 "경준위와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안까지 뒤집으면서 억지 논리를 전파하고 당 사무처가 정확히 기록한 문서까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개탄스런 행태가 문제"라고 이 전 시장측을 겨냥했다.
최측근인 유승민(劉承旼) 의원도 "당의 중심모임이 중심을 잡아줘 천만 다행"이라며 "(이를 계기로) 더 이상 이 문제를 놓고 무슨 갈등이 있는 것 같이 외부에 안 비쳤으면 좋겠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당 중심모임의 입장 표명에 대해서도 양대 주자측이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여론조사 룰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당 중심모임 등 당내 중립표방 모임들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 2005년 당 혁신위원장으로서 당헌 개정을 주도했던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반영비율 논란과 관련, 유효 투표수에 따라 여론조사 비율을 정해야 한다며 박 전 대표측의 주장을 지지했다.
(서울=연합뉴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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